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나그네를 사랑하라 전에 너희도 애굽 땅에서 나그네 되었음이니라.”(신명기 10:19)
 
▲정용구 선교사 ⓒ데일리굿뉴스
선교사에게 ‘나그네’라는 말은 익숙하다. 그래서 음식, 문화, 사람, 생활이 다른 곳이지만 이를 당연하게 여기고 이를 위해 많은 훈련을 받고 선교지를 가게 된다.
 
그런데 최근 중국, 인도 등 많은 선교사들이 선교를 배척하는 현지 정부의 압박으로 ‘비자발적 강제출국’을 당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어렵게 결단하고 간 선교지에서 나그네로 살면서 하나씩 이루었던 귀한 사역과 사람들, 살림살이 모두를 두고 선교지를 떠나는 충격은 외상과 비교를 한다면, ‘큰 트럭이 부딪친 엄청난 충격과 같다’라는 전문가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선교지에서 살림살이를 가져 올 경제적 형편도 안 되고, 가져 온다고 해도 거처가 없는 한국에 둘 곳도 없다. 그러다보니 말 그대로 ‘임시’라는 단어가 익숙해지는 삶을 살고 있고, 한국임에도 예상치 못한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몸으로 직접 체감하게 된다.
 
선교사 자녀들의 경우에는 어렵게 적응한 선교지 학교와 친구를 갑자기 떠나야 하고, 한국학교를 진학 하려고 해도, 임시 안식관에 거주하기에 안정된 주소지 불분명으로 전학도 쉽지 않다. 특히 대학입시를 앞둔 선교사 자녀들은 안정된 입시 준비를 뒤로하고, 부모님이 다시 가려고 하는 어딘지 모르는 제3의 선교지를 숨죽이고 지켜보아야 한다.
부인선교사의 경우는 작고, 보잘 것 없어도 네 살림살이가 있어야 하는데, 어디에도 네 것이 없다. 남이 쓰던 안식관의 침대와 식기들을 써야 하고, 한 달에서 두 달 밖에 사용하기 힘든 안식관이 대부분이어서 오랜만에 한국에서 사고 싶은 것이 있어도 옮길 때마다 짐이 될까봐 사지도 못한다.
 
특히 가장 힘든 것은 선교지에서 어렵게 교회를 세우고, 교우들과 모든 열정과 힘을 다해서 지켜 온 교회와 사역을 떠난 아픔도 큰데, 그것을 달래기도 전에 한국이라는 곳에서 예배만 드리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생각지 못한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선교지와 비교하면, 한국은 좋은 교회와 목회자, 성도가 많다. 하지만 ‘비자발적 강제 출국 선교사 가정’이 한 주가 아니라, 이주, 한 달, 두 달, 석 달, 일 년을 기약 없이 한국 교회에 출석하는 것이 쉽지 않다. 예배가 가장 중요하다고 선교지에서 그렇게 강조를 했는데, 한국에 와서 정작 자신이 다닐 교회가 없다고 생각할 때 느껴지는 상대적 박탈감은 너무나 깊다.
 
그래서 선교사라는 말을 하지 않고 새신자처럼 몰래 예배를 드리러 갔다가 이단으로 오해 받은 선교사들도 있고, 방문한 교회에 부담이 될 것 같아 성도와 교제하지 않고 예배만 드리며 공허감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그로 인해 주일날 악수 한 번 못 하고 쓸쓸히 돌아오는 선교사들의 이야기, 후배 교역자들에게 진짜 새신자 취급을 받은 선교사들의 이야기도 있었다. 심지어는 추방 및 비자거부 선교사이기에 현지에서 무슨 죄를 짓고 온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은 분들도 있다.
 
그래서 이러한 선교사들의 마음을 담아 ‘비자발적 강제출국 선교사’라는 말보다 다른 이름을 지어 보았다. 그것이 바로 “한국에 있는 한국인 나그네”이다.
 
한국에 있지만, 언젠가 다시 선교사로 가려고 준비를 하기에, 한국이 정착지는 아니며, 한국인이지만 한국 문화에 섞이지 못하는, 가장 기본적인 예배 조차 드리기 어려운 이 특별한 현실에 선교사들은 이방인과 같은 ‘나그네’ 취급을 받는다.
 
지금 우리가 드리는 예배 시간에도 숨을 죽이면서 이처럼 ‘한국에 사는 한국인 나그네’로 예배를 드리는 ‘비자발적 강제출국 선교사’들이 있을 것이다. 한국교회가 그들을 다 품고, 위로하고, 격려할 수는 없다. 설령 한국에서 잘 살 수 있도록 필요한 무엇을 준다고 해도, 선교사들은 선교지에서 경험한 하나님의 사랑을 잊지 못해서 곧 선교지로 다시 돌아가실 분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1%의 여력만이라도 어려움을 당한 “비자발적 강제 출국 선교사 - 한국에 있는 한국인 나그네”가 되신 선교사들을 위한 관심과 사랑의 마음으로, 아주 작은 힘이라도 위로와 격려를 주었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
 
후배들이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요즘 선교사가 되면 후원도 중단되고, 현지에서 열심히 하려고 해도 추방당하고, 비자가 거부 되고, 몸도 아프고, 자녀들도 제대로 공부 못하고, 한국에 오면 갈 데도 없어서 그 비참함을 보니 선교사 하고 싶은 마음이 나지 않습니다.” 라는 솔직한 고백을 들었다.
 
하지만 현장을 경험한 선교사로서 선교지에서 실제로 후배들의 이야기처럼 되기는 했지만, 선교지에서 함께 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의 깊이와 넓이로 인해 그 어려움들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 그래서 그 어려움을 당해도 다시 선교지로 향하고, 다시 일어서는 동료 선교사들을 보면 자랑스럽다.
 
그러한 선교사들이 지금 ‘추방 및 비자거부’라는 어려움을 당해 ‘잠시’ 지내는 한국에서, 쓸쓸함이 아니라, 한국 교회의 깊은 사랑을 받고, 빨리 회복되기를 기대한다. 선교사를 보내신 하나님의 힘으로 분명히 혼자서도 회복 될 수 있지만, 누군가 곁에서 힘을 주고 위로하는 이들이 있다면, 좀 더 빨리 회복이 될 것이다.
 
혹시 우리 주변에 이런 선교사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가 드리는 예배의 한국교회의 현장에도 이러한 선교사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 한국교회가 ‘잠시’ 깊은 좌절로 힘을 잃고, 어려움을 겪는 이 “한국에 있는 한국인 나그네”를 작은 힘이라도 보태서 위로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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