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외환위기 사태를 생생하게 다룬 화제작 영화 <국가부도의 날>이 개봉 9일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21년 전 한국 현대사에서 잊을 수 없는 가장 큰 위기 상황을 소재로 한 영화는, 당시 IMF 사태를 몸소 겪었던 관객들의 뜨거운 호평을 받으며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IMF 외환위기를 그려낸 영화 <국가부도의 날>이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몰이에 나서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초유의 국가 부도사태, 한국 경제의 운명 걸린 일주일

1997년은 국민소득 1만 달러 돌파와 OECD 가입으로 대한민국도 드디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는 축제 분위기에 젖어있던 때였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당시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루며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의 경제 호황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모습을 비추다가, 불현듯 한 문구에 정지한다. "모든 투자자들은 한국을 떠나라. 지금 당장"

1997년 11월 초, 미국 월스트리트의 한 증권맨은 모건스탠리 한국지사에 긴급 송신 메일을 보낸다. 국내 100대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하고 실업률과 자살률이 치솟으면서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간 IMF 일주일 전, 영화는 그 긴박했던 시간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영화는 국가부도라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닥친 가운데 위기를 막으려는 사람과 위기에 배팅하는 사람, 그 소용돌이 속에서 가정과 회사를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며, '위기는 반복되며, 지금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관객들은 '그 시대를 겪어왔던 세대로서 너무 공감됐다' '대한민국의 트라우마인 그날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꼭 봐야 할 영화' '우리 아버지, 어머니가 생각나 씁쓸했다' 등 호평을 쏟아냈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했다는 영화치고는 잘못된 정보로 관객을 호도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영화에서 정부 관료들은 무능력한 데다가 재벌과 결탁하며, 기업들은 서민들의 고름을 짜내는 악의 세력으로 그려지는 이분법적 선악구도가 지나치다는 것.

실제로 영화에서 당시 재정경제원(현 기획재정부) 관료들이 한국은행의 반대를 무릅쓰고 IMF 구제금융행을 강행하는 장면은 사실과 정반대다. 오히려 IMF행을 서둘러야 한다고 했던 건 한국은행의 주장이었다. IMF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김석동 재경원 외화자금과장은 "끝까지 IMF 구제금융을 신청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전문가들은 영화에서 △정부가 모라토리엄 선언 등 다른 대안이 있었음에도 IMF를 선언했다거나 △숱한 외환위기 경고에도 재경원이 이를 묵살·방치했다는 등의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21년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다시금 생생하게 일깨우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영화라는 특성상 허구로 꾸며낸 이야기들도 있지만, 우리 역사에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을 준다는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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