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북 식량지원과 관련, 국내 여론 수렴에 나선 가운데 인도적 지원에 대한 한국교회의 의견을 들었다. 교계 지도자들은 정부에게 "북한 주민들이 식량부족으로 고통 받고 있는 만큼 대북 인도적 지원에 뜻을 같이 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대형교회 목회자들이 면담을 가졌다.(사진제공=연합뉴스)

교계 "국민 설득하며 지혜롭게 해달라"
 
최근 북한의 잇따른 무력시위로 대북 식량지원에 속도조절론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와 별개로 인도적 측면에서 식량지원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대북 식량지원을 위한 구체적인 시기와 규모, 방식 등을 두고 고심 중에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대북 식량지원의 시기·규모·방식과 관련 "내부회의 등은 실무적 차원에서 계속 하고 있지만 결정된 것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모든 방안을 완전히 열어놓고 의견수렴을 하고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열어놓고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정부는 대북 식량지원 방침 결정에 앞서 기존에 약속했던 ‘국제기구를 통한 800만 달러 대북 공여’를 추진할 방침이다. 이는 정부가 2017년 남북협력기금을 국제기구에 공여해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하기로 의결하고도 국제사회와의 관계 속에 이행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일단 정부는 800만 달러 대북 공여로 남북 간의 대화창구를 연 뒤, 대북 식량지원 문제는 국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면서 구체적인 조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현재는 대북 식량지원과 관련해 국내 여론 수렴에 공을 들이고 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지난 14일 인도적 지원에 대한 민간·종교단체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어 17일엔 국내 대형교회 목회자들과 만남을 가졌다. 김 장관이 대형교회 측을 만난 것은 인도적 지원에 관심을 가져온 종교계를 면담하는 성격이 크다.
 
이날 면담에는 사랑의교회 오정현 담임목사,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 새에덴교회 소강석 담임목사가 참석했으며 대북지원사업을 해온 비정부기구(NGO)인 '사랑광주리' 측 관계자도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비공개로 진행된 가운데 통일부에 따르면, 참석한 교계관계자들은 남북관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 주민들이 식량부족으로 고통 받고 있는 만큼 '대북 인도적 지원을 추진해야 한다'는 데 정부와 뜻을 같이 했다.
 
김삼환 원로목사는 북한 내 환자, 장애인, 어린이 등을 언급하며 "이런 지원 문제는 미국 정부에서 이해를 좀 해주고 정부도 앞장서야 하지만 교계나 민간 차원에서도 적극 참여하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나 북한의 어려운 사정을 국민들에게 잘 설명하는 등 대북지원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요청됐다.
 
소강석 목사는 모두발언에서 "보수건 진보건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그런 식량지원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고 본다"면서도 "장관께서 교계의 의견을 좀더 들으시고 국민적 설득을 하시면서 지혜롭게 하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대북지원에 대한 교계의 지지에 감사의 뜻을 표하며, "향후 대북 정책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인도적 지원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독교계와 상시적으로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교계관계자들과의 만남에 이어 김 장관은 오는 20일 전국 대학 총장들로 구성된 통일교육위원협의회 회장단과 간담회를 갖는다. 또 김희중 가톨릭 대주교와 면담을 하는 등 대북 식량지원에 대한 의견 수렴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식량지원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다만 국민적 공감과 지지가 필요한 만큼 당분간은 국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