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사교육 열풍
 
 ▲정재영 교수
요즘 <스카이 캐슬>이라는 드라마가 장안의 화제다. 역대 케이블방송 시청률 최고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한국 학부모들의 교육열 특히 사교육 열풍을 소재로 삼았다.

우리 사회에서 자녀 교육은 가장 뜨겁고 앞으로도 쉽게 꺼지지 않을 관심 주제이다. 이 자녀 교육의 핵심은 사교육이다. 우리 사회에서 사교육이 공교육을 압도하고 있다는 것은 기정사실이 됐다. 사교육 시장 규모는 연간 5조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사교육 부담을 줄이려는 교육제도의 변화를 무색케 하며 그 규모는 더욱 커지고 있다.

1명당 사교육비 6,427만원을 써야 겨우 ‘보통사람’ 수준 될 수 있다는 뉴스도 있고, 아이를 낳아서 독립할 때까지 드는 비용이 3억 원에 이른다는 보고도 있다. 이 정도이니 자녀는 행복이 아니라 짐처럼 여겨지고 있고, 이러한 부담을 감수하느니 아이 낳기를 포기하는 사람도 늘고 있어 그렇지 않아도 세계 최고 수준인 저출산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잘 알려진 대로 우리 사회에서 출산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양육비에 대한 부담이다. 그 양육비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자녀 교육비인데, 그중에서 공교육비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사교육비이다.

전에 필자가 자녀교육을 주제로 연구했을 때 학부모 20여명을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강남의 유명 주상복합아파트에서 사는 사람과 지방 중소도시에 사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때 자녀교육을 위해 가장 신경 쓰는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결같이 ‘인성교육’이라고 답했지만, 구체적으로 자녀의 바른 인성을 위해서 뭘 하느냐는 질문에 딱히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인성교육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답했지만 실제로 인성 교육을 하는 게 별로 없기 때문에 대답을 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사교육에 대해 질문하니까 30분을 쉼 없이 이야기했다. 실제로 관심을 두고 신경을 쓰는 건 사교육이라는 뜻이다.

그러면서 하나 같이 덧붙인 말은 “도대체 누가 이놈의 사교육을 좀 없애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남들 뒤처지지 않게 하려니 사교육을 하기는 하는데 너무 힘이 부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사교육을 포기하지는 못하겠고 다 같이 하지 않도록 해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 과외 폐지를 했던 때가 차라리 좋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이다.

누구를 위한 교육인가?

세계적이라고 알려진 우리나라의 교육열이 사실은 공부하는 당사자 학생들의 학구열이 아니라 공부를 시키는 학부모의 열정이라는 사실부터 우리의 자녀 교육이 왜곡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기 때문에 공부를 한다.

흔히 주변에서 보듯이 공부 잘해서 꿈을 이루고 싶다는 이야기보다는 공부 잘해서 부모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다는 이야기가 훨씬 많이 들린다. 아이들은 부모의 꿈을 대신 이뤄주는 존재인 것이다. 심지어 성적에 실망해서 자살을 기도하는 아이들조차 “부모님 기쁘시게 해드리고 싶었는데…”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들은 모두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거야. 공부 잘 하면 너 좋지, 나 좋니?”라고 하지만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부모들 스스로 잘 알고 있다. 드라마에 나오듯 그토록 의대에 가기를 희망하는 것이 좋은 의대에 들어가서 돈 없어서 치료 못 받는 사람들을 위해 인술을 펼치라는 뜻이 아니라 ‘네 덕 좀 보고 살자’는 강한 의지가 숨어 있다.

병원에 가서 고생 좀 해본 사람들은 누구나 집안에 의사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다짐을 한다. 우리는 “공부해서 남을 주냐?”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고 있지 남 위해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별로 없다.

드라마를 보면서 너무 심하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은 사실 자신들도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게 심한 정도는 아니라도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부모들이 자녀 교육을 위해 자신의 형편에 지나칠 정도로 사교육을 시키고 있고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버거운 노력을 하고 있다.

자녀교육에 대해 연구했을 때 학부모들에게 촌지에 대해 질문하니까 절대로 선생님께 촌지는 주지 않는다고 하면서 선물을 준다고 했다. 그래서 무슨 선물을 드리는가에 대한 질문에 상품권을 드린다고 하는 것이었다.

아마 최소한의 양심은 지킨다는 자기 위안을 삼았던 것으로 보인다. 촌지는 자기 아이를 잘 봐달라는 뜻으로 주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을 경쟁상대로 보고 그 아이들보다 우리 아이가 잘 돼야 한다는 이기적인 욕망이 내포된 것이다.

지금 우리들의 자녀 교육이 정말 자녀들을 위한 것인지, 또한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이기적인 욕망을 위한 것인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리스도인들의 자녀 교육은?

그렇다면 그리스도인들은 다를까?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목적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라고 교과서처럼 말하고 있지만, 정말 하루하루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고 자녀 교육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공부 잘해서 일류 대학 들어가고 대기업에 들어가는 게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일류 대학에 못 들어가고 대기업에 못 들어가는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은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는 죄를 짓는 것일까? 그리스도인들은 이 질문에 정확하게 답을 해야만 한다.

교회 소그룹에 대하여 연구했을 때 한 소그룹 참여자는 동서지간에도 나누지 않는 고급 사교육 정보를 소그룹 안에서는 알려준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는데, 드라마에서 비슷한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과연 이것을 소그룹의 장점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어떤 이는 교회 소그룹을 ‘평등의 소그룹’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이것은 소그룹 안에서 ‘아파트 평수와 아이들 학교 등수‘만 이야기하는 것을 냉소적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자칫 신앙 모임조차도 욕망의 분출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병원이나 법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정해진 절차를 통해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교인 중에 아는 의사나 법조인을 찾아서 특별한 도움을 받으려고 하는 것이 교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삶의 태도는 성경의 가르침에 맞지 않는다.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모습은 세상 사람들과 달라야 한다. 그리스도인이 회심을 하는 것은 일차로 한 개인의 인성 안에서의 변화를 의미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그의 세계관과 가치관, 삶의 태도에 영향을 미침으로 인해 종국에는 사회의 변화를 지향하는 데로 나아가야 한다.

회심의 결과는 자녀의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가정교육의 방법, 자본의 축적과 기업 활동에 기여하는 경제적 행동과 판단, 정치적 결정을 내리는 방법에 변화를 미칠 수 있어야 한다.

이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자녀들에게 세상에서 최고가 되라고 가르치기보다는 작은 일에 충성된 사람이 되는 것도 훌륭한 일이라고 가르쳐야 한다. 그리스도인들의 자녀 교육은 성공의 사다리에 먼저 오르기 위함이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세계와 문화 산물에 대한 통찰력을 배우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직업에 대한 관심과 소명의식을 키움으로써 세상에서도 성직자와 같이 거룩한 삶을 살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길이다. 우리들의 자녀 교육에 대해 심각하게 되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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