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그린 자신의 초상화를 뜻하는 자화상(自畵像). 그런 의미에서 역사는 현실의 자화상과 같다. 3·1독립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여 역사를 마주하는 특별한 전시회가 지난 3월 1일 개막했다. 서화미술특별전 <자화상 自畵像 - 나를 보다>는 조선과 대한제국을 지나 대한민국이 수립되기까지 다양한 관계의 인물과 사건을 글씨 및 그림을 통해 돌아보는 특별한 시간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나라를 위해 온몸 바쳐 희생한 인물들의 고뇌와 열정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3·1독립운동,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서화미술특별展 ⓒ예술의전당 제공
 
자화상(自畵像), 역사를 마주하다
 
3·1독립운동,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서화미술특별전 <자화상 自畵像 - 나를 보다>는 마치 자화상을 그리듯 지난 100년간 우리 역사를 서화(書畵)라는 발자취로 마주한다. 독립운동가의 친필부터 당대 최고 서화가의 작품까지 20세기 초를 대표하는 각계각층의 서화, 유물, 사진 등 기록을 역사적 관점으로 풀어냈다.
 
이번 전시는 조선 말기에서 시작한다. 조선에서는 시서화(詩書畵)를 곧 정신이라고 여겼다. 이에 선비의 인격과 학문은 시서화로 표현됐다. 일본에 주권을 빼앗긴 당시 조선의 위국 충정은 글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나라를 잃고 순절한 사람들에게서는 피 끓는 안타까움이 묻어나고, 나라를 일본에 팔아넘긴 매국노의 글씨에서는 욕망이 도사리는 내면이 드러난다.
 
특히 등록문화재 제664-1호로 지정된 '3·1 독립선언서'(보성사판)와 최초로 공개되는 한용운 선생의 육필 원고 <조선 독립에 대한 감상의 개요>, <3·1독립운동 민족대표들의 옥중 시(諸位在獄中吟)> 등은 주목할 만하다. 육필원고를 통해 3·1독립운동 후 다양한 삶의 궤적을 그려간 민족대표들의 옥중 소회를 살펴볼 수 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선포되던 1948년 8월 15일 백범 김구 선생이 경교장(김구 선생의 개인 사저)에서 남긴 친필 글씨 <한운야학(閒雲野鶴)> ⓒ예술의전당 제공

'閒雲野鶴(한운야학, 한가로운 구름 속의 들판 위의 학)'. 임시정부 주석을 지낸 백범 김구 선생의 친필도 처음 공개된다. 이 유물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선포되던 1948년 8월 15일 김구 선생이 경교장(김구 선생의 개인 사저)에서 남긴 친필이다. 남북 통합정부 수립을 위해 노력했던 김구 선생의 뜻이 좌절된 순간, 자신을 한 마리의 학으로 표현했던 애달픈 심정을 친필을 통해 느껴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이번 전시에서는 조선 땅에서 활동했던 일본 화가를 통해 한국 서화 미술의 흐름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외면'보다는 '직시'로 그동안 회피해왔던 일본이라는 키워드를 근대 서화 미술사에서 재조명한다. 이밖에도 일제강점기 활발하게 활약했던 인물 중 한국전쟁 이후 월북한 작가들을 통해 분단으로 인해 보지 못했던 절반의 미술사를 확인할 수 있다.
 
변혁기 한국 서화 미술의 자화상을 돌아보면서, 예술로서의 서화, 혼(魂)으로서의 서화가 날줄과 씨줄로 얽혀있던 현실을 오롯이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의전당 고학찬 사장은 "이번 전시의 제목이 <자화상-나를 보다>인 만큼 마치 자화상을 그리듯 지난 100년간의 우리 역사를 서화라는 키워드로 되돌아보며 당대 인물들의 고뇌와 열정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시의 의미를 밝혔다.
 
<자화상 自畵像 - 나를 보다>展은 (사)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후원으로 오는 4월 21일(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2층 전관에서 전시된다. 전시 기간 중 도슨트는 매일 2회(오후 2시, 5시), 큐레이터 도슨트(전시 기획자가 직접 설명)는 주1회 진행된다. 입장권은 성인 5,000원 청소년/어린이 3,000원이다. 입장 마감은 오후 7시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전시 문의 및 예매는 예술의 전당 홈페이지(www.sac.or.kr)나 전화(02-580-1300)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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