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벌어진 참혹한 테러, 그 이유가 극단적인 인종주의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사건의 여파는 국제적인 인종 및 종교 갈등으로 번지는 중이다. 유럽 내 반(反)이민 정서가 사건 배경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인종과 이념, 종교 등과 관련한 극우 테러리즘이 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전 세계적으로 극우 극단주의가 급부상한 배경을 들여다봤다.
 
 ▲뉴질랜드 총격 테러가 일어난 모스크 인근에서 서로를 위로하는 여성(사진제공=로이터 연합뉴스)

이슬람 겨냥한 극단 테러, 극우 영향 
 

지난 15일 평화롭던 뉴질랜드 남섬의 최대 도시 크라이스트처치가 피로 물들었다. 호주 국적의 브렌터 태런트(28)가 이슬람 사원에서 무방비 상태의 무슬림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한 것이다. 이 일로 1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참극이 벌어졌다.
 
뉴질랜드 총격 참사로 '이민자 천국'으로 알려진 뉴질랜드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그동안 '테러 청정국'이던 뉴질랜드는 난민과 이민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국가로 통했다. 전체 인구의 약 20%가 아시아와 중동, 남태평양 출신의 이민자들로서 범죄율도 현격히 낮은 터라 참사의 충격은 더 컸다.
 
현재 논란이 되는 건 총격범 태런트의 범행 동기다.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린 이번 참사는 백인우월주의에 기반한 최악의 인종 범죄로 요약되고 있다. 백인우월주의에 뿌리를 둔 반(反)난민·반무슬림 혐오 범죄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태런트가 범행을 앞두고 공개한 선언문에는 "침략자들로부터 백인들의 땅을 지키고 싶었다"는 노골적인 표현이 두드러진다. 더불어 유럽에 퍼진 극우 포퓰리즘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2011년 노르웨이 테러범 베링 브레이비크를 찬양하는가 하면, 프랑스 극우작가 르노 카뮈의 언급이 눈에 띈다. 무슬림 혐오자인 브레이비크는 폭탄을 던져 인명을 살상한 뒤 총을 무차별 난사해 77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태런트는 "카뮈가 펴낸 책에서 프랑스가 유색인종에게 침략당하고 있다는 것을 보고 과장됐다고 생각했는데, 2017년 프랑스에 가보니 모든 도시에서 침략자(무슬림)를 발견할 수 있어 전부 진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소셜미디어 통해 극우논리 '일파만파'
 
범행 배경에 유럽 내 반이민 정서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백인우월주의를 주장하는 극우세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인종과 이념, 종교 등과 관련한 극우 테러리즘은 근년 들어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2017년 기준 테러로 인한 사망자는 세계적으로 3년 연속 줄었지만 극우 극단주의 테러리즘은 오히려 늘었다. 일례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에 따르면, 독일에서 인종 혐오범죄가 2017년 7,913건으로 전년(3,598건)보다 배 이상 증가했다.
 
이같이 백인극우주의자들의 반이민·반무슬림 성향이 갈수록 커지는 이유는 서방 국가들의 높은 실업률과 이슬람계 이민자의 빠른 증가세와 연관돼 있다. 일자리를 빼앗으며 생활고를 초래하는 주범이 이민자라는 논리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극우 인종주의가 세력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데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극우성향 참모였던 스티브 배넌이 유럽 극우세력과 연대해 정치 세력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을 매개로 극우 포퓰리스트들의 논리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반이민 정서를 지닌 사람들이 소셜미디어에서 소통하면서 서로 극단적 사상을 강화하고 있는 현실이다. 우파 극단주의자들이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자신의 주장을 퍼트리고, 극우세력간 네트워크가 구축된 것도 극단주의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이유다. 이번 뉴질랜드 참사 역시 범행장면이 페이스북을 통해 고스란히 생중계돼 심각성을 더했다.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을 통해 극우주의 정보와 범행수법을 공유하고 모방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언론들도 사건 직후 이에 대한 위험성을 부각하는 기사들을 쏟아냈다. CNN은 "무슬림 타깃에 소셜미디어를 통해 테러 장면을 공유하고 종교적 장소에 대한 공격을 단행한 점 등이 현재 부상 중인 테러의 양상을 보여주는 예"라며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우려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소셜미디어가 타인에 대한 살의를 표현하는 공간으로 전락했다"며 "이러한 형태가 범죄로 이어지는 건 불현듯 뻔하다. 반이민 정서가 소수인종에 대한 혐오로 번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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