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바쁜 삶의 현장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느라 자주 찾아뵙지 못한 고향의 부모와 친인척을 만나 회포를 풀 수 있는 명절. 그래서 기다림과 설렘이 교차되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는 자리가 어색하고 불편한 사람들이 있다.

취업과 결혼의 문턱에 있는 청년들은 친척 어르신과의 대화가 두렵다. 가족 구성원들 간 종교가 달라 제사로 고민하는 며느리들도 명절이 두렵긴 마찬가지. 설 연휴 가족 간 상처 주기 쉬운 말 폭탄을 피하려면 어떻게 처신해야 할까.
 
 ▲가족 친지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명절일수록 서로 대화에 조심해야 한다.  ⓒ데일리굿뉴스

제사문제 갈등 피하는 것만이 능사?

우리나라 국민의 80% 이상이 명절에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비신자 가정 출신의 크리스천들에게 명절은 어쩌면 반갑기보다 피하고픈 순간이기도 하다. 바로 제사 문제 때문이다.

그렇다고 비신자 가정 출신의 성도가 무턱대고 제사를 지낼 수 없다고 한다거나, 제사를 지내는 것이 무조건 잘못됐다고 비난한다면 명절은 즐거운 날이 아닌 가정불화와 싸움의 날로 전락하고 만다.

오랫동안 추모예식에 대한 연구를 해온 김남국 목사(한누리교회)는 “조상숭배가 엄연히 가정에서 뿌리깊게 내려 있는 집안이라면 자신이 그리스도인이라고 집안 모임에 아예 가지 않는다거나, 사람들이 제사를 지낼 때 혼자 방에 들어가 있거나 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김 목사는 기독교에 대한 선입견을 인격으로 불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집안 어른들이 보기에 ‘눈살 찌푸려지는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 제사상 앞에서 절하는 것은 안 되지만 무턱대고 회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울러 명절에는 비신자 가족과 친지들을 전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한 만큼 △상대방 의견을 무시하거나 나의 의견을 주장하지 말 것 △강한 표현보다 조용하고 여유 있는 표현 사용 △외모, 말투, 매너 부분에서 마음 문 닫게 하지 말 것 △양심에 호소하는 진실한 대화 △순수하고 확실한 복음을 차분히 전할 수 있는 준비와 계기를 마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고의 공감 대화 ‘칭찬’

가족 친지들과의 대화 자리에서 크리스천은 특히 다른 가족과 친지들의 모범이 되도록 해야 한다. 하이패밀리 송길원 목사는 “예로부터 명절은 우리 민족에게 ‘힐링캠프’였다. 하지만 어느 샌가 ‘킬링캠프’로 변질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송 목사는 가장 큰 이유가 대화기술의 부족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화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공감'이다. 정보교환은 대화가 아니”라며 "나사로가 죽었을 때 예수께서 함께 우셨던 것은 성경에서 최고의 공감대화"라고 이야기했다. 말을 많이 한다고 해서 대화가 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만지고 슬픔과 아픔을 껴안는 행동과 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송 목사는 부모세대들이 자녀세대들에게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즐거워하는 말을 할 것을 당부했다. 이래라저래라 추궁하고 지시하는 말을 하기보다 △"네가 오니 정말 좋다" △"힘들진 않니?" △"기도할게" 등과 같은 격려하고 힘을 주는 '말'을 건넬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잘못된 격려와 칭찬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른세대도 격려의 말, 칭찬의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런데 이 칭찬도 ‘짝퉁칭찬’이 있고 ‘명품칭찬’이 있다. 짝퉁칭찬은 소유를 칭찬한다. ‘너 옷이 멋있구나’, ‘시계가 멋지구나’와 같은 말이다. 반면 명품칭찬은 대상의 재능과 안목, 존재에 집중한다.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한다. 1등 한 결과에 대한 칭찬이 아닌 ‘1등을 하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았니’와 같이 과정에 주목하는 칭찬이 진짜 칭찬과 격려의 말이다.”

자녀세대를 향해서는 대화의 기술이 부족한 부모세대를 조금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들여 줄 것을 부탁했다.

“부모세대는 대화의 기술을 익히지 못한 세대일 뿐이다. 자녀세대가 긍휼의 마음으로 수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부모가 하는 말을 좀 더 부드럽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취조식 대화보다 격려와 축복을

현재 우리 사회 다수의 젊은이들은 취업과 결혼의 문턱을 넘기 버거운 실정이다. 그래서 'n포 세대', '헬조선'이라는 자조 섞인 표현이 회자되고 있다.

이러한 청년 세대의 어려움을 기성세대들은 염려하면서 질문을 쏟아낸다. 또 집안 어른으로서 젊은 세대에게 충고나 향후 계획을 묻는 측면에서 '애인은 있냐', '결혼은 했냐', '취직은 했냐' 등의 질문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질문을 받는 자녀 세대들은 질문 자체가 스트레가 된다.

청년사역연구소장 이상갑 목사는 "자녀 세대들에게 단순하게 취조하듯 이것저것 따져 묻는 '취조식 대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를 탈피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연스러운 대화가 요구된다. 서로를 격려하고 축복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함께하는 자리를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가정 내 '공동체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세대 간 관계 증진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특히 현 세대는 1~2명이 자란 세대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 자체를 불편해하는 만큼 가족과 함께하는 문화를 만드는 게 실질적인 방안에 해당한다고 꼽았다.

이 목사는 "사회적으로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공동체 문화가 단절되고 있는 상태"라며 "이스라엘 같은 경우, 안식일에 온 가족이 모여 식사하고 성경을 매개로 대화하는 등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 그것을 계속 지킨다. 이를 통해 자연스레 모든 세대가 어우러져 소통하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명절뿐만 아니라 일상 가운데서도 '외식하며 시간 보내기', '함께 영화 보기' 등의 가족문화를 조성할 것을 권면했다. 더불어 말씀 공동체 형성을 위한 교회의 역할도 강조했다.

이 목사는 "말씀 공동체 역할을 교회에만 모두 위탁하지 가정 내에서 부모 세대가 직접적으로 신앙 유산을 상속•전수하는 경우가 굉장히 드물어 졌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교회는 가정 자체가 말씀 공동체를 이룰 수 있게끔 독려할 필요성이 있다"고 당부했다.

취재/글: 김신규 조준만 최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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