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 공산군이 38선 전역에 불법 남침함으로써 일어난 비극적인 전쟁의 아픈 기록을 남긴 한 저자가 있다.

저자 한준식은 전쟁이 끝난 뒤 자신이 겪은 전쟁의 고통과 공포를 생생하게 후세대에게 그 모습을 알려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일어나선 안 된다는 것을 말하고자 했다. 이제 여든아홉이 되어서야 손녀를 통해 자신의 참전기를 세상에 알릴 수 있었던 그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6·25전쟁 69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전쟁 미경험 세대에 교훈을 주고 있다.
 
 ▲책 <여든아홉이 되어서야 이 이야기를 꺼냅니다>에서 소개 된 저자 한준식의 제대증과 6·25참전전투기록 (사진제공=알에이치코리아)

'선배 세대의 기록'이자 '아픔의 기록'

"요즘 젊은 사람들 중에 이런 케케묵은 6·25전쟁 이야기에 관심 갖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느냐"라는 반응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상에 손녀가 올린 할아버지의 기록은 순식간에 조회 수 20만 을 넘어섰다. 이를 계기로 저자 한준식은 평생 꿈꿔본 적조차 없었던 자신의 기록을 수많은 이들에게 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가 전한 '6·25참전전투기록' <여든아홉이 되어서야 이 이야기를 꺼냅니다>는 그가 전쟁 당시 20살의 나이로 입대한 1952년부터 군생활을 마친 1956년 11월 20일까지의 기록이 담겨있다. 이 기록에서는 그가 겪은 전쟁에서 마주했던 모든 장면과 상황이 마치 그림처럼 세밀하게 묘사돼 있다.
 
특히 그는 자신이 6·25전쟁에서 참전했던 전투 중 백운산·지리산 토벌 작정 등이 가장 치열하고 참혹했던 전투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그 전투에서는 과다출혈 상태로 물을 마셔 죽은 전우들하며, 비 내리듯 날아오는 포탄을 어떻게든 피해야 했던 절박한 상황이 그대로 나타났다. 그는 "지금 이 물을 마셨다간 나도 저렇게 죽겠다는 생각에 한 모금 입에 넣었다가 뱉었다"며 "살기 위해 조각 난 시체더미 아래 몸을 숨겨야 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전쟁터에서 죽어가는 전우를 보며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는 것에 무력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심지어 "차라리 총알 몇 방 맞고 죽은 이는 행운"이라며 포탄에 맞은 이들은 공중에서 산산조각 부서졌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그가 이러한 참혹한 전쟁을 기어코 기록으로 남기게 된 데에는 "자신이 살아남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젊은 날 자신의 목숨을 바칠 수 밖에 없었던 수 많은 사람들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 책은 "자신의 의지로 해결할 수 없는 역사적 비극 앞에 힘없는 개인이 어떻게 묵묵히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헤쳐 나갔는지,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인간의 본성이 어디까지 드러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 한다"면서 "평화의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사 전문가 설민석 강사는 이와 관련해 이 기록은 한 개인의 기록이 아닌 우리나라를 지켜낸 '선배 세대의 기록'이자 '아픔의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설 강사는 "이 기록이 한민족끼리 서로 총부리를 들이댈 수 밖에 없었던 서글픈 세대에 대한 회고록이라고 할 수 있다"며 "전쟁이 한 개인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차마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의 시간을 견디며 대한민국을 지켜내신 선배님들께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며 "이 책을 통해 분열과 반목보다는 화합과 번영을 그려나가는 시대의 첫 단추가 되길 응원한다"고 덧붙였다.
 
저자도 독자들에게 "그대들은 나와 내 전우들이 목숨 걸고 지켜낸 이 나라에서 그 어떤 전쟁의 위험 없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한다"면서 "어떤 압박 속에서도 유혹에 넘어가지 말고 정신적인 무장을 단단히 해 본인 스스로부터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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