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크리스천들이 성경통독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시작을 어려워한다. 오랜 신앙생활에도 불구하고 성경을 제대로 1독하지 못한 성도들도 많다. 성경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말씀이다. 그런 의미에서 성경읽기를 훈련하는 것은 말씀대로 살아가는 삶의 기본이자 출발점일 것이다. 이에 본지는 크리스천들의 성경 읽기를 독려하자는 취지 아래, '그래, 성경이야!'를 주제로 신년기획을 준비했다. 독자들이 성경 읽기를 통해 신앙의 열정을 회복할 수 있길 기대한다. <편집자 주>

성경을 읽으면서 어떤 이는 엄혹한 현실 속에 하나님이 주신 삶의 가치를 보고, 어떤 이는 말씀공동체 안에서 타향살이의 외로움을 달랜다. 탈북민과 다문화 이주민 등 우리사회 소수자들로 일컬어 지는 이들이 성경을 통해 찾은 의미는 무엇일까. [그래, 성경이야!] 세 번째 기획에서는 성경으로 하나님과 만난 탈북민들과 신앙교제를 이루고 있는 다문화 이주민들의 신앙얘기를 담아봤다.            
 
 ▲지난 22일 서울 광진구 나섬교회에서 몽골팀 교인들과 박현옥 목사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데일리굿뉴스

타국에서 고단한 삶, 성경읽기는 교제의 통로
 
“우리 교인들은 ‘성경읽기’를 교제의 시간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모두 한 자리에 모여 5~10분 동안 한 목소리로 성경말씀 한장을 읽고 다과를 나눕니다. 자연스럽게 기독교 문화 안에서 가까워지고 있죠. 새해부터는 ‘잠언’을 읽기 시작했어요.”
 
몽골교인 20~30명은 올해로 10년 째 주일예배 후 성경을 읽고 있다. 나섬공동체 소속 나섬교회 몽골팀 이야기다. 교인들 대부분은 나섬공동체의 또 다른 기독교기관 재한몽골학교 교사들로 구성됐다. 이들에게 성경읽기 시간은 같은 국가 출신 친교의 장이다. 담당사역자 박현옥 목사는 “모국을 떠나 타지에 와서 살고 있는 이주민들에게 성경읽기는 교제의 통로가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2014년도부터 나섬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재한몽골학교 교사 40대 여성 에르뎀툭스 씨는 “타국에서 생활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하지만 이곳에서 만난 기독인들과 교제하며 믿음생활을 배우고 있다. 특히 성경을 읽으면서 언어생활이나 사고방식이 기독교적으로 변화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의 신앙교제는 성경책 한 권 읽기를 마칠 때마다 열리는 성경퀴즈대회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진다. 퀴즈정답을 가장 많이 맞춘 대상자는 십자가 모양 장식품, 말씀이 적힌 머그잔 등 기독교 물건을 선물로 받는다. 박 목사는 “종교적 배경 특성상 기독교와 먼 몽골 가정에는 기독교 관련 장식품이 없다보니 이러한 선물을 받으면 좋아한다”며 “퀴즈대회에 관심 없던 교인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열심히 준비해온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성경읽기는 친교의 시간을 넘어 몽골인 개인의 영적 갈급함으로 이어지고 있다. 나섬교회 교인이자 재한몽골학교 교사로 10년 가까이 성경읽기에 참여한 40대 여성 어용수렝 씨는 “성경읽기 시작 전 한국인 집사님이 성경의 개요와 역사이야기를 풀어 설명해주신다”며 “몇 년간은 단순히 책 읽는 느낌으로 참가했다면 이제는 하나님 말씀을 더욱 깊이 알고 싶어졌다”고 고백했다.
 
이처럼 몽골교인들이 성경말씀과 가까워지도록 하는 것이 박 목사가 성경읽기를 지속하는 이유다. 몽골은 티베트 불교 즉 라마교 53%, 이슬람교 4%의 종교 분포를 보인다. 이러한 몽골의 종교적 배경 특성을 고려해 교인들이 모국으로 돌아가서도 성경과 멀어지지 않도록 하는 습관을 길러주려는 목적도 있다.
 
박 목사는 이주민 가정, 다문화인들의 복음화를 위한다면 성경읽기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하는 필수사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몽골에는 교회가 많지 않아 교인들이 모국으로 돌아가면 예배 생활에서 멀어질 수 있다. 하지만 성경책은 소지할 수 있다”며 “한국에서 성경읽기와 예배생활이 생활화 된다면 이들이 어떤 곳에서든지 말씀묵상을 통한 신앙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UU선교학교에서 탈북민들이 성경공부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한국순교자의소리)

북한의 냉혹한 현실, 성경으로 '삶의 가치' 찾아
 
"십계명이 가장 마음에 먼저 다가왔어요. 인간 존엄의 가치에 관한 것들을 말하고 있었죠. '이 책 괜찮구나. 이대로만 살면 행복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성경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에서는 성경을 소지하는 것만으로 큰 위험이 따른다. 어렵사리 북한 주민들에게 전해진 성경책은 사람들의 마음에 삶의 의미와 용서, 그리고 평화를 심어주며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었다. 북한의 많은 이들은 성경을 통해 인간으로서의 가치와 윤리적 규범의 가르침을 먼저 찾았다. 이는 이들의 상황과 맞닿아 있다.
 
한국순교자의소리(공동대표 에릭 폴리·현숙 폴리·VOM) UU선교학교(Underground University)에서 선교사 과정을 밟고 있는 탈북민 김 씨는 '시편·잠언·전도서'가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들 성경 말씀에선 좋은 가치들을 강조하더라. 양심을 지키면 되려 불이익을 받는 냉혹한 현실에서 이러한 가치들이 먼저 보였다. 그러다 보니 성경 속에서 삶의 가치를 찾게 되고 하나님을 만나게 됐다"고 전했다.
 
이곳 학교에서 성경읽기 등을 통해 깊이 있게 말씀을 묵상하게 되면서 삶의 관점도 180도 변했다. 그를 곁에서 지켜봤던 사역자들도 그의 변화에는 한 목소리를 냈다. VOM 북한사역 담당 목사는 "우여곡절이 많은 분이셨다. 배급이 끊겨 끼니를 거르는가 하면 그의 할아버지는 총살당할 위기에 처했었다. 삶에 회의감이 얼마나 컸겠냐. 그러나 이제는 성경을 통해 삶의 목적을 찾고 복음전파의 열정으로 다양한 사역을 감당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변화는 비단 김씨 만의 얘기가 아니다. 성경을 통해 하나님을 만난 탈북민들은 되려 복음전파의 사명을 감당하며 크고 작은 열매를 맺고 있다. VOM 현숙 폴리 대표는 "탈북민에게 성경을 가르쳐 그들이 직접 가족과 이웃에게 복음을 전하도록 했다"면서 "북한과 중국 등지에서 핍박받는 이들에겐 탈북민들의 말들이 동질감을 형성하며 마음을 열게 만든다. 사역지서 이런 경험을 체험한 탈북민들은 말씀을 읽는 것을 넘어 행함을 실천하게 된다"고 말했다.      
 
선교학교가 중점을 두는 것도 '복음을 통한 실천'이다. 강의실에 앉아 말씀을 듣고 읽는 것을 넘어 삶과 연결이 되게끔 돕는 데 진력하고 있다. 현숙 폴리 대표는 "성경말씀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유일한 도구"라면서 "북한사람들에게 성경을 접하게 하는 것에서부터 역사가 일어난다. 탈북민들을 포함해 모두가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하나님의 뜻을 붙잡아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오직 성경으로, 오직 성경을 읽음으로써 변화의 물꼬가 되고 있다는 것을 수많은 탈북민들이 방증하고 있었다.

취재/글: 박혜정, 최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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