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 요양보호사, 도시가스 검침원, 정수기 점검원. 이들의 공통점은 고객의 집에 찾아가는 방문노동자라는 사실이다. 성비는 여성이 월등히 높다. 문제는 여성 방문노동자의 성추행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인데 근본적 해결은 요원하다.
 ▲도시가스 검침원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안전 삼각지대에 놓인 여성 방문노동자들

지난달 2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도시가스 안전점검원의 안전 대책을 요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성추행을 당한 점검원이 자살기도를 한 지 일주일만이었다.
 
도시가스 안전 점검원의 성추행 사례는 한 두 번이 아니다. ‘한 번만 안아주고 가라’, ‘예쁜 아줌마는 몇 살?’ 등의 성희롱 발언도 쉽게 일삼는다. 옷을 벗고 있거나 가까이 다가와 노골적으로 몸을 비비는 등의 추행도 비일비재하다.
 
비단 도시가스 점검원의 문제만은 아니다. 정수기, 비데, 공기청정기 등을 관리하는 대다수 여성 방문노동자도 직면한 현실은 똑같다.
 
최근엔 재가 요양보호사의 성추행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들 또한 특정 신체부위를 만져달라거나 언어적 성희롱, 갑질을 당하기 일쑤다. 심지어 ‘너 나 때문에 벌어먹고 살잖아’라는 말로 겁박 당하기도 한다.
 
고객유치와 예산에 밀리는 노동자 인권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자 한 가스 회사는 검침원들에게 호루라기를 지급했지만 현장에서 사용한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다음 내려진 매뉴얼은 ‘고객이 신체적 접촉을 시도할 경우 자리를 피하라’거나 ‘음담패설을 못들은 척 하라’는 식의 대처다. 실질적인 해결책이 안될뿐더러 황당하다는 게 검침원들 입장이다.
 
검침원들은 위험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2인 1조 운영을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측은 인건비 상승 문제로 거부하고 있다.
 
민간으로 운영되는 요양원의 경우 고객 유치에 사활을 걸기 때문에 성추행이나 성희롱을 온전히 노동자가 끌어안을 몫으로 두는 것도 문제다. 영세한 민간업체들끼리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노동자들의 권익은 뒷전이다.
 
가정 방문노동자에 대한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안전 확보를 위한 사회적 고민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민간 서비스를 공공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익 사업 때문에 노동자를 보호하지 않고 오히려 착취하는 식의 서비스를 멈춰야 한단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진 방문 노동자를 보호할 법은 마련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가정 방문 서비스가 생활의 중요한 영역으로 자리 잡은 만큼 정부, 자치 단체, 기업이 걸맞은 안전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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