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동안 우리 사회에 '난민 포비아' 현상을 불러일으켰던 제주도 예멘 난민 사태는 지난 12월 말 최종 심사 결과가 나오면서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모양새다. 하지만 이미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에 접어든 난민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사회와 교회의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 입국하는 난민들의 상황과 한국교회의 역할을 살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일 변호사는 전 세계적으로 난민 이슈에 관심이 집중되는 추세라고 짚었다.ⓒ데일리굿뉴스

난민문제, 전 세계 공통의 문제

"지금 전 세계적으로 난민 이슈는 가장 핫한 과제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자라나는 우리 다음 세대들은 난민들과 함께 학교를 다니고 교육을 받는 사회에서 살게 될 거에요. 우리 삶과 더 가까워지고 함께 부대끼고 살아갈 난민들에 대해 어떤 관계를 만들어 나갈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공익법센터 어필 이일 변호사는 21일 오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인권위원회가 주최한 '난민 인권과 한국교회' 정책협의회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난민인권네트워크 의장을 겸하는 등 지난 수년 간 난민 문제에 앞장서고 있는 '난민 변호사'다.

이일 변호사는 난민 이슈에 전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은 바로 '세계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유엔 사무총장을 보면 분명하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반기문 전 총장 다음으로 제9대 사무총장에 취임한 안토니오 구테헤스 총장은 앞서 10년 간 유엔난민기구(UNHCR) 대표를 역임한 난민 전문가다.

이 변호사는 "전쟁과 기후 변화, 기록적인 난민 증가 등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힘을 합쳐 해결해야 되는 문제로 난민이 꼽히고 있다"며 "우리 사회의 난민 찬반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국제사회에서 난민 수용 문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교회, 난민과의 공동체 형성에 앞장서야"

최근 네덜란드 헤이그의 한 교회에서 난민 가정의 추방을 막기 위해 24시간 쉬지 않고 예배를 드린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유럽에서도 난민과 이주민 등에 대한 배타주의 물결이 거세지는 가운데, 박해 받을 우려가 있는 약자들의 보호에 앞장선 교회의 역할이 조명을 받았다.

앞으로 난민 유입이 더 증가할 것이란 전망에 더해, 국제사회로부터 난민 수용 요구 또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한국교회의 역할을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이일 변호사는 교회 안에서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관이나 혐오, 불신이 급속도로 확산된 데에는 다분히 한국교회의 문제가 투영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한국사회와 교회에 그 전에는 없었던 문제가 난민들 때문에 갑자기 생겨났다고 보긴 어렵다"며 "말씀의 능력을 잃어가고, 교회학교가 무너지는 등 한국교회의 여러 가지 불안이 난민 문제로 옮겨간 것일 뿐"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난민 문제는 이제 일부 인권단체들만의 과제가 아니고 교회의 과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며 "결국 난민들과 실제로 만나고 부대끼며 살아갈 지역사회와 교회가 이 관계와 연대의 끈을 탄탄히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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