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도입한 주 52시간 근로제가 내년 전면시행을 앞두고 있다. 주요 대기업은 일찌감치 근로시간 단축제를 시행하고 있어 큰 혼란은 없지만, 내년부터 정책을 도입해야 하는 중소·중견기업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근로 단축에 대한 중소·중견기업의 준비가 미비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사진제공=연합뉴스)

중견·중소기업 65% , "손도 못 대"
 
"지금까지도 인력을 구하지 못해 근근이 버텨왔는데 일하는 시간까지 줄이라니 암담하네요."
 
주 52시간 근로제가 내년 50인 이상의 사업장으로 확대 시행되면서 중소·중견기업들의 걱정이 많다. 중소기업계는 물론 유통, 건설 등 산업계와 근로자·자영업자까지 전방위에 걸쳐 직원은 '임금 감소', 기업은 '계약 포기'라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근로기준법을 지키려면 현재로선 인력을 10~30%정도 더 뽑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경기 불황에다가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비용의 증가로 채용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근로 단축에 대한 중소·중견기업의 준비가 미비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소기업 열 곳 중 여섯 곳 이상은 지금껏 정책 도입에 관한 아무런 대응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 52시간 근로제를 인력 충원으로 극복하겠다는 기업은 30%를 밑돌아 고용 창출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3~7일 주 52시간 근로제 확대 시행에 관한 기업들의 준비 상황을 묻고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내년부터 근로시간을 단축해야 하는 기업 118곳 가운데 77곳(65.2%)에서 '손도 못 대고 있다'고 응답했다. '잘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11.9%(14곳)에 불과했다.
 
특히 전체 기업 가운데 63.6%(75곳)는 이렇다 할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주 52시간 근로제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답해 눈길을 끈다. 당장 주 52시간 근로제를 일률적으로 확대 시행했을 시 산업현장의 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주 52시간 근로제가 중소·중견기업들에게 현실성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정부 차원의 보완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강대 임채운 경영학과 교수는 "사회적 합의나 공감대 없이 주 52시간제를 시행했기 때문에 버스파업 등이 나타나는 것으로, 다른 부분에서도 이런 사태가 폭발적으로 일어날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후속 보완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숙명여대 권순원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임금체계로는 버스뿐 아니라 다른 업종도 주 52시간제에 따른 임금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고정적인 기본급을 확대하고 변동이 많은 수당을 줄이는 한편 근로자도 최소한의 임금 감소는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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