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9년 경제정책의 키워드를 '혁신성장'으로 꼽았지만 혁신을 무기로 경쟁하는 스타트업 기업들은 살길을 찾아 한국을 떠나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9' 전시장에서 한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모습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얼마 되지 않는 스타트업들도 한국의 팍팍한 규제를 피해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지난 1월 8일에서 11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9' 전시장에서 한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모습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얼마 되지 않는 스타트업들도 한국의 팍팍한 규제를 피해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형편이다. (사진=연합뉴스)

 
블록체인, 달리는 '세계' 걸음마 '한국'

얼마전 막을 내린 'CES 2019'에서 가장 주목받은 분야는 ‘블록체인(분산저장 거래시스템)’이었다. 블록체인은 올해 CES 측이 주요 주제로 삼을만큼 전망이 밝은 분야로,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차세대 먹거리로 꼽힌다. 이미 글로벌 스타트업 기업들은 블록체인으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비상장 기업 중 기업가치 1조 원 이상 기업인 ‘유니콘’ 중 블록체인 관련 업체는 모두 27개이고 그중 20개 기업이 미국과 중국 업체다. 순위권에 한국은 없었다.

이를 반영하듯 CES 블록체인 행사장에 한국기업의 모습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총 38개 업체가 참가한 행사장엔 프랑스가 10개로 가장 많았고 미국이 8개로 뒤를 이었다. 한국기업은 위즈블과 창대테크 2곳뿐이었다. 업계관계자는 "정부가 블록체인 관련 규제를 좀 더 개선하고 지원한다면 더 많은 기업들이 CES에 참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미국과 중국을 제치고 가장 많은 기업을 참가시킨 프랑스는 지난해 9월부터 가상화폐공개(ICO)를 허용하는 등 블록체인 시장 선점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규제 떠나 해외로 눈 돌리는 스타트업

프랑스가 규제철폐 속에 약진하는 사이 국내 스타트업 기업들은 촘촘한 '규제' 때문에 한국을 떠나고 있다. CES에 참가했던 위즈블은 사업 확장을 위해 스타트업에 대한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싱가포르에 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규제에 대한 고민은 블록체인뿐 아니라 다른 스타트업 분야도 마찬가지다. 최근 자체 개발한 복부지방량 측정기를 한국에 출시하려고 했던 국내 헬스케어 업체는 출시를 무기한 연기했다.
 
이 업체가 한국 출시를 미룬 것은 복잡한 규제와 행정절차 때문이었다. 의료기기를 출시하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신의료기술평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여 여부 평가 등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러한 단계들을 다 거치면 보통 2~3년 가량이 소요된다. 반면 미국은 제품 개발 후 출시까지 1년이 채 걸리지 않는다.
 
 ▲핸들서 해방된 두 손. 서울대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 연구원이 '스누버(SNUver)' 차량의 자율주행기능을 선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내 최초로 도심 자율주행차량 '스누버'를 개발한 스타트업 토르드라이브도 규제를 피해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도로교통법, 자동차관리법 등 온갖 규제에 발목을 잡혀 사업진행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우버, 카풀 등 차량 공유 서비스가 금지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스누버는 최근 국대 대형 유통업체와 자율주행 배송서비스를 위한 시범운영 계약을 맺었지만 자율주행 규제 완화가 없다면 상용화까지 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미국 프랑스 중국 등 다른 국가는 스타트업에 단순히 돈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종 규제도 혁파한다"며 "이들 국가 스타트업은 매년 특출난 첨단기술과 서비스를 갖추고 CES에 참가해 놀랍다"고 전했다.

기술부족이 아닌 규제와 복잡한 행정절차를 피해 해외로 떠나는 한국의 스타트업 기업. 이들이 마음껏 도전과 혁신을 계속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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