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드래곤 양산 좀 써라 여름에 남자도 양산 쓰게”
“누가 지드래곤한테 양산 좀 선물해 줘라”
 
몇 해 전부터 여름이 되면 각종 사이트에 ‘지드래곤 양산’ 글이 꾸준히 올라온다. 우리나라 패션 선두주자로 꼽히는 지드래곤이 남성을 대표해 양산을 써줬으면 좋겠단 글이다. 지금까지 양산은 여성소품으로 여겨졌지만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남성들도 양산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일본, ‘양산 쓴 남자’ 캠페인
 
가까운 일본에서도 양산은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2018년 일본 환경성 조사에 따르면 여성 69.8%가 양산을 사용하는 반면 남성은 14.3%만 쓴다. 남의 시선이 의식된다는 이유에서다.
 
일본은 본격적인 여름 더위를 앞두고 양산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캠페인을 시작했다. '양산 남자(日傘男子, 히가사 단시)'를 늘리자는 것이다.

환경성은 이를 위해 관련 자료를 포스터 형식으로 제작해 배포했다. 양산이 실제로 더위 차단에 효과가 있다는 내용을 알기 쉽게 정리했다. 포스터를 보면 기온을 섭씨 30도, 습도를 50%로 설정한 상태에서 양산을 쓰고 15분 동안 걸으면 모자만 착용했을 때에 비해 땀 발생량이 17% 감소했다. ‘더위 지수’가 ‘위험’단계 일 경우 양산을 사용하면 최대 1~3도 낮출 수 있다고 환경성 측은 설명했다.
 
업계도 적극 홍보에 나섰다. 대형 백화점과 양판점에는 ‘남성용 양산 코너’가 생겼다. 16일 ‘아버지의 날’을 맞아 아버지께 양산을 선물하자는 마케팅도 진행됐다. 캠페인 시작 후 같은 기간 불과 4개가 팔렸던 지난해와 달리 판매량이 15배나 늘었다. 높은 기온과 습도에 지친 일본 남성도 이젠 더위에 체면보다 실속이 먼저다.
 
태양을 피하고 싶은 건 한국 남성도 마찬가지
 
우리나라에서도 남성이 양산을 쓰는 일이란 용기가 필요한 일로 여겨진다. ‘양산’의 의미를 국어사전에 검색해봐도 ‘주로, 여자들이 볕을 가리기 위해 쓰는 우산 모양의 큰 물건’이라고 나온다. 거리에서 양산 쓴 남자를 보기 어려운 이유다.
 
하지만 100년 만에 폭염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계속되는 폭염에 우리나라도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아프리카만큼 덥다고 해 ‘대프리카’라는 별명이 붙은 대구는 며칠 전부터 ‘폭염 시 남녀 구분 없이 양산쓰기를 일상화하자’는 캠페인을 실시했다. 시청 직원과 중구청 자율방재단원들은 동성로 인근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양산을 나눠줬다.

남성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열사병도 안 걸리고 피부가 보호 돼서 좋다’, ‘남의 시선 의식하지 말고 내 몸 내가 지키자’ 등의 반응이다.

덕분에 대구백화점에서는 이달 들어 현재까지 남성 양산의 판매랑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평소 더위를 많이 타는 이 씨(30)는 “일본처럼 우리나라에도 남자가 거리낌 없이 양산을 쓰는 문화가 생겼으면 좋겠다”며 “남성이 쓸 수 있는 깔끔한 디자인의 양산이 많이 출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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