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로 만든 종이 한복
 
 ▲한지를 활용해 복원된 교황 요한 23세 지구본 ⓒ데일리굿뉴스
설과 추석 등 전통명절이나 결혼 등 특별한 날에 입게 되는 한복. 우리의 전통의상인 한복을 종이로 만들어 입는다면? 우리의 전통종이 한지라면 종이로 만든 옷이 가능하다. 실제 전북 전주시는 한 때 전주한지 산업화를 위해 한지섬유로 제작된 한지한복을 입고 근무하는 이벤트를 시작한 적도 있다.

한지의 장점

우리의 전통종이 한지는 닥나무 껍질로 만든다. 즉 닥나무의 껍질을 잿물에 삶은 다음 곱게 펴서 말리면 한지가 완성되는데, 일반적인 종이와 달리 질기기 때문에 잘 찢어지지 않는다. 또 붓글씨를 쓸 때 먹물이 부드럽고 고르게 번지며 천 년이 지나도 색이 변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지가 일반 종이에 비해 오랜 수명을 자랑하는 것은 추운 겨울에 차가운 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박테리아 등 미생물의 번식을 막아준다. 특히 세월이 갈수록 오히려 결이 고와지는 종이로 알려진 특징은 오랜 수명의 종이라는 점을 돋보이게 한다.

한지는 또 종이의 결(방향성)이 없어 필사본 복원에 유용하다. 그래서 종이 문화재를 복원하는 데 한지가 적격이다. 이는 단지 우리 동양권 문화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서양에서 문화재 복원에 있어 우리 한지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있다.

세계가 인정한 한지의 우수성

지난 2015년 5월 8일 바티칸 박물관이 주최하고 주이탈리아 한국대사관, 주교황청 한국대사관, 주밀라노 총영사관 등 3개 한국 공관이 지원한 한지 심포지엄이 개최된 바 있다. 이 심포지엄은 바티칸 박물관에서 개최됐는데, 바티칸과 이탈리아 전역의 문서 및 회화 복원전문가 150여명이 참석해 화제가 됐다.

당시 심포지엄은 ‘고문서 및 예술작품 복원에 있어서 한지의 유용성’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가운데 이탈리아 내 한지 전문가 모임인 ‘그룹130(Group 130°)’이 ‘아답트 앤 이볼브(Adapt&Evolve) 국제회의(4.8-10, 런던)’에서 발표한 복원소재로서의 한지의 유용성에 관한 과학적 연구결과를 소개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이 심포지엄에서는 8000년이나 보존되는 지속성과 뛰어난 복원력을 가진 한지가 유럽 고문서 및 고회화 복원분야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재확인됐다.

최근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이 고서적 등 기록문화재의 보수 및 복원용으로 경북도 무형문화재 한지장(제23-2호)인 김삼식 씨(77)의 전통 한지를 사용했다.

이는 루브르 박물관이 2017년 12월 고서적 복원용으로 우리 한지를 사용하겠다고 밝힌 지 1년 여 만에 이뤄진 성과다. 김 씨와 아들 춘호 씨(44·문경한지장 전수교육 조교)에 의하면 루브르박물관(관장 장 룩 마르티네즈)이 소장 중인 로스차일드 가문의 '성 캐서린의 결혼식'이라는 판화 및 10여 작품에 문경 한지를 사용해 복원에 성공했다.

한지의 활성화 시급

사실 루브르박물관은 그동안 유물복원용으로 일본의 화지와 중국의 선지를 사용해왔다. 하지만 박물관은 기존의 중국과 일본 종이가 내구성과 보존성 등에서 단점이 발견되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영구적 보존성을 갖춘 종이를 찾아 나섰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전통 종이 한지를 알게 됐고 직접 문경까지 찾아와 문경 한지의 제조 과정과 효능을 살핀 뒤 매입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앞에서도 언급됐듯이 그동안 유럽의 문화재 복원에는 거의 100% 일본 전통 종이 ‘화지’가 활용됐다. 심지어 한 때 유럽에서는 우리의 닥종이를 ‘일본 종이’라고 알 정도였다고 한다.

전문가들이 밝히는 세계 유물복원용 종이시장은 연간 8,000억 원 정도로 알려졌다. 한지의 특성을 세계에 알려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6세기 경 고구려 승려 담징이 종이 만드는 기술을 일본에 전수한 역사가 부끄러울 정도로 그동안 우리 한지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데 소홀했다.

그러한 가운데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한지에 대한 조명과 한지 기술 개발, 생산 독려 등 과거보다 여건이 점차 개선돼 왔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한지는 아직 그 위상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있다. 한지의 활용성이 아직도 일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전국의 한지생산 업체는 120여 곳에 달했다. 그러나 불과 10년 후인 2014년에는 12곳 정도만 남았고 그마저도 없어져가는 추세다. 한지산업의 내수시장 회복과 활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지가 특별한 이벤트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실생활 속에서 많이 사용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이제는 한지가 사용된 교과서나 출판물 등이 활성화돼 한지가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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