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이와 관련한 사건 재판이 줄을 잇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려했던 지점이 현실로 나타났다. 병역거부자들이 주장하는 양심이 진짜인지에 대한 진위 여부를 가려내는 기준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종교적 신념과 양심적 거부의 입증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다.
 
 ▲병역거부자들이 주장하는 양심이 진짜인지에 대한 진위 여부를 가려내는 기준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총 게임하면 가짜 양심적 병역 거부자

법조계 일선에선 검사들이 '진짜 양심'에 따른 종교적 병역거부자를 가려내는 데 애를 먹고 있다는 말들이 흘러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2월 대검찰청은 전국 각 검찰청에 병역거부 사유가 정당한지 확인하기 위한 '판단요소 가이드'를 내려 보냈다. 검찰이 마련한 지침은 종교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수사·재판에서 이들이 주장하는 양심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호할 때 참고하라는 것이다.

특히 이 지침 중에는 '온라인 총쏘기 게임' 접속기록이 포함됐다. 총을 쏴 사람을 살해하는 게임을 자주 하면서 '집총거부'라는 종교적 신념을 주장하는 것은 모순된다는 검찰의 판단 때문이다. 온라인게임 접속이 재판의 증거로 작용한다는 사실에 누리꾼들 사이에선 종교적 병역거부자를 가려내는 기준을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지난 16일 열린 청주지법 형사재판에서는 종교적 병역거부자들의 황당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모았다. 법정에 선 오모 씨 등 4명이 대체복무제에 응할 의향을 묻는 질문에 "국가 소멸을 원한다"며 나라에서 관여하는 형태의 대체복무제라면 거부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물론 일부의 사례이긴 하지만 군대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고 정부가 마련한 대체복무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이들이 나오고 있다. 이에 '진실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를 구별해 내는 '검찰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입증에 관한 우려가 현실이 된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진실한 양심'의 척도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법조계 내에서도 "대법원이 과도하게 모호한 결정을 내려 일선 수사와 재판에 혼선을 줬다"면서 "피고인의 성장 과정 등 삶의 전반을 살펴보는 식으로 진실한 양심을 간접 증명하는 수 밖에 없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대검찰청이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해야한다'는 기준에 따라 지침을 내놓았으나, '진실한 양심'을 가려내는 판단에 대한 논란은 향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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