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소방서 소방관들이 화재출동을 하다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가정을 발견하고 도운 사연이 알려졌다.(사진제공=연합뉴스)

따뜻한 소방관들, 화재출동 가정 안타까운 사연에 주방 수리·생필품 지원

서울 송파소방서 소방관들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안타까운 가정을 발견하고 겨울 한파 대비를 도운 사연이 알려져 훈훈함을 더했다. 

지난달 28일 오후 11시 20분께 서울 송파소방서에 "주방 가스레인지 후드(공기배출장치)에 불꽃이 보인다"는 119 신고가 들어왔다.

신고를 받은 송파소방서 소속 소방관들은 곧장 화재 현장에 출동했다. 불이 난 곳은 송파역 인근 작은 오피스텔의 한 가정집이었다. 다행히 불은 소방관들이 도착하기 전 주방 후드만 조금 태우고 자체 진화된 상태였다. 

소방관들은 화재 원인 조사를 하기 위해 두 자녀와 어머니 김모(56)씨에게 불이 날 당시 어떤 상황이었는지 물었다. 대화 도중 심한 기침을 계속하는 김씨에게 소방관들이 건강 상태를 묻자, 지난 2002년 난치병 진단을 받은 뒤 뇌수술을 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김씨는 "몸이 약해져 급성 폐렴으로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지만, 남편까지 병으로 잃고 어려워진 형편에 식당 주방에서 일을 하고 있다"며 "보증을 잘못 서 큰 빚을 지게 됐지만 증명이 제대로 안 돼 기초생활수급자 지원 대상이 안 된다고 들었다"고 했다. 남편과 사별할 때 유치원생이었던 딸과 아들은 어느덧 고등학생이 됐다. 딸은 이번에 수능 시험을 치렀다.

송파소방서 소방관들은 김씨가 기관지가 좋지 않은데 주방 후드 없는 상태로 요리를 하면 건강이 악화할 것을 우려했다. 난방을 전혀 하지 않아 얼음장 같은 방바닥과 그 위에서 손을 비비고 있던 두 아이도 눈에 밟혔다.

송파소방서 지휘3팀은 이튿날인 29일 아침, 이번엔 119 신고가 없었지만 김씨 집으로 다시 '출동' 했다. 김씨 집 주방 후드를 수리하고 쌀과 휴지, 소화기, 세제 등 생활필수품을 선물하기 위해서다.

송파소방서 관계자는 "국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가정으로 보이는데, 지원 대상 문턱에 걸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보였다"면서 "고등학생 자녀들이 희망을 갖고 공부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도움을 주게 됐다. 유관 기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씨는 "소방관분들께서 도움을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그렇지 않아도 화재 다음 날까지 어지럽고 구토가 나왔는데 후드를 고쳐주시고 생필품까지 주셨다"면서 "감사하다는 말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소방관들은 김씨 집 주방 후드를 직접 수리하고, 쌀 20㎏과 휴지·라면·세제·소화기·귤 등 생활필수품을 선물했다.(사진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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