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사건사고가 많았던 해가 또 있을까. 2018년은 각종 논란으로 얼룩진 한 해였다. 대한민국 사회 전반을 뒤흔들었던 '미투운동'과 '갑질·묻지마 폭력', '강릉 KTX탈선 사고' 등 크고 작은 사건들이 우리사회를 뜨겁게 달궜다. 본지는 앞서 '올해 가장 뜨거웠던 10대 사회 이슈'를 선정한 바 있다. 수많은 이슈로 다사다난했던 무술년 한해, 그 가운데서도 가장 인상 깊은 이슈를 꼽아 면밀히 살펴봤다.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남북정상회담에 온 국민적 관심이 모아졌다.

전쟁위협에서 평화 분위기로…"한발 짝 더"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북단일팀 참가와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남북정상회담까지 숨가쁘게 전해진 남북소식에 온 국민적 관심이 쏠렸다. 남북 정상의 첫 만남에 모두는 열광했고 이 만남은 남북관계 발전의 주요 변곡점이자 역사적인 회담으로 기록됐다.
 
4·27 남북정상회담은 2007년 이후 11년 만에 성사된 자리였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동안 경색됐던 남북관계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유화무드로 바뀌었고 정상회담까지 이르게 됐다.
 
당시 남북 정상은 회담 직후 '판문점 선언'을 통해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데 합의했음'을 전세계에 엄숙히 천명했다. 정전상태의 지정학적 위험으로 도사렸던 한반도가 평화협정으로 발걸음을 성큼 내디딘 것이다.
 
판문점 선언을 분수령으로 남북관계는 극적으로 바뀌었다. 4·27 판문점선언에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선언’을 이끌어 냈고 이를 토대로 통일각과 평양에서 파격적 만남을 가지며 6·12 북미정상회담의 장을 열었다. 그리고 마침내 6·12 회담에서 북미 정상은 적대청산을 선언하고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을 위한 협상에 돌입했다. 그러나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두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현재는 교착상태에 빠진 상태다.
 
이 같은 답보 상황에 불씨를 살린 건 한미정상이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한반도 평화정착 노력에 추가적인 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이 연말 우리 사회의 큰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김 위원장이 고심 끝에 서울 답방을 결단한다면 제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이른바 ‘디테일의 악마’에 빠져 교착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북미간 비핵화 후속협상에 큰 동력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1월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록가 기폭제가 돼 사회전반에 걸쳐 '미투 운동'이 전개됐다.

'#Me Too’ 한국사회가 응답했다
 
올해는 미투(‘#Me Too’) 바람이 유난히도 거셌다.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사회 전반에 걸쳐 확산되면서 이 운동은 한국 사회의 중요한 화두였다.
 
지난 1월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가 도화선이 된 '미투 운동'은 법조·문화예술·대학·종교계를 거쳐 정치권까지 덮치며 우리 사회를 강타했다.
 
고은 시인, 연출가 이윤택·오태석 씨 등 문화예술계 거목들이 성 추문 폭로로 하루아침에 지탄받는 인물로 전락했다. 그런가 하면 정치권으로 번진 '미투 운동'은 유명 정치인들을 곤경에 빠뜨리거나 낙마시켰다.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대권 주자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수행비서였던 김지은 씨가 "네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함에 따라 '성폭행 피의자'라는 불명예를 안고 30년 정치인생을 마감했다. 6·1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 중이던 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도 '2011년 A 씨를 성추행 했다'는 인터넷 매체의 보도로 논란에 휩싸여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이처럼 '미투 운동'은 그동안 우리사회에 만연해온 '권력형 성폭력'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이를 기점으로 정부도 성폭력 근절을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당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공공부문의 성폭력 범죄에 대한 강력한 엄단부터 시작해 사회 전반의 성차별적 권력구조를 개선해 나가겠다"면서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근절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미투 운동이 전개된 지 1년인 지금, 관련 대응책은 아직도 미비하기만 하다. 미투 관련법이 160개나 상정돼 있는데 '이 중 하나도 통과되지 않고 있다'는 비관적인 말까지 흘러나오는 형국이다. 강하게 몰아쳤던 미투 운동도 이제는 수면 아래로 내려간 듯하다. 제도개선을 비롯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논의되고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최근 아현 KT 통신구 화재와 백석역 열수송관 파열, 강릉 KTX탈선 등 사고가 발생하며 안전 불감증 문제가 불거졌다.

치유되지 않는 질병 '안전불감증'
 
세월호 등 지난 세월 온 나라를 슬픔에 잠기게 했던 대형 참사들이 모두 안전 불감증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잊은 것일까. 2018년은 민생과 직결된 사회기반시설에서 안전사고가 속출했다.
 
최근 아현 KT 통신구 화재와 백석역 열수송관 파열, 강릉 KTX탈선 등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안전 불감증 문제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지난 4일 고양 백석역 인근에서 발생한 열수송관 파열사고는 어처구니 없는 사고였다. 도로 지하에 매설된 대형 온수배관이 터지면서 섭씨 100도의 물이 주변을 덮쳐 차를 몰고 가던 60대 1명이 숨지는 등 60여 명의 사상자를 낳았다. 경찰의 감식 결과 매설된 지 27년이 지난 노후 배관 파열이 사고원인이었다. 평상시 난방공사의 관리점검이 부실하다는 방증이다.
 
지난달 24일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는 인터넷과 유무선 전화, 군통신망까지 먹통 시키며 그야말로 서울 서북권 일대를 초토화 시켰다. 외국인 근로자가 재미로 날린 풍등때문에 발화했다는 고양 저유소 화재도 자칫 대규모 참사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사고였다. 모두 관리에 더 신경 썼더라면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였다.
 
문제는 안전사고가 시설물 종류를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는 점이다. 지난 8일 강릉역을 출발한 서울행 KTX 열차가 단 5분 만에 탈선해 시민들을 경악케 했다. 사고 구간에서 열차가 시속 100㎞로 달렸기에 인명피해가 적었지만, 탈선 열차가 고속주행 구간에서 탈선했다면 큰 인명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사실 이 같은 대형 사고는 연초부터 발생했다. 지난 1월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는 46명이 사망하고 109명이 부상을 당하는 대형 사고였다. 짧은 시간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주요 원인으로는 '스프링클러' 문제가 꼽힌다. 당시 정부는 "이 사고를 계기로 중소병원까지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도 병원들의 스프링클러 설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내년도 정부예산에 스프링클러 지원분을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근래에 발생한 세 건의 사고로 정부는 지난 13일 범정부 안전관리 대책회의를 열어 사회기반시설 분야의 안전대책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이번 만큼은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도록 정부는 물론 해당기관과 국민 전체가 안전에 유의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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