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0일은 유엔 세계인권선언이 채택된 지 70주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 1991년 유엔에 가입한 북한은 가입국으로서 사상과 양심, 종교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지만 여전히 심각한 인권 유린이 자행되고 있다.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다방면에서 활동해온 단체들은 10일 그 동안 취합한 자료와 증언을 나누며 북한 인권 실태를 짚고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유엔 세계인권선원 70주년을 맞아 북한 인권의 실태와 대응을 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데일리굿뉴스

국제인권단체들 "북한 인권, 여전히 제자리걸음"
 
유엔 세계인권선언 70주년을 맞아 북한정의연대(대표 정베드로)의 주관으로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북한의 박해 실태와 국제사회의 대응,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란 주제로 북한인권 국제포럼이 열렸다.
 
이날 포럼에는 오랜 기간 꾸준히 북한 인권 실태에 대해 국제사회에 문제 제기를 해온 국내외 인권단체들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 북한인권위원회와 세계기독연대, 헬핑핸즈코리아 등은 북한주민들의 존엄성이 지켜지지 않는 한 진정한 평화는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제 민간단체 세계기독연대(CSW) 벤 로저스 동아시아 팀장은 북한에는 어떠한 종교나 신앙의 자유가 없다고 한마디로 요약했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세계기독연대는 약 20년 동안 북한의 종교박해를 포함한 인권 실태를 조사해서 문서화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유엔과 국제사회에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벤 로저스는 “특히 남한과 북한,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변화를 거듭하면서 북한이 개방될 것으로 보이는 이 시점에 북한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평화로 가는 그 어떤 길목이던 간에 북한 주민들의 존엄성과 기본권은 반드시 핵심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북한 인권 문제에 있어서 기독교에 대한 극심한 핍박을 빼놓을 수 없다. 일례로 신분별로 핵심계층과 동요계층, 적대계층의 세 계층과 51부류로 주민들을 계급화 한 북한사회에서 기독교인을 비롯한 종교인은 적대계층에 속한다. 또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 12만 여 명이 수감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중 기독교 신자는 25~30%, 약 3만~4만 명에 달한다.

정치범 수용소에서 진행되는 강제 노역과 잔인한 고문, 성폭력 등은 특히 악명이 높다.  벤 로저스에 따르면 △성경을 소지한 것이 발각 △예배하는 것이 드러난 경우 △제3국으로 탈출했다가 선교사들과 접촉이 있었다고 의심될 경우 등 기독교 종교행위를 하다가 잡힐 경우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진다. 
 
또 이러한 정치범 수용소는 본인 뿐 아니라 그의 자녀들과 손자들까지 3대를 대상으로 한다고 벤 로저스는 덧붙였다. 헬핑핸즈코리아 대표 팀 피터스는 "이 때문에 많은 북한 기독교인들이 자신의 자녀에게조차 신앙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불투명한 북한 내부 속, 탈북민들의 객관적 증언 더욱 요구

북한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이고 닫힌 국가지만, 내부에서는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는 세계기독연대가 지난 10년 간 북한의 변화를 조사한 결과를 담은 보고서에 따른 것으로, 벤 로저스는 앞으로 북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 이 같은 변화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년 간 외부 라디오 방송과 밀수입된 USB, DVD 등을 통해 북한 주민들은 외부 세계에 대한 전례 없는 정보를 얻게 됐고 이 결과 탈북의 동기가 바뀌었다"며 "초반에는 사람들이 굶어 죽기 때문에 탈북을 했지만 지금은 자유와 기회와 소망을 찾아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주민들의 인권 개선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탈북한 뒤 정치범수용소 해체 운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이한별 북한인권증진센터 소장은 무엇보다 탈북민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한별 소장은 "32,000 명에 달하는 탈북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북한에서 경험하고 목격한 것에 대해 사실만을 말해야 하고 충실한 증언을 해야 한다"며 "그 때 북한의 실체가 더 정확히 알려지고 한국과 국제사회가 북한 문제를 잘 논의해서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북한인권제3의길 김희태 사무국장 또한 객관적이고 사실에 근거한 증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사무국장은 "북한 내부 상황에 대한 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탈북민들과 북한인권단체들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조작, 과장, 왜곡된 주장을 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봐왔다"며 "이는 오히려 북한 당국에 면죄부를 줄 우려가 있고, 사실에 입각해 인권 활동을 펼쳐야 국제사회의 지지와 설득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박해 받는 사람들을 기억하자는 취지로 '기억하다'는 히브리어인 자카르코리아와 북한정의연대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UN 세계인권선언 70주년이 됐지만 북한에서는 30개 조항 중 단 하나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북한 핵시설 검증과 함께 UN 북한인권 조사단의 방북을 허용할 것 △정치범 수용소를 해체하고 수감자들을 석방할 것"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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