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유류세 인상으로 촉발된 프랑스 '노란조끼' 시위가 점차 반(反)정부 시위로 확산, 프랑스 전역을 뒤흔들고 있다. 유류세 인상을 철회하고 고소득층에 대한 부유세의 부활을 검토하겠다는 프랑스 정부의 수습책에도 성난 민심은 가라앉기는커녕 더 고조되는 분위기다.
 
 ▲유가인하를 요구하는 프랑스의 '노란조끼 운동' 시위대

'유류세 인상 유예'에도 폭력시위 확산
 
프랑스 '노란조끼' 시위가 갈수록 규모가 커지면서 국제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다. 지난달 17일부터 3주째 전개되고 있는 시위는 세 차례의 전국적 집회에만 총 53만여 명이 참여했다. 시위에는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 정책에 불만이 쌓인 평범한 시민들까지 대거 동참했다. 이들은 "부자들의 대통령"이라며 마크롱을 성토했다.
 
시위가 격화되면서 지난 주말 파리에서만 130명 이상이 다치고 412명이 체포됐다. 샹젤리제 주변의 상점은 약탈당하고 차량은 불태워졌으며, 개선문 등 국가 상징이 파손되는 피해를 봤다. 또 대입제도 개편에 반대해 프랑스 고등학교 학생들까지 시위에 가세했다. 은퇴한 노인들도 노란조끼를 걸치고 길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번 시위는 1968년 학생과 노동자들이 권위주의와 구체제청산을 요구하며 벌였던 68혁명 이후 가장 수위가 높은 사태로 규정되고 있다.
 
이렇게 시위가 확산된 데는 표면상으로는 유류세 인상이 불씨가 됐지만,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소득양극화에 대한 서민층의 분노가 기름을 끼얹었다는 분석이다. '노란조끼'는 프랑스 정부가 차 사고나 긴급상황에 대비해 차량에 비치토록 규정한 형광조끼로, 운전자 등 서민층을 상징하기도 한다.

지난 1년간 마크 정부는 친환경 자동차 확대를 위해 유류세를 지속적으로 인상했다. 이를 넘어 담배세 등 생활 밀접형 간접세를 대폭 늘리면서 국가의 수혜를 받지 못하는 서민층의 생활고가 커졌다. 또 부유세를 인하하고 고용 유연성을 높이는 등의 투자 활성화 정책이 부유층에만 유리하게 적용해 양극화를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현재 시위대는 유류세를 넘어 부유세와 고용, 연금 등 정책 전반으로 의제를 넓혀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결국 시위가 전 국민적 반발로 확산되자 프랑스 정부는 일보후퇴를 선언했다. 시위가 단순한 유류세 인상 반대가 아닌 마크롱식 개혁에 대한 전반적인 불만을 표출하는 반(反)정부 시위로 번졌기 때문이다. 프랑스 정부는 우선 논란이 된 유류세 추가 인상 계획을 중단키로 결정했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내년 1월 시행 예정이었던 유류세 인상과 전기·가스 가격 인상,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 강화 조치를 6개월간 유예한다"며 "(정부는) 분노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며, 이들과 적절한 토론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정책을 적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표했다.
 
그럼에도 시위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을 기세다. 유럽 곳곳으로 노란조끼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내년 1월 각종 세금이 인상되는 불가리아는 터키 및 그리스와의 국경지대에서 도로를 막고 시위를 벌였다. 세르비아에서는 한 야당 의원이 노란조끼를 입고 의회에 나타나 "기름값을 낮추지 않으면 노란조끼 시위가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네달란드 헤이그의 의회 앞에서도 노란조끼 부대가 빈부격차 해소를 촉구하며 시위를 전개했고 향후 수도 암스테르담에서의 시위도 예고돼 있다.
 
이번 시위의 여파로 프랑스 정부의 개혁노선에는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유류세 인상 계획을 철회하면서 당장 내년 세입계획에서 23억 유로에 달하는 구멍이 발생한데다, 대규모 시위로 인한 투자 감소, 경제활동 중단, 관광객 감소 등이 우려된다. 현지언론들은 "유류세 인상 철회로 예산에 구멍이 생기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성난 노란조끼를 달래기 위해 더 많은 것을 내줘야 할 것"이라며 "시위에 따른 혼란과 투자 감소, 관광객 방문 감소 등은 경제성장률 하락 등 이번 사태의 여파를 더 악화시킬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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