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새학기를 맞아 술자리가 잦은 시즌이다. 이맘때가 되면 크리스천 청년들은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해 술자리는 가야겠으나 술을 마셔야 할지 마시지 말아야 할지 갈등하는 것이다. 이에 본지는 청년들이 술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아울러 전문가를 통해 술에 대한 올바른 대처법과 성경적으로 어떻게 술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짚어봤다.
 
 ▲홍대 인근 클럽 거리의 모습

크리스천은 왜 술을 마시면 안되나?
 
우리사회에서 크리스천은 술을 마시면 안된다는 인식이 기본적인 정서로 자리 잡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가 조성된 데는 초기 한국에 파송된 선교사들의 금주운동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책 <기독교 역사 속 술> 저자 성기문 교수는 기독교 간 금주문화가 자리잡게 된 배경으로 △미국 근본주의 △청교도주의를 계승한 선교사 △미국 감리교의 절제 운동 등을 꼽았다.
 
우리나라에 처음 복음을 전한 미국인 선교사 대부분은 엄격한 청교도 신앙을 지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 교수는 “금욕주의적이고 근본주의적인 신앙관을 가진 선교사들은 음주로 인해 가정 폭력, 집안일과 관련한 여러 가지 문제, 건강상 문제가 발생하자 음주를 구원 문제와 연결했다”며 “기독교인이라면 윤리적,도덕적 측면에서 금주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라고 전했다.
 
조선 말기와 일제 강점기 개신교가 사회 변혁을 위해 벌인 절제 운동도 영향력이 컸다는 분석이다. 이 당시 전개된 ‘절제 운동’은 술·담배 끊기, 농촌 살리기, 부채 탕감 운동 등 윤리적·사회적 운동 확산을 위한 역할을 했다. 청교도 신앙과 당시 사회적으로 전개된 절제운동은 한국교회 내 음주를 금기시하는 정서가 자리잡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크리스천, “마실 수도 없고, 안 마실 수도 없고”
 
이러한 배경 속에서 크리스천은 당연히 금주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지만, 크리스천들 사이에서는 꼭 금주를 해야 하는 것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부모님으로부터 술을 마시는 것은 ‘죄’라고 배웠다는 모태신앙인 A군(20)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기독교인이 술을 마시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든다”면서 “하지만 과하지 않게 절제하면서 마시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친구 관계 유지를 위해서라도 아예 마시지 않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각각 사회생활 5년차, 8년차인 B씨(30, 여)과 C씨(33) 역시 “교회는 술을 권하는 문화가 아니다보니 사회생활 초기에는 술을 안 먹으려 했으나, 직장 동료들과 선후배와 친하게 어울리고, 진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 한두잔 정도는 마신다”고 대답했다.
 
술 마시는 것 자체가 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도 있다. D씨(35)은 “술을 마시고 안마시고의 여부 하나만을 두고 그 사람의 신앙 자체를 판단할 수는 없기 때문에 술을 마시는 것을 죄책감으로 여길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을 통해 술에 대한 올바른 대처법과 성경적으로 어떻게 술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짚어봤다.

 금주 “신앙의 기준은 아니지만…”
 
그렇다면 이같이 다양한 주장을 펼치고 있는 크리스천들은 술에 대해 어떤 자세를 가지는 게 옳을까.
 
특별히 사회생활을 하는 청년들에게 직장사역연합 대표 방선기 목사는 술과 우리나라 음주문화를 구분할 필요성이 있음을 전했다. 자기 스스로의 의지로 마시는 서구 문화와 달리 술을 강요하는 우리나라 술 문화를 지적했다.
 
방 목사는 “믿음이 없는 사람들과 술자리를 할 경우, 자신의 완강한 술 거부로 인해 분위기를 흐리거나 원활한 교제를 막는다고 판단된다면 몇 잔의 술을 마실 수 있다“며 ”기억해야 할 점은 자신이 술을 마시는 것이 상대방과의 교제를 위해 예의를 갖추는 행동인지 이미 술 마시는 분위기를 즐기고 있는 모습인지 스스로를 돌아보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어 “상대방이 술을 더 심하게 권하더라도 예의를 갖춰 정중히 거절할 수 있는 절제 능력도 필요하다”며 “애초부터 절제할 수 있는 자신이 없다면 아예 처음부터 먹지 않는 것이 또 다른 대처법으로 거론되는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교회가 술 마시는 크리스천을 완전히 정죄해서도 당연하게 여겨서도 안되지만, 크리스천끼리도 술이 있어야만 교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면 이러한 교제는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직장선교사역자 강하룡 목사(예함교회)는 자신의 SNS를 통해 “성도가 어쩔 수 없이 술 한 잔 받는 것에 대해 배도한 것처럼 몰아가지 않기 바란다”며 “과도하게 경직된 기준이 성도들의 반감을 산다. 이로 인해 자원하는 절제와 경건의 유익보다는 개인의 자유를 주장하는 방향으로 흐르게 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교회 지도자, 중직자들, 성숙한자들이라면 성경에 나오는 나실인의 서원, 왕에 대한 포도주 교훈, 바울의 절제, 선교사들의 가르침을 따라 엄격한 절제가 성경의 가르침”이라며 “‘그러므로 만일 음식이 내 형제를 실족하게 한다면 나는 영원히 고기를 먹지 아니하여 내 형제를 실족하지 않게 하리라(고전 8:13)’ 말씀을 인용해 금주하는 것이 유익하다”고 말했다.
 
그는 신앙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초신자들에게는 음주를 절제 할 것을 주문해 눈길을 끌었다. “음주를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술은 어차피 한 순간에 끊을 수 없을뿐더러 하나님과의 만남과 은혜가 먼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다만 짚어야 할 부분은 술을 마시고 안 마시고의 행위 자체가 구원의 확신을 결정짓는 핵심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강 목사는 “구원의 기준은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을 믿는 믿음”이라면서 “술 한잔 마셨다고 예수님을 배반한 것이 아니다. 술은 신앙과 관련돼 ‘비본질’이다. 훌륭한 신앙 기준은 가정과 일터에서 예수님이 분부하신 모든 것으로 배우고 순종하는 태도에 있다”고 밝혔다.
 
<기독교 역사 속 술>의 저자 성기문 교수 역시 “음주는 아디아포라, 즉 신앙의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예수 그리스도 한 분을 믿는 것만으로 구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국교회의 여전한 뜨거운 감자인 ‘술’, 술을 마시는 것이 개인의 구원과 신앙의 척도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성도 스스로 절제하며 때와 장소에 알맞게 대처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