미·중 무역전쟁 파장이 전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크리스튼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IMF블로그에 쓴 글이다. "미·중 양국이 예고한 관세보복이 진행될 경우 내년 전 세계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이 4500억 달러(약530조원) 감소할 수 있다."

 
 ▲김명전 대표이사 ⓒ데일리굿뉴스
이 규모는 "세계 GDP를 0.5% 포인트 끌어 내릴 것이다." 미·중 전쟁은 무역을 넘어 선지 오래다. 첨단기술, 금융, 국방 등 전 산업과 해양을 포함한 영토 패권경쟁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특징은 총칼로 겨루는 전쟁이 아니다. 경제력 등 국가의 총체적 역량을 동원해 소프트파워를 도구로 펼치는 '뉴워(New War)'다. 그래서 전쟁의 진행과 결말을 예측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의 생존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가능하고 현실성 있는 최선의 대응책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미·중의 과거에서 미래를 통찰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세계무대에 등장한 배경과 G2 부상을 복기해 보자. 중국은 1978년 공산주의 경제체제의 개혁을 표방하며 세계시장에 개방의 신호를 보냈다. 다음 해 1979년 미국과 국교를 정상화했다.

중국식사회주의 시장경제 채택을 위한 탐색의 시작이다. 미국은 국교 정상화 이후 대중국 무역에서 최혜국대우를 부여했다. 미국의 계산은 공산주의 보루를 해체함으로써 체제경쟁의 마감이다. 더불어 경쟁력 있는 과학기술과 자본으로 거대한 중국시장으로부터 경제적 실익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1982년 중국은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의 옵서버자격을 얻었다. 5년 여 기간의 실험적 적응기를 거쳐 1986년에는 IMF에 가입하고 세계무역기구(WTO)문을 두드렸다.

동시에 국제기준에 맞추어 시장 지향적인 개혁정책도 추진했다. 1990년대, 관세장벽을 완화하고 외국자본의 직접투자도 과감하게 허용했다. 그리고 2001년, WTO가입 신청 15년 만에 143번째 회원국이 되었다. 세계경제질서 편입이다. 중국경제와 세계경제질서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대사건이다. 이때 중국의 GDP는 세계 6위다.

당시, 국제사회의 이목은 중국에 집중되었다. 세계무역질서의 순응자(price taker)로 안착할지, 아니면 불안정을 일으키는 이단아(spoiler)가 될지 염려 때문이다. WTO가입 초기는 순응자의 위치를 지키는 모습이었다. 그런 가운데 경제력이 빠른 속도로 커졌다. G4(미국,EU,일본, 중국)를 거쳐 G3(미국, EU, 중국)로 진입했다.

이때까지 대외전략은 도광양회(韜光養晦)였다. 2010년,중국이단일국가로서 일본을 추월하고 GDP 세계2위로 부상했다. WTO가입 10년 만이다. 세계 시장을 무대로 매년 평균 10%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우려했던 대로 G2중국은 자본주의 시장질서에 반하는 행보를 서슴 치 않았다. 국영기업의 폐쇄적 경영, 위안화 평가절하에 의한 수출주도정책, 초저가 가격경쟁, 정치적 목적의 희토류 수출규제 등 반시장적 정책 행보를 보였다. 경제규모에 걸 맞는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는 눈총을 받게 되었다.

2012년 시진핑 주석의 시대를 맞았다. 국가비전으로 중국몽(中國夢)의 실현을 내걸었다. 대외정책은 분발유위(奮發有爲)를 표명했다. 드러내지 않으며 힘을 키우던 도광양회에서, 힘을 드러내며 도약하는 대전환이다.

시진핑의 중국몽은 미국과 대등한 관계를 구축해 21세기를 선도하는 강국의 꿈을 목표로 한다. 중화민족주의가 바탕이다. 그 대표적인 정책이 ‘중국 제조2025’와 ‘일대일로(One belt, one road)’다.

전자는 중국이 첨단 과학기술 등 제조분야에서 2025년 까지 세계 최강으로 자리매김 하겠다는 계획이다. 후자는 중국 내륙과 해상, 그리고 주변국을 연결하는 신 실크로드를 건설이다. 경제협력과 무역을 확대하기 위해 새로운 경제영토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 100여 국가와 국제기구가 참여하고 있다. G2를 넘어 G1을 향한 대장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CNBC방송 인터뷰에서 중국제조2025에 대해 "중국이2025년 까지 훨씬 더 강해지고 지배적이 된다는 의미"라며 "나(미국)에게는 너무 모욕적이고 그럴 수는 없다."고 했다.

이 전쟁의 배경이자 실체다. 트럼프 대통령만의 생각일까? 아니다. 중국이 세계무대에 등장하면서부터 이미 예견된 전쟁이다. 오래된 미래나 다름없다. 오히려 전쟁 시작이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 수습에 리더십이 집중되면서 많이 늦어졌다.

전쟁이 끝나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 와중에 한국의 피해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이제 전쟁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우리의 대응과 선택만 남았다. 답은 명료하다. 위기상황에 대한 국민적 공감형성이 시급하다.

더불어 정치, 경제, 노동 등 각계의 지도자들이 위기 극복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집단지성의 힘을 발휘할 때다. 내부 분열을 극복하지 못한 채 미·중 전쟁의 파고를 넘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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