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2시 45분, 헌법재판소는 낙태죄를 '헌법불합치'라고 결론 내렸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낙태죄 폐지'를 들고 있던 시민들은 일제히 기쁨의 환호성을 터뜨린 반면 낙태 반대를 외쳐 온 종교계 및 시민단체들은 침묵하며 유감을 표명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11일 낙태죄 위헌을 결정하자 시민단체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여성의 권리 존중 위한 초석

낙태죄 법안이 만들어진 지 66년 만에 ‘위헌’이라는 결정이 나왔다. 2012년 합헌 판결 뒤 7년 만에 뒤집힌 결과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결정에 대해 여성계는 자신의 몸과 개인적인 판단이 존중받을 수 있는 초석이 됐다는 입장이다. 낙태죄에 대해 태아의 생명만을 내세워 여성의 권리를 박탈하고, 국가가 여성을 아이를 낳고 양육하는 도구로 인식하는 조항이라고 주장해 왔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23개 단체가 모인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의 나영 공동집행위원장은 “2019년 4월 11일은 그동안 여성을 통제 대상으로 삼아 책임을 전가해왔던 역사에 대해 마침표를 찍은 중대한 날”이라고 환영했다.
 
대리인단의 김수정 변호사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보장되지 않는 한 태아의 생명권도 보장되지 않는다”며 “임신,출산,양육에서 1차적 주체는 여성이기에 이를 존중하는 원칙 하에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태아는 하나님이 주신 생명이자 인격적 존재”
 
반면 낙태죄 유지를 주장해 온 입장에서는 실망감이 역력했다. 낙태는 무고한 생명을 직접 죽이는 죄이자 생명경시 풍조의 확산을 무시한 행동이라는 점을 주장한다.
 
‘낙태법유지를바라는시민연대’는 “의학기술의 발달로 임신 6주부터 태아의 심장 박동을 들을 수 있는데 이번 헌재의 결정은 2012년 결정을 뒤집는 시대착오적, 비과학적 판단”이라고 말했다.
 
기독교와 천주교 등 종교계에서도 유감을 표한 가운데 한국 교회는 낙태에 대한 성경적 지침에 따라 윤리와 도덕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생명은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이기 때문에 영적 존재인 태아의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충남기독교총연합회는 성명서를 통해 “성경에서는 하나님이 모태에서 태아를 직접 만드시며 태아 상태일 때 이미 그의 인생을 설계하셨다. 태아도 희노애락 감정을 느끼며 하나님과 인격적인 관계를 맺는 존재”라면서 “무죄한 아이를 편리와 유익을 위해 아이들이 인신제사로 희생되는 것을 성경에서는 매우 악하다고 한다”고 전했다.
 
한국교회총연합 역시 “사람의 생명은 잉태되는 순간부터 실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 “모태의 생명과 연관된 상태가 아닌 이상 인위적으로 중단하는 건 태아를 자기 소유로 생각하는 무지이자 권력 남용”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생명존중 가치가 무너질 때 성 범죄율 상승, 저출산 문제 등 사회 문제가 우려된다는 것이 종교계의 입장이다.
 
한국교회연합은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폐지로 인해 자유분방한 성적 쾌락지상주의의 확산으로 이어져 여성이 성도구화의 수단으로 전락할 수도 있음을 조금이라도 살폈다면 오늘과 같은 판결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한국교회가 △미혼모 적극 지원 △청소년들 성교육 강화 △올바른 성문화 조성 등 성경적 가치관을 토대로 생명윤리 보호를 위해 더욱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 요구되고 있다.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는 “간통죄 폐지에 이어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까지 내려진 상황에서 한국 교회는 더욱 성경적 생명윤리와 성윤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며 “기독교인들이 우리 사회의 무너진 도덕성을 회복하고 세상의 소금과 빛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낙태죄 처벌이 '헌법불합치'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발표되면서 낙태를 허용하도록 하는 법 조항 개정이 불가피해졌다. 오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법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낙태죄 규정은 전면 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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