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우리 주변의 선한 이웃과 가슴 따뜻한 삶의 현장을 소개하는 <굿-뉴스>를 연재한다. 이 땅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사람들의 선한 행적을 통해 아름다운 사회가 정착되기를 희망한다. 
 
"사람을 향하는 기술이 아름답다." 우연히 접한 한 학생의 응원 댓글이 3D프린팅 창업자의 사업방향을 바꿔놓았다. 3D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전자의수를 만드는 '만드로' 이상호 대표 얘기다. 촉망 받는 연구원으로 기술적 탐구에만 매진했던 그는 '돈이 없어 전자의수를 쓰지 못하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는 모토로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기존 전자의수의 가격을 '스마트폰 한대 값'으로 낮췄다. 기술은 도구일 뿐 '중요한 것은 가치'라 말하는 그를 직접 만나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29일 부천 만드로 사무실에서 이상호 대표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데일리굿뉴스

"가난이 또 다른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한쪽 손이 불편한 고등학생 예비 뮤지션, 일터에서 양팔을 잃은 30대 가장. 이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맞춤형 3D프린팅 전자의수를 제공한 기업가의 사연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 주인공이 바로 이상호 대표다.
 
원래 3차원(3D) 프린터 소프트웨어(SW)개발 업체였던 만드로가 전자의수로 사업방향을 선회한 건 이상호 대표의 뚜렷한 목표 때문이었다. 누구든지 전자의수를 쓸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는 이 대표 스스로의 다짐이 작용한 결과기도 하다.
 
그에 따르면, 국내외 절단장애인 수만 명 가운데 1%도 안 되는 극소수만이 제대로 된 의수 혜택을 받고 있다. 사업성을 고려하기 전에 이런 사실이 그를 더욱 자극했던 부분이다. 이 대표는 "움직이지 않는 일반 의수가 200만~300만원 가격 대이며 손가락이 작동하는 외국 제품의 경우 4,000만 원을 호가한다"며 "결국 돈이 없어 의수를 구입하지 못하는 현실인 셈이다. 이 현실이 안타까워 의수 개발에 뛰어들었다"고 밝혔다.
 
애초부터 전자의수의 사업화를 염두해 두고 출발한 것은 아니었다. 억대 연봉의 대기업 연구원으로서의 삶이 있었고, 이런 지위를 등지고 아무도 뛰어들지 않는 사업의 길로 들어선 데는 우연히 접한 글의 영향이 컸다.
 
"3D프린팅이 취미라 관련 커뮤니티에 자주 드나들었는데, 거기서 동년배 절단장애인의 글을 접했어요. 비싼 전자의수의 가격을 감당키 어려워 '3D프린터로 의수를 제작할 수 있냐'는 문의내용이었지요. 그를 위해 한 달만 시간을 내기로 마음 먹었던 게 지금에 이르게 됐습니다."
 
공장 프레스 사고로 양손을 잃은 동호인을 돕고자 재능기부하는 셈치고 의수제작에 나섰던 게 사업의 시작이 된 것이다.
 
 ▲3D프린터로 제작하는 '전자의수'ⓒ데일리굿뉴스

오랜 노력의 결과, 스마트폰 가격의 '전자의수'
 

창업 4년 차인 지금,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차곡차곡 경험을 축적했다. KTX를 타고 전국방방곡곡의 절단장애인들과 만남을 갖는가하면 이들의 피드백을 통해 개선을 거듭했다. 2016년 7월, 첫 전자의수가 출시되기까지 1년 반 동안에는 1,000번이 넘는 설계 수정을 거치기도 했다.
 
제작비가 가장 많이 드는 손 모형은 3D프린팅으로 원가를 절감했고, 불필요한 기능은 빼고 대체하면서 가격을 낮췄다. 그 결과 기존 의수의 30배 가량 저렴한 149만원으로 가격 책정이 가능했다. 이 대표는 "가격이 저렴한 이점도 있지만 3D프린터로 손쉽게 제작이 가능해 유지보수가 간편하다는 장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2년 간에는 코이카의 해외 지원프로그램으로 선정돼 시리아 난민 지원 사업에 주력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400대의 전자의수를 요르단에 기증했으며, 현지인들을 대상으론 워크숍을 전개해 자체적인 개발이 가능하게끔 도왔다. 이 대표는 "중동 난민 가운데 절단장애인이 특히 많다"며 "이들 난민들의 전쟁상흔을 치료할 전자의수 제작에 나설 계획"이라고 내비쳤다.
 
오로지 절단장애인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진력해 온 이상호 대표. 그는 앞으로도 보다 개선된 의수제작에 매진하겠다는 열정을 보였다.
 
"이 일을 하면서 목격한 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손이 없어 고통 받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손에 장애가 따른다는 건 주변의 도움 없이는 생활이 힘든 점이 너무 많죠. 이들의 고충을 이해하며 사람을 향하는 기술을 완성하고 싶어요. 타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가치적 측면에 중점을 두며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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