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반도 강제병합으로 러시아와 갈등이 깊은 우크라이나가 종교적으로도 러시아와 갈라섰다. 정치적 분란에서 시작된 파열음이 결국 종교를 갈라놓는 사태까지 이른 것이다.
 
 ▲'우크라이나 정교회 독립' 토모스(교회령)에 서명하는 바르톨로메오스 세계총대주교.

러 정교회 "정치적 야망의 산물" 비난
 

기독교 정교회 '수장'인 바르톨로메오스 1세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겸 세계총대주교는 5일(현지시간) 이스탄불 성(聖)게오르기오스 성당에서 우크라이나 교회의 자치권(autocephaly)을 승인하는 '토모스'에 서명했다.
 
토모스의 사전적 의미는 자치 승인 같은 정교회의 중요한 결정 사항을 담은 소책자 형태의 문서를 가리키며, 간략하게는 '교회령'을 뜻한다.
 
바르톨로메오스 총대주교는 "경건한 우크라이나인들이 이 축복의 날을 7세기 내내 기다렸다"면서 "우크라이나가 해방, 독립, 자치를 누리고 외부 의존과 간섭에서 벗어나는 성스러운 선물을 받았다"고 선언했다.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6일 바르톨로메오스 총대주교로부터 토모스를 수령하면 공식적으로 자치 교회의 지위를 갖게 된다.
 
가톨릭의 구조가 교황을 정점으로 하는 피라미드형 위계조직이라면, 정교회는 그와 달리 자치권을 가진 각 교회의 연합 구조다. 그 중에서도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는 정교회의 지도부 역할을 하는 곳으로,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는 여러 지역 정교회의 중심으로 상징적 수장 역할을 한다.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정교회 법상 700년 전부터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 소속이었으나 17세기 교회 인사권이 러시아 정교회에 부여되면서 사실상 러시아 관할 아래 있었다. 허나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 이후 양국 간 갈등이 심화하면서 우크라이나 종교계와 정치권 모두 러시아로부터 독립을 추진했다.
 
결국 갈등 속에 작년 10월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는 우크라이나 교회의 독립을 인정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지난달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자치 교회를 설립하고, 예피파니를 새 수장으로 선출했다. 이번 토모스로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세계에서 열다섯 번째 자치 교회로 독립했다.
 
이를 두고 러시아정교회 측은 우크라이나 정교회 독립 방침을 맹비난하고 있다. 콘스탄티노플과 '완전한 친교'를 끊는다는 선언도 일방적으로 밝힌 상태다.

이들은 "바르톨로메오스 총대주교가 전세계 정교회의 형제관계를 끝장냈으며, 영적 지도자로 불릴 권한을 영구히 상실했다"면서 "이번 독립 결정으로 관할 아래 있는 많은 교회가 결국 우크라이나 정교회로 넘어가고 현지 교회들을 둘러싼 충돌이 벌어질 것이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정교회가 이를 빌미로 교회를 장악하려 한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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