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려면 굉장히 힘들다. 지금 우리도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다. (생략) 국민들은 산식이 필요 없다. 컴퓨터를 칠 때 치는 방법만 알면 되지, 내부 회로까지 알 필요 없다."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 발언이다. 최근 선거제 개편에 합의한 여야 4당이 정작 의석수 배분 방식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이른바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르는' 상황이 연출됐다. 정치는 어려워선 안 된다. 국민들은 공정하지만, 단순하고 쉬운 정치를 원한다. 이것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논의에 대한 첫 단추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독일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시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다. 사진은 독일 연방하원 ⓒEPA=연합뉴스

다양성 존중하는 사회 구축돼
 
한국을 비롯해 뉴질랜드, 스코틀랜드 등의 국가에서 모델로 적용한 독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독일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50년대 100% 비례대표제가 극단적인 다당제를 불러 나치의 의회 입성을 초래했다는 이유에서 처음 시행됐다.
 
독일 국회의원 선거는 우리나라처럼 유권자가 2표를 행사하는 '1인 2표'제다. 단순 다수대표제 방식으로 진행되는 제1투표는 지역에서 최다득표자 1명이 선출된다. 제2투표는 지지하는 정당에 투표해 비례대표 의원을 선출한다.
 
그러나 의석 배분 방식에서 우리와 차이가 있다. 독일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서로 연동하여 계산해 의석수를 결정한다. 정당 득표율로 각 정당의 전체 의석을 결정한 뒤, 각 정당이 얻은 지역구 의석수에서 모자라는 의석만큼 비례대표 의석으로 채워주는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60여 년 동안 운용되면서 독일 정치권에는 많은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사표를 염려해 차악을 선택하는 유권자가 사라졌고, 거대 양당과 소수정당이 균형을 이루기 시작했다. 의회 진입 문턱이 낮아지면서 미미했던 소수의 목소리가 반영됐고 힘이 실렸다. 이는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는 독일 사회를 구축하는데 밑거름이 됐다.
 
뉴질랜드는 1996년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해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 뉴질랜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전까지 승자독식 소선거구제로 강고한 양당 체제를 유지하고 있었다. 거대 양당이 연이어 정권을 잡으면서 사회 기반을 흔드는 치명적인 문제가 잇따라 발생했다. 정치권을 향한 불신이 깊어졌고 문제의식이 제기됐다. 이것이 뉴질랜드 선거제도 개혁을 향한 시발점이었다.
 
결국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국민 투표가 1992년과 1993년 두 차례 실시됐다. 국민들은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선택했다. 비록 1993년 투표 당시 '기존 제도 대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양자택일 방식에 우려도 컸지만, 뉴질랜드 선거제도 개혁은 국민의 손으로 거대한 변화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한 보도에 따르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후 뉴질랜드가 맞은 가장 주요한 변화는 이전 정부의 주요 정책이 다음 정부에서도 유지하게 됐다는 점이다. 그동안 정권 교체 때마다 주요 정책이 함께 뒤집히는 경우가 빈번했는데 이 같은 정책 일관성의 훼손이 적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국민의 의견이 정치권에 실질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성공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독일과 뉴질랜드를 제외하고는 알바니아와 레소토 등처럼 긍정적인 결과를 얻지 못한 국가도 있다. 또 독일의 경우 선거 때마다 발생하는 초과의석과 극우 성향 정당이 원내 제3당으로 약진하는 등의 문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부작용이라는 지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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