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강남 클럽 '버닝썬 사태'로 떠들썩하다. 마약, 성범죄, 몰카, 탈세 그리고 공권력 유착까지 온갖 범죄가 클럽 버닝썬 안에서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이미 3년 전 강남 클럽에 6개월간 잠입해 그 민낯을 목도한 목사가 있다. 마치 이번 사태를 예견이라도 한 듯 지난 2월에는 <메이드 인 강남>이라는 소설까지 펴냈다. 이른바 '성지(미래를 예측하거나 적중한 글)'라는 표현과 함께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주원규 목사(동서말씀교회)를 만나 우리가 몰랐던 '강남'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소설 <메이드 인 강남>을 집필한 주원규 목사 ⓒ데일리굿뉴스

강남에 의한, 강남을 위한
 
소설 <메이드 인 강남>은 상위 0.1%의 권력자와 유명 아이돌, 성매매 여성 등 10명이 강남 중심에서 마약에 취해 변태적인 그룹 섹스 파티를 벌이던 중 살해되는 사건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이들의 죽음은 이른바 '설계자'라 불리는 대형 로펌 변호사와 경찰의 공조 하에 자살 등으로 설계된다.
 
<메이드 인 강남>은 욕망과 천민자본주의로 점철된 '강남'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냈다. 소설 속에서 그려진 강남의 민낯을 마주하기까지는 용기가 꽤 필요했다. "설마 팩트일까"라는 기우(杞憂)는 현실이었다. 저자 주원규 목사는 "살인사건을 제외하곤 모두 팩트"라며 "오히려 소설이 현실보다 약한 편"이라고 '강남' 이야기를 시작했다. 
 
주 목사는 2012년부터 가출청소년을 케어하며 글쓰기 지도 및 검정고시 지원 등의 일을 해왔다. 2015년 겨울, 아이들이 하나둘 사라지더니 연락마저 두절됐다. 수소문 끝에 한 아이와 겨우 연락이 닿았다. 아이들의 종착지는 강남 클럽이었다.
 
"강남 클럽에서 10배 이상 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알기론 클럽은 유흥을 즐기는 곳인데,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있기에 많은 돈을 버는지 의문이 생겼어요. 특히 여자아이들의 경우 과연 클럽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뭘까. 당장 아이들을 찾아야 했어요."
 
주 목사는 연락이 닿은 가출청소년 출신 클럽 가드(경호원)에게 취업을 부탁했다. 삼고초려 끝에 낮에는 클럽 설비와 주류배달, 밤에는 콜카(성매수 남성과 성매매 여성을 2차 장소로 이동시키는 차량)기사로 일할 수 있었다. 잠입한 지 두 달여가 지나자 관계자와 안면이 트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비로소 강남 클럽 안에 존재하는 또 다른 음성적 문화를 목도할 수 있었다.
 
"강남 클럽은 언터쳐블 공간이에요. 특히 VVIP 네트워크라고 불리는 고객에게 술, 여자, 마약 등을 알선하는 일명 '스페셜 이벤트'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가학적이고 변태적인 일들이 횡행했어요. 이런 구조에서 미성년 (여자) 아이들이 희생양으로 착취당하고 있었고요." 
 
희생양 중에는 주 목사가 애타게 찾던 아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아이들을 데려올 수 없었다. 아이들에게는 불과 몇 달 사이 거액의 고리사채 빚이 얽혀 있었다. 고리사채보다 더 큰 문제는 희망고문이었다. 아이들은 연예인이 될 수 있다는 포주 MD의 미끼를 쉽게 놓지 못했다.
 
주 목사는 아이들에게 "계급사회에서 강남이 아니면 금수저들과 공정하게 싸울 수 있는 곳이 없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소설 속 인물인 성매매 여성 혜주도 비슷한 말을 했다.
 
아이들을 탓할 수 없었다는 주 목사, 그 자신도 기성세대로서 참담함과 죄책감이 컸다. 3년이 지난 지금, 강남 클럽에서 벗어난 아이들은 단 2명뿐이었다. 그조차도 정신장애를 갖거나 잦은 중절수술로 자궁을 적출하게 돼 쓰임새가 없어져 버려졌다.  
 
 ▲<메이드 인 강남> (주원규 지음, 네오픽션) ⓒ데일리굿뉴스

작은 변화 속 피어나는 희망 
 
"경찰 생활을 통해 재명은 밑바닥 인생과 최상층 인생 사이를 오가면서 진정한 비루함이 무엇인지 뼈저리게 목격해왔다. (…) 현장에서 검거되어도 돈이 있다면 풀려날 수 있는 게 강남의 법칙이기도 하다." - <메이드 인 강남> 본문 중에서
 
주 목사는 '마약 청정국'이라 불리던 한국사회에서 GHB(물뽕) 등의 마약이 성행하고 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여성에게 마약을 먹이고 성폭행 시도를 하거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미숙한 대응 등 3년 전에도 '버닝썬 사태'와 똑같은 일이 반복됐다.
 
"VVIP 네트워크 중 한 고객이 부킹 온 일반 여성고객에게 물뽕을 먹이고 성폭행을 시도했어요. 그 과정에서 여성이 정신 차리고 저항하자 눈이 함몰될 정도로 폭행한 거예요. 그런데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문 앞에서 관계자 말만 듣고 돌아갔어요. 클럽 안에는 주취자들만 있기 때문에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고 몰고 가더라고요."
 
주 목사는 잠입 후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심지어 저녁 시간대에는 강남 가는 것조차 힘들 정도다. 목회자로서 겪는 윤리적 딜레마는 더 컸다. 지금도 강남 어디선가 음성적 문화에 착취당하고 있을 아이들을 설득하지 못한 것이 그를 괴롭히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런 주 목사에게 버닝썬 사태는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연예인들의 잘못은 발본색원해야 돼요. 하지만 거기에만 포커스를 두는 것 같아 씁쓸해요. 본질적 문제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성산업 카르텔과 배금주의라고 생각해요. 돈이라면 다 된다는, 강남이라면 다 된다는 오랫동안 고착화된 모든 관계를 수면 위로 떠올리는 작업이 이젠 필요해요."
 
하지만 주 목사는 이번 사태를 통해 동시에 작은 희망 또한 내다봤다고 전했다. 과거와 달리 문제가 공론화 되고 사회적 관심과 대응이 달라진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교회의 관심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회가 사회적 약자와 낮은 곳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을 때 교회다움을 회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출청소년들은 폭력성이 많고 언제 변할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입니다. 그래서 받아들이기 꺼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런 곳에 교회가 나서야 합니다. 더 나아가 가정의 해체를 막을 수 있는 통로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야 합니다. 기독교가 악한 세상 속에서 일말의 희망을 찾아 나설 수 있는 유일한 종교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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