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남북 분단과 6·25한국전쟁의 비극이 이어지면서 허리에 해당하는 DMZ 일대에는 약 200만 개의 지뢰가 매설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지뢰가 매설된 위치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간첩이나 적군의 침투를 저지하고, 상대방 쪽으로 넘어가려는 아군을 막으려는 등의 목적으로 매설된 지뢰는 한반도 분단의 비극을 보여주는 또 다른 상징이 되고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내전 등을 겪은 국가에서 지뢰탐지쥐를 이용한 지뢰 제거 작업을 해온 국제민간단체 '아포포'(APOPO)가 휴전선 비무장지대(DMZ)를 비롯해 양산 천성산 등 후방에 매설된 지뢰 제거에 지뢰탐지쥐를 이용하는 방안을 소개하겠다고 나서 주목된다. 사진은 쥐를 이용해 지뢰탐지를 하는 모습(아포포 제공, 출처=연합뉴스)

특히 지뢰매설 후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홍수 등 자연재해로 인해 다수의 지뢰들이 원래 위치에서 벗어난 것으로 추정되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인명피해(군+민간)만도 지난해까지 약 5,000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런 가운데 남북 당국은 작년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판문점선언 군사 분야 이행합의서’의 첫 조치인 비무장지대(DMZ) 내 지뢰 제거 작업을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DMZ 내 지뢰는 남쪽 DMZ 52만발·민통선 이북 74만발 1㎡당 지뢰 2.3개꼴로 추정될 뿐 매설여부 확인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으로 인해 민간 지뢰제거업자들은 11개 공병부대를 투입해 DMZ의 모든 지뢰를 제거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약 200년 가량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프리카산 주머니쥐를 훈련시켜 매설 지뢰 탐지작업에 활용하는 방안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주머니쥐를 활용하면 200년 이상 걸리는 제거작업의 시간을 불과 15년 안에 끝낼 수 있다는 것이다.

아프리카산 주머니쥐는 먹이를 땅 속에 저장했다가 다시 냄새를 맡아 숨겨놓은 먹이를 찾아내는 습성이 있다. 벨기에에 본부를 둔 민간 연구단체 아포포(APOPO)는 이러한 주머니쥐의 특성을 활용해 땅속에 묻힌 지뢰를 찾아내도록 하는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즉 주머니쥐에게 지뢰의 화약 냄새를 맡아 찾아내도록 훈련시켜 지뢰매설지역에 투입한다는 방안이다. 주머니쥐는 다 자란 성인 매개체라 해도 무게가 불과 1.5㎏ 미만이어서, 5㎏ 무게부터 폭발되는 지뢰의 위력으로부터 전혀 해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산 주머니쥐는 탄자니아 훈련소에서 9개월 가량 훈련을 받은 뒤 현장에 투입되고 있으며 약 5-6년 정도 활동한 후 은퇴한다. 현재 아프리카의 모잠비크, 탄자니아. 앙골라, 짐바브웨를 비롯해 동남아의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남미 콜롬비아 등 9개국이 주머니쥐를 활용해 지뢰를 제거하고 있다. 목에 긴 줄을 맨 주머니쥐는 땅속에서 지뢰를 발견하면 포상으로 바나나를 받게 된다.

그동안 주머니쥐를 활용해 모잠비크에서는 2,100만㎡에서 20만 개, 캄보디아에서는 1,500만㎡에서 4만 5,000개의 지뢰를 찾아냈다.

현재 국내에서는 주머니쥐를 활용한 지뢰제거 경험은 없지만 필요성은 충분한 실정이다. 때문에 국방부도 아직 아포포로부터 공식 제안을 받지는 않았지만 “해당부대에서 제안 받으면 합참 보고를 거쳐 국방부와 협의 절차를 진행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편 아포포는 강원도 철원군 ‘궁예 도읍지’ 일대의 매설 지뢰 제거에 주머니쥐를 시험적으로 투입할 것을 제안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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