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동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올인’하고 나섰다. 아동을 단순한 양육 대상이 아닌 생존권과 발달권, 참여권, 보호권을 가진 권리주체로 보고 국가의 책임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아동 인권 강화를 위한 법·제도를 개편하는 등 대대적인 손질을 예고했다.
 
 ▲정부가 23일 아동의 삶 개선을 위한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정부 '포용국가 아동정책' 발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국 가운데 우리나라 아동의 삶 만족도는 최하위 수준이다. OECD 아동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아동의 삶의 만족도는 6.57점으로 2013년(6.10점)보다 상승했지만 OECD 평균(7.6%)보다 낮았다. 과거보다 물질적으로 풍족해졌음에도 한국 아동의 대다수가 삶에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23일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아동의 삶 개선을 위한 국가 책임을 확대하는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포용국가 아동정책’에는 ‘아동이 행복한 나라’라는 비전 아래 아동의 보호권과 인권·참여권, 건강권, 놀이권 등 4대 전략과 16대 과제가 담겨 있다.
 
이에 따르면 상당부분 민간에 맡겨져 있던 학대·시설 아동보호를 국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진다. 앞으로 보호가 필요한 아동은 국가가 책임지는 시스템을 갖추겠단 의도다.
 
학대나 빈곤·유기 등의 이유로 보호가 필요한 아동이 생기면 지자체가 직접 상담하고 가정환경을 조사한다. 지자체는 상담·조사를 바탕으로 아동이 부모의 보호 아래 원가정에서 자랄 방안을 최우선으로 찾는다. 아동이 원가정에서 자라는 게 가장 이상적이기 때문이다. 불가피하게 분리가 필요한 경우, 각 지자체 ‘사례결정위원회’를 통해 입양·시설·가정위탁 등 아동에게 가장 적합한 보호방식이 무엇인지를 결정한다.
 
또한 정부는 민법이 규정한 ‘친권자의 징계권’에서 체벌을 제외키로 했다. 민간에 의존하는 입양체계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강화하는 쪽으로 개편한다. 건강지원을 강화하고, 창의성과 사회성을 위한 놀이혁신 정책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정책은 부모가 자녀를 체벌하지 못하게 한 대목이다. 관련 민법 915조는 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돼왔지만 1960년 제정된 이래 개정되지 못했다. 민법 915조는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아동에 대한 체벌을 정당화하는 사유로 인용되는 한편 아동복지법상 체벌 금지 조항과도 상충하는 면이 있었다.
 
더불어 최근 아동학대가 증가하면서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된 바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사례건수는 아동학대 예방사업이 시작된 2001년부터 최근까지 매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 2,105건에서 2017년 2만 2,367건으로 10배 이상이나 늘었다. 더욱 놀라운 건 학대 행위자가 부모인 경우가 매년 70%이상을 차지해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정부의 징계권 개정은 아동 체벌에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제고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감을 모은다.
 
이 밖에도 정부는 모든 아동이 태어난 즉시 정부에 등록되고 보호받을 수 있도록 ‘출생통보제’를 도입한다. 이는 출생신고도 없이 유기되거나 학대·사망·방임되는 아동을 줄이기 위함이다.
 
특히나 실질적으로 아동의 삶의 질이 향상되도록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한다. 아동모바일헬스케어·아동치과주치의·영유아건강검진 등을 통해 아동의 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지역·유치원·어린이집·학교에 놀이 인프라를 확대해 아동의 창의성과 사회성을 계발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아동은 양육 대상이 아니라 현재의 행복을 누려야 할 권리의 주체”라며 “아동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국가 책임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