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됐지만 미국 시민권 취득에서 배제돼 합법적 신분을 갖추지 못한 입양인을 돕는 비영리단체 '월드허그파운데이션'. 길명순 이사장을 만나 현지사회 내 한인 입양인들의 현 주소를 들어봤다.
 
 ▲'월드허그파운데이션' 길명순 이사장ⓒ데일리굿뉴스 

미국 추방 위기 한국계 성인입양인 약 '2만 명'
 
"18세 이상 한국계 성인입양인 약 2만 1,000여 명은 미국시민권 취득이 불가능하다. '엄마'라는 한국말도 모르는 이들은 언제든지 향후 미국에서 한국으로 추방될 위기에 놓여 있다. 친 부모와 양부모는 물론 심지어 정부까지도 이들을 외면하고 있다."
 
길명순 이사장은 미국으로 해외입양된 후 시민권 취득에 불이익을 받는 입양인들 약 3만 5,000명 중 약 60%가 한국계 입양인이라고 했다. 길 이사장은 약 50년 전 이들에게 발급된 비자형태와 현 미국 입양아시민권법의 미비점을 지적했다.
 
"40~50년 전, 당시 입양된 아이들이 받은 비자는 미국시민권 비자(R3)가 아닌 입양인 비자 일명 'R4비자'였다. 가까운 나라 필리핀 입양인들만 해도 R3 시민권비자를 받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R4비자를 준 것이다. 현재 미국 시민법은 'R4 비자'로 미국에 입양된 한국사람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할 수 있는 법 제도 자체가 마련돼 있지 않다." 
 
현 미국 '입양아시민권법'은 2001년 연방의회가 2000년 이후 미국에 온 입양아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18세 미만 입양아들에게만 해당되는 법안이다. 2000년 이전에 입양된 18세 이상의 입양인들은 이렇다 할 이유 없이 시민권 부여 대상에서 배제된 것이다.
 
길 이사장은 이처럼 시민권 신분이 아닌 입양인 신분으로만 살아가는 입양인들은 언어와 문화적으로는 미국인화 됐지만 법적으로 미국인이 아니다 보니 정체성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친부모와 양부모 모두에게서 버림 받아 마약과 범죄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보다 현지사회의 불이익에 노출된 사람이 입양인이라는 지적이다.
 
"시민권을 받기 위해 세 번의 결혼을 한 51살 여성이 있었다. 그러나 시민권을 받을 무렵 남편과 헤어지면서 자녀들은 세 명인데 세 아이의 아빠가 모두 다르다. 일하다가 척추를 다친 40대 후반 입양인은 병원에 갔지만 정부혜택을 하나도 받지 못했다. 또 양부모의 죽음 후 유산을 물려받으려 했지만 시민권이 없어 자기 몫의 유산은 고스란히 정부에 환원됐으며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수감된 경우도 있다."
 
"'엄마'의 마음으로 보니 외면할 수 없었다"
 
32년 전 미국으로 이민을 간 길 이사장은 가정에서 자녀 셋과 손자손녀를 둔 '엄마'이자 '할머니'다. 그는 '엄마'의 심정으로 소외된 성인입양인들을 보니 그들이 처한 현실을 외면할 수 없어 직접 발로 뛰며 자비량으로 입양인들을 찾아 다녔다.
 
"메릴랜드 주에 있는 한인 입양인을 만나기 위해 5시간을 운전해 찾아갔다. 당시 37세였던 한인입양인은 도움을 주러 온 내게 '너 돈 많아? 왜 날 도와주려 하냐'며 무턱대고 방어태세를 취했다. 그러나 2시간 정도 진심으로 대화를 나누니 마음을 연 듯 했다. 이 후 교회 행사에도 초대하고, 맛있는 것도 사주며 극장을 다니면서 친밀해졌다. 2년이 지난 지금, 그는 나를 '한국엄마'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는 2만 명이 넘는 한인 성인입양인들을 실제적으로 돕기 위해 합법적인 시민권 부여를 위한 법률자문 지원활동이 시급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러한 활동을 위해 2016년 11월 비영리단체 월드허그파운데이션(World Hug Foundation, 이하 WHF)을 발족했다.
 
길 이사장과 뜻을 같이 한 현지사회 시민들이 늘어나 단체를 설립한 지 2년도 채 안된 현재 한국, 베트남, 인도, 에디오피아 출신 등 임원 21명과 자원봉사 변호사 100여 명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현재 WHF는 '2000년 기준 18세 이상 입양인의 시민권 취득을 위한 법안'을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에 제출해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더불어 입양아들의 시민권 신청 및 취득을 위한 1달러 릴레이 모금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길 이사장은 반드시 관련 법개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한국교회에 기도를 부탁했다.
 
"이 세상에 태어난 것도, 입양된 것도 모두 입양아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발생한 것이다. 법사위원회에 제안한 법 개정이 통과되지 않으면 그들은 시민권을 받을 기회 조차 없다.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유와 신분이다. 이들이 자유를 얻을 수 있다면 자식 키우는 엄마의 역할을 다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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