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도서시장의 키워드는 단연 ‘공감’과 ‘위로’였다. 이른바 ‘힐링 에세이’가 지난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도서 열풍은 여전히 어렵고 팍팍한 현실을 대변하듯 올해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18 도서판매 동향 및 베스트셀러’ 1위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베스트셀러 10위 진입 대부분은 ‘힐링 에세이‘
 
2018년 베스트셀러의 공통점은 바로 위로였다. 지친 마음에 따뜻한 말과 위로를 건넨, 이른바 ‘힐링 에세이’ 도서들이 지난해 종합순위 10위 안에 6권이나 이름을 올렸다. 삶과 존재, 관계 등 일상에 대한 고민이 있는 독자들이 “이건 내 이야기야”라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한 것이다.
 
교보문고와 예스24 등이 최근 발표한 ‘2018 도서판매 동향 및 베스트셀러’ 목록에 따르면 1위는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를 비롯해 2위 <모든 순간이 너였다>, 3위 <무례한 사람들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5위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6위 <언어의 온도>, 7위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등이다.
 
당시 교보문고는 이같은 출판계 흐름에 독자들이 찾는 책들이 가진 정서적 공통분모를 분석하고, 키워드를 ‘토닥토닥’으로 선정했다.
 
올해 상반기 베스트셀러 순위 흐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확인 결과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스페셜 에디션)>가 도서 순위 3위를 차지했고, <라이언, 내 곁에 있어줘>는 5위, <언어의 온도(에디션)>는 8위를 지켰다. 지난해 베스트셀러 1위였던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는 올해 1· 2월 10위 권 내를 유지했다.
 
3월 둘째 주 기준으로 야마구치 슈의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가 종합 1위에 오르긴 했으나, 그 전까지는 혜민 스님의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이 13주 연속 종합 1위를 지켰다. 이 외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모든 순간이 너였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등 역시 스테디셀러로 꼽힌다.
 
독자들, 힐링에세이 ‘공감 된다’ vs ‘비현실적이다’
 
‘힐링에세이’는 주로 20·30대 여성독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도서 구매층을 성별·연령대 별로 보면 여성은 60.5%, 남성은 39.4%였다. 종합 10위권 안에 든 도서는 20·30대 독자들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일상의 경험과 감정을 쉽게 풀어낸 책들이 베스트셀러 전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 팍팍한 현실에 지친 현대인들을 다독이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실제로 힐링에세이를 읽는 사람들은 책을 통해 자신의 생각이 정리된다는 의견이다. 주로 퇴근 후 에세이 책을 본다는 직장인 김 모씨(여, 45)는 “요즘처럼 복잡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때 잠시나마 머리를 식히고 마음을 정화하기 위해 읽는다”며 “책을 통해 다른 사람들도 힘들다는 것을 느끼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자연스레 위로가 된다”고 전했다.
 
박 모씨(여, 30) 역시 “에세이는 쉽게 술술 읽힌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동시에 내가 처한 상황을 자연스럽게 이입하게 돼 감정과 생각정리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반면 힐링에세이에 대해 마냥 긍정적인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천 모씨(여, 35)와 정 모씨(33)는 “공감이 되는 부분도 있지만 진정한 힐링이 되지는 않는다”면서 “이를테면 ‘하고 싶은대로 살아도 괜찮다’라거나, ‘질러보라’는 조언들은 실제 삶에서 실천하기 어렵다. 현실에 맞닿지 않는 듯 한 위로는 오히려 공감이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럼에도 ‘힐링에세이’는 도서시장에서 꾸준한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책과 사회연구소 백원근 대표는 “사회구조적으로 상처받은 개개인이 늘고 있지만, 정작 사회나 공공적 차원에서의 치유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공감과 위로의 이야기를 찾는 독자들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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