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한부모 가정 자녀인 한 중학생의 외로운 죽음에 국민들의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최근 중학생 A군(14)이 인천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추락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A군이 또래 학생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하다가 추락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특히 법원에 출석할 당시 가해 학생 중 한 명이 입고 있던 패딩점퍼가 A군의 것으로 드러나면서, 가해 학생들의 인면수심에 사회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단순절도부터 폭행, 성범죄, 살인에 이르기까지 청소년 범죄가 날로 잔혹해지면서 소년법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또다시 높아지고 있다.
 
 ▲'인천 중학생 추락사 사건'을 계기로 '소년법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자 인천시 남동구 남동경찰서를 나서고 있는 가해 학생들의 모습 ⓒ연합뉴스
  
청소년 강력 범죄 날로 증가
 
최근 청소년들의 범죄 행위가 성인 못지않게 대담해지고 흉포해지면서 사회적 불안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인천 중학생 추락사 사건'이 발생하자 가해 학생들을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소년법 폐지' 요구도 재점화되기 시작했다. 사실 그동안 소년법 개정 및 폐지에 대한 목소리는 청소년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반복되어 왔다. 실제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해 8월 도입 이래 '소년법' 관련 제목의 청원 글만 6,000건에 달했다. 이중엔 국민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내 정부의 답변을 받은 청원 글도 여러 건이다.
 
현행 소년법은 크게 △범죄소년(만 14세 이상~만 19세 미만) △촉법소년(만 10세 이상~만 14세 미만) △우범소년(만 10세 이상) 세 가지로 구분한다. 일반적으로 촉법소년과 우범소년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다만 범죄소년은 소년법과 일반 형법을 모두 적용할 수 있다. 즉 범죄소년으로 구분되더라도 소년법에서 조사한 결과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고 범행동기와 죄질이 불량할 경우 일반 형법이 적용돼 성인과 같은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경기 광주시갑)이 최근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간 검거된 형법상 범죄소년은 총 39만 8,917명이었다. 하루 평균 218명이 검거되는 꼴이다. 범죄 유형으로는 절도가 12만 7,749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폭력 10만 5,429명 △지능 5만 6,671명 △강간 1만 28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살인을 저지른 범죄소년도 108명에 달했다. 같은 기간 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은 3만 8,425명으로, 하루 평균 21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처벌'이나 '교화'냐
 
소년법 폐지 논란에 대해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백점짜리 정책이나 법은 없다며 '선택의 문제'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번 사건에 대해 "일단 연령을 하한으로 낮춰서 엄격하게 처벌하는 선례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에 따르면 14세 전후에 형성된 자아는 교화에 큰 노력이 필요한데, 그런 노력이 없는 상태에서 사회로 다시 보내면 결국 악순환이 된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자연범(법규에서 범죄로 규정하기 이전에 이미 성질상 도의적 규범에 위반되는 범죄)에 대한 선악 변별은 초등학생 3~4학년 이상 되면 다 안다"며 "조금이라도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면 14세는 너무 관대하게 방치하고 있는 수준이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폐지는 있을 수 없지만 개정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연령을 낮추는 것에 대해서도 '충분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합리적인 판단 능력상 어른들과 같지 않다는 게 기본적인 취지"라며 "우리가 미성년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곧 어른과 같이 처벌할 수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먼저 선도나 교화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사회와 국가의 역할에 대해선 두 교수 모두 같은 목소리를 냈다. 먼저 임 교수는 "실제로 아이들의 가정이 온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한 번이라도 처벌을 받았거나 처벌 직전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국가가 보살필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사회복지 시스템을 비용이 들더라도 지금보다 더 확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도 "제일 중요한 지표는 가정의 보호 기능이 현재 열악해지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가정과 사회가 아이들을 품을 수 있는 환경을 원천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먼저 아동학대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 부모 자격이 없는 사람들에게 그대로 아이들을 방치할 권리를 내버려 두는 것, 그게 첫 번째 단추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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