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일가족 6명을 도끼로 살인한 사형수 고재봉이 교도소에서 예수를 믿고 회심한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수감 3개월여 만에 총살형을 받은 그는 사형 당일까지 교도소 수형자 2,000명 중 1,800명을 전도했다. 희대의 살인마라고 불렸던 고재봉은 자신이 일찍이 예수를 알았더라면 사람을 죽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날마다 사회면을 크게 채우는 강력범죄 소식에 여론은 사형제 부활 등 보다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사람들은 '죄를 지은 사람들을 왜 도와야 하냐'는 냉소적 반응을 보인다. 이렇듯 응원보다는 질타를 더 받지만, 지난 반세기동안 묵묵히 어두운 감옥에 복음의 빛을 밝히고 있는 선교단체가 있다. 올해 50주년을 맞은 기독교세진회의 사역을 조명해 봤다.
 
 ▲기독교세진회 이일형 총무는 전국 5만여 재소자 중 기독교인이 약 20~25%에 달한다고 말했다.

전국 5만여 재소자 중 기독교인 약 25%
 
성탄절을 앞두고 기독교세진회(이사장 정지건 장로) 직원들은 한껏 분주한 모습이었다. 전국에 있는 재소자 자녀들에게 보낼 선물과 택배 상자가 사무실 한 켠에 가득 쌓여 있고, 그 옆에는 교도소 안에 있는 부모가 담 밖의 자녀들에게 쓴 손편지들이 곱게 접혀 있었다.
 
'늘 걱정과 상처를 안겨 줘서 정말 미안하다. 너희들만큼은 아빠처럼 살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어', '혼자 돈 벌어서 생활하려고 하니 많이 힘들지. 나중에 시간 되면 아빠 보러 와줄래?', ' 매일 너희 생각에 마음이 아프고 많은 후회가 된다. 마음 열 때까지 기다릴게. 아빠 용서해줄래. 미안해'
 
보는 사람까지 가슴 절절하게 하는 내용이지만, 편지를 쓴 사람이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마음이 식게 된다. 교정선교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얻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기독교세진회 이일형 총무는 가장 힘든 점이 '편견'이라고 말했다.
 
"교정선교 사역을 한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말해요. '왜 죄를 지은 가해자를 도와요? 차라리 피해자를 돕는 사역을 하세요'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재소자들을 방치해야 할까요. 다른 누구보다 예수를 믿은 우리가 용서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님께 우리 죄를 용서해달라고 얘기할 수 있겠어요?"
 
현재 전국 53개 수용소에 5만여 명의 재소자들이 있다. 이 중 20~25%가 기독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들은 사회에서도 교회에서도 환대 받지 못한다. 특수사역 가운데서도 교정선교는 교회들이 선뜻 나서려고 하지 않는 분야다.
 
이일형 총무는 "재범률이 40~50%에 달하고, 부모의 수감으로 방치된 자녀들이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범죄 대물림이 일어나는 이들은 어쩌면 가장 복음이 절실한 사람들"이라며 "조두순 등 강력범죄자들은 대부분 소년원 출신인데, 그 때 누군가 막아 섰더라면 더 큰 범죄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13일 경기 성남시 을지대학교에서 기독교세진회 이일형 총무를 만났다.ⓒ데일리굿뉴스

점점 빨라지는 범죄 시계, 다음세대 위기청소년 품어야
 
1968년 설립된 기독교세진회는 아이러니하게도 피고인에게 직접 교도소 복역 판결을 내린 판사와 검사, 변호사 등 크리스천 법조인들이 주축이 됐다. 지은 죄에 대해서는 엄중한 처벌을 내리지만 죄는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지 않아야 한다는 복음적 측면에서다.
 
법무부 1호 인가 교정선교 전문기관으로서 기독교세진회는 재소자와 재소자 가족들을 찾아가 복음을 전하고, 어려운 가정에 생활비 및 자녀 장학금 지원, 소년원 인성교육, 찾아가는 음악회 등 다양한 사역을 펼치고 있다.
 
반세기에 달하는 지난 50년의 교정선교를 통해 이루어진 열매들도 많다. 가장 큰 성과로 꼽히는 것은 지난 2010년 아시아 최초 민영교도소로 세워진 경기도 여주 소망교도소다.
 
이일형 총무는 "기독교세진회 이사진으로 있는 법조인들이 뜻을 품고 한국교회가 마음을 모아 연합해 소망교도소의 문을 열었다"며 "소망교도소는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교화'를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재범률이 전국 52개 국영교도소와 비교가 안 될 만큼 낮다"고 밝혔다. 이 총무에 따르면 절반에 가까운 재범률을 보이는 다른 교도소와 달리 소망교도소 재범률은 불과 6%다.
 
기독교세진회가 처음 시도한 가족사랑캠프의 경우 법무부 교정본부가 그 효과를 인정해 현재 전국 53개 모든 수용소에서 실시되고 있다. 이일형 총무는 "재범 방지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가족이라는 것에 근거했다"며 "그 동안 굵은 창살을 사이에 두고 15분만 만날 수 있었던 가족들이 캠프를 통해 하루 종일 레크리에이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며 친밀감이 회복되고 수용자도 안정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기독교세진회가 앞으로 더 중점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은 다음세대인 위기청소년들을 위한 사역이다. 수용자 자녀들과 멘토를 일대일로 연결하는 일명 키다리아저씨 프로젝트 '꿈나무 캠프'와 위기청소년을 위한 그룹홈, 6호 소년보호시설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기독교세진회의 지난 50년이 어른 중심의 교정선교였다면 앞으로의 50년은 다음세대, 곧 위기청소년들을 위한 사역을 중점적으로 할 계획이에요. 한국교회 역시 다음세대에 대한 고민이 많은데, 수용자 자녀들과 위기청소년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품어주길 바랍니다."
 
 ▲성탄절을 맞아 기독교세진회는 선물과 함께 전국의 수용자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한 글자 한 글자 직접 써내려간 편지를 배달한다.ⓒ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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