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과 한국을 향한 자신의 외교적 접근에 반대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정적들을 추방하거나 투옥, 또는 처형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하고 돌아온 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월 19일(현지시간) 보도에서 탈북민 단체인 ‘북한전략센터’의 보고서를 인용해 김 위원장이 북한의 부유한 엘리트층 50∼70명을 숙청하고 그들의 재산을 몰수했다고 전했다.

보고서 등에 따르면 작년 말 시작된 숙청 작업은 북한 기득권층이 모은 외화 몰수에 초점이 맞춰진 가운데 진행됐으며, 이를 통해 현재까지 수백만 달러를 거둬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WSJ는 북한의 반부패 슬로건을 내건 이 작업은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 하에서 반대파의 목소리를 잠재우고 김정은 정권의 재정을 강화하기 위한 의도를 갖고 있다고 미 안보 전문가들과 한국의 전직 정보 관리들의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또 이 숙청은 대북 제재로 수출이나 국제 금융망 접근이 막히면서 전통적인 외화 획득이 어렵게 되자 기득권층을 숙청한 후 자산 몰수로 필요한 재정을 보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정봉 전 국가정보원 실장은 “이번 숙청에서 많은 경우는 돈과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이번 숙청에는 김 위원장의 선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손을 대지 못했던 북한 호위사령부가 포함된 것이 가장 눈길을 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호위사령부 고위 간부들이 지난해 말 수만 달러 상당의 비자금을 운용한 혐의로 숙청됐다는 것이다.

호위사령부의 비리가 적발된 후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바 있다.

북한전략센터는 2011년 김 위원장 집권 후 모두 400여명이 숙청됐다고 밝혔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러한 숙청 작업이 북한의 정치적 위기를 보여주는 증거는 아니라면서 김 위원장의 장악력이 여전히 단단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대북 제재의 여파로 가까운 미래에 김 위원장이 외화를 절실히 필요로 하게 될 것으로 이들은 예상했다.

이와 별도로 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다수의 최고위 외교관들을 숙청하거나 교체하고, 상대적으로 젊은 참모들로 대미 협상팀을 새로 꾸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로이터 통신은 20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서울발 기사에서 한성렬 전 외무성 미국 담당 부상이 미국을 위해 스파이 행위를 하고 돈을 챙긴 혐의로 숙청됐다고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스팀슨센터의 북한 전문가 마이크 매든은 2명의 북한 소식통으로부터 “한성렬은 간첩 혐의를 받고 있으며 작년 7월 이후 사라진 상태”라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도 한 전 부상이 노동교화소에 수용됐거나 아니면 이미 처형을 당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 전 부상은 2013년 귀국 전까지 여러 해 동안 이른바 ‘뉴욕 채널’을 담당한 대표적인 대미 외교통으로 지난해 2월 북한 관영매체에 등장한 이후 자취를 감췄다. 통일부도 지난달 발간된 북한 인명록에서 그의 이름을 지웠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대신 40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를 대미특별대표로 임명하는 등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신진급 외교관을 대미 협상의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국 정부 관리는 로이터에 “북한의 많은 외교관이 부유한 자본주의 국가들에서의 경험 탓에 이념적 충성을 의심받고 있다”며 “김혁철도 직업 외교관이기는 하지만 충성 테스트를 통과해 북미 협상의 포인트맨이 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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