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요양병원은 노인의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요양병원의 크고 작은 문제들로 인해 요양병원의 사회적 인식은 개선될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요양병원 실무 의료진들은 문제 있는 일부 병원들로 인해 열심히 일하는 나머지 병원들이 신뢰를 잃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병원장으로부터 심각한 구타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 모씨

한국사회 내 급증한 요양병원 '적폐 낙인'
 
1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7년 뒤인 2026년 노인 인구가 1,111만 명에 달하며 앞선 2024년에는 치매환자수가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이처럼 급증하고 있는 고령 환자들의 케어를 위해 한국사회 내 요양병원의 수요도 많아졌다.
 
전국적으로 지난 2013년 1,208개소였던 요양병원은 2018년 7월 말 기준 1,483개소로 23% 증가했다. 보건의료실태조사(2011년~2016년)에 따르면 전체 의료기관이 이 기간 평균 1.9% 증가한 반면 300병상 이상의 요양병원은 무려 31.5% 증가했다.
 
요양병원의 사회적 역할이 커지는 분위기와는 달리 요양병원에 대한 인식은 사회 전반에 걸쳐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일부 요양병원의 사무장병원 설립, 보험사기, 환자 학대 의혹 등 비리 행위가 잇따라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말에는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요양병원의 환자 폭행 의혹 및 각종 부조리가 전해졌다. 특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적정성 평가 1등급을 받을 만큼 우수한 병원으로 알려진 한 요양병원에서 환자가 병원장으로부터 심각한 폭행을 당한 사례가 방송됐다.
 
의사면허를 빌려 요양병원 등을 불법으로 운영하는 '사무장병원'의 비리사건도 만연했다. 최근 의사면허가 없는 부부가 사무장 병원을 설립해 요양급여 등 총 5억 1,000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부부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따라 출자금 1억 원 이상, 조합원 수 500명 이상이면 지자체의 인가를 받아 병원을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허위로 소비자협동조합을 설립한 뒤 해당 조합 명의로 병원을 개업한 혐의로 구속됐다.
 
불법 사무장병원 등 요양병원 비리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적폐'로 지목했다.지난해 12월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요양병원 비리는 9대 생활적폐중 하나로 규정됐다. 문 대통령은 "통계를 보면 2017년 환수결정액 대비 징수율이 4.72% 미만인데, 이는 문제가 된 병원들이 소위 '먹튀'를 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사무장, 병원장 등에게 연대책임을 물어 병원이 문을 닫아도 반드시 환수해야 한다"는 등 강도 높은 개혁 의지를 내비쳤다.
 
적폐낙인에 전국10만 요양병원 치명타
 
대통령의 적폐 낙인에 요양병원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청와대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전국의 10만 요양병원인은 적폐인가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지난해 12월 17일 올라와 1월 10일 기준으로 무려 2,702여 명이 해당 청원에 참여했다.
 
청원인은 "요양병원을 좋게 보지 않는 사람은 '좋은 약을 쓰지 않는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요양병원은 포괄수가제(DRG)를 기반으로 거의 모든 환자의 병원비가 책정된다. 그러니 필요 이상의 적극적인 치료와 처치를 해드리기 어렵고, 비교적 저렴한 약물을 투약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해명했다. 포괄수가제는 환자가 병원에 입원해서 퇴원할 때까지 진료받은 종류·양과 관계없이 미리 정해진 일정액의 진료비를 부담하는 제도다.
 
그러면서 '병실 당 환자가 많다', '감염관리나 시설 등이 취약하다' 등 요양병원을 향한 세간의 평가에 대해서는 "의료법은 꾸준히 바뀌어왔다. 규정에 따라 벽을 허물고 세워서 실컷 맞춰두면, 몇 해 뒤에 또 다시 법이 개정되고, 또 다시 비난을 받는다. 물론 거기에 따른 비용은 온전히 병원의 몫"이라고 호소했다.
 
또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회장 이필순)은 '2018년 하반기 정기 이사회'에서 요양병원 적폐 논란이 전국 1,450개 요양병원 모두를 범죄집단인 것처럼 매도되고 있음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필순 회장은 "전국 1,450개 요양병원 중 문제 있는 병원은 10%도 안 된다. 그런데 요양병원 전체가 '적폐'로 매도당하고 있어 열심히 하는 나머지 90% 병원과 병원종사자들은 자존심에 심각한 치명타를 입었다"며 "협회도 회원 교육, 안내 등 자정노력을 하고 있지만 비회원 병원이 말썽이거나 단속권한이 없는 등 한계가 있다. 정부가 사무장 병원, 못된 요양병원 등 문제 병원을 강력하게 단속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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