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생의 수학과목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10%대에 달하면서 학력 저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기초학력 저하를 방관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교육부는 초등학교 저학년 수학 교육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발표했지만, 정확한 원인 분석 없이 땜질식 처방만 되풀이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지난해 중학생의 11.1%, 고교생의 10.4%가 수학 과목에서 기초학력 미달인 것으로 나타나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중고생 10% 이상이 수학 낙제
 

"중학생인데도 기본적인 사칙연산, 분수의 덧셈과 뺄셈을 계산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일찌감치 수학과 담을 쌓은 채 중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중학교 교사들 사이에서는 해를 거듭할수록 '수포자(수학 포기자)'가 늘고 있음을 실감한다는 말들이 나온다. 실제로 중고교생 10명 중 1명이 수학 과목에서 기초학력 미달인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교육부가 발표한 2018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중학생의 11.1%, 고교생의 10.4%가 수학 과목에서 기본적인 교육과정조차 따라가지 못했다. 최근 10년간 추이로 보면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가장 낮았던 2012년 3.5%(중3), 4.3%(고2)에 비해 최대 4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특히 중학생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다른 과목에서도 전년 대비 늘었다. 국어의 경우 4.4%, 수학은 11.1%, 영어는 5.3%의 학생이 기초학력 미달로 집계됐다. 고등학생은 수학이 10.4%였고, 국어는 3.4%, 영어 6.2%가 기초학력에 못 미쳤다.
 
교육부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늘어나는 이유로 토론과 프로젝트 등 수업 방식이 바뀌었지만, 평가 방식은 그대로인 점을 꼽았다. 또 과거에 비해 미래역량에 대한 기초학력의 개념이 다양해졌다는 설명이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교육 방식이 달라지는데 기초학력은 여전히 지필고사로 측정하는 데서 괴리가 나타났다고 본다"며 "토론, 프로젝트같이 혁신적인 수업방식에 익숙한 현 중고교생들이 교과지식 위주의 지필평가에 익숙하지 않은 탓도 있다. 평가방식 또한 전수평가에서 표집평가로 전환되며 정확한 진단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교육당국의 이런 분석은 중고교생들의 현실을 외면한 처사라는 게 교육계의 지적이다. 학력 저하의 근본 원인은 모른 채 '시험 방식'을 탓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실제 많은 교육 전문가들은 중고교생 학력 저하의 원인을 현 교육 방식에서 찾는다. 2014년부터 학업 부담을 줄이고자 교과학습을 경시한 교육 등이 학력 저하를 초래했다는 의견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습득한 지식은 주기적으로 인출해야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다"며 "지식평가에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시험을 없애는 방향으로 가다 보니, 학생들이 인출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머리에 기본 지식이 바탕돼야 창의적인 수업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평가방식' 탓하는 정부, 근본 대책 마련엔 소홀


문제는 기초학력 미달자가 해마다 늘고 있는데도 교육당국에선 현장 실태 파악이 미흡한 채로 기존 대책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교육부는 여론의 비판을 의식한 듯 국어·수학 교육방식을 바꾸는 등 관련 법·제도를 마련하는 후속 대책을 내놓았다.  
 
우선적으로 '기초학력 보장법'을 제정해 초등 1학년부터 고등 1학년까지 모든 학생의 '기초학력 진단'을 의무화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학교 서열화를 방지키 위해 진단 방식은 획일화하지 않고 학교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미달 학생에 한해서는 맞춤 지원을 제공하는 식의 관리 체제를 만들 예정이다. 특히 초교생들의 기초학력을 높이기 위해 저학년의 수학 교육을 강화하고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그러나 이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기초학력 진단의 의무화는 모든 학생이 유사한 시험을 치르는 셈이기 때문에 사실상 '일제고사 부활'이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교별로 모든 학생의 기초학력을 진단해 보충학습을 시키기에는 예산 부족의 문제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번에 내놓은 후속 대응은 기존 시도교육청에서 진행해온 기초학력 지원사업을 되풀이한 수준"이라며 "교육부가 미달 비율 증가 원인에 대한 분석이 전혀 없어 대책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자유학기제 같은 현 교육정책이 기초학력미달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분석과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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