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서울동노회 소속 박승렬 목사는 강간미수와 무고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 받은 바 있다. 그러나 후속조치를 두고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복역중인 박 목사에게 서울동노회가 정직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기장 여성연대는 이 같은 사실을 규탄하며 "판결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9일 오후 2시 기장총회 앞에서 '한국기독교장로회 교회 내 성폭력문제 해결'을 위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재판국원마저 가해자 측(?)판결 철회 요구
 

"우리는 지금까지 서울동노회와 재판국을 존중하며 정의롭게 재판해주길 기대했다. 그러나 '정직'이라는 솜방망이 판결을 했고, 우리의 간절한 기대와 신뢰를 저버렸다."
 
9일 기장총회 앞에서는 교회 내 성폭력 사건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기장 여성연대·성정의실현을위한 기장교역자모임 등 소속 여성 사역자 및 성도 30여 명은 이날 오후 2시 기자회견을 열고 '박승렬 목사 조카 성폭행 사건'에 '엄중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기장 여성연대는 "가해자에게 '면직'이 아닌 '정직'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짚으며 "정직은 목사의 직을 잠시 멈추는 것이고, 언제든지 해벌돼 복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범죄자 목사의 목사직을 계속 유지시켜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서울동노회의 재판은 가해자는 쉽게 교회공동체로 복귀할 수 있고 피해자는 2차·3차 가해로 이어져 다시는 교회공동체에 들어올 수 없게 한 처사다. 피해자의 무너진 자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재판이었으며 교회의 생명과 평화, 정의의 가치를 훼손시킨 재판이었다"고 비판했다.
 
재판국원으로 참여한 이가 가해자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에 서명한 사실도 지적했다. 이들은 "가해자에 편향된 시선을 견지한 이가 재판국원이 됐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면서 "짓밟힌 정의로운 재판장의 권위를 회복시키기 위해 참회하며 성찰해야 한다"고 규탄했다.
 
이에 기장 여성연대는 △가해자·해당교회·노회가 피해자에게 즉각 사과할 것 △서울동노회 재판국의 판결 철회 △가해자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 서명 철회 △교단 내 성폭력 예방과 근절을 위한 제도와 법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 같은 일이 관철될 때까지 연대를 계속적으로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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