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를 위협하던 뇌관이 터졌다. 최근 아마존웹서비스(AWS) 장애에 이어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 화재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일상이 일시에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번 사고를 통해 관련기관의 무대책과 무능함이 여실히 드러나면서, IT강국 한국이 꿈꾸는 초연결사회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 거미줄처럼 서로 얽히고설킨 초연결성, 그 연결고리가 이제는 우리사회의 재난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24일 발생한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 화재로 사회 안전망·생활 교통망 등이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연합뉴스
   
사회 발전할수록 위험 요소도 커져
 
지난 11월 24일 오전,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 화재'가 발생했다. 이번 화재는 '초연결사회'의 이면이 '초위험사회'라는 것을 방증하는 사고였다. KT 아현지사는 전국 835곳의 D등급 시설 가운데 한 곳으로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지는 통신구였다. 그러나 지하 통신구에서 시작된 불씨는 단순한 통신망을 넘어 사회 안전망(경찰, 병원, 은행 등)·생활 교통망(버스, 지하철, 카드 단말기 등)까지 마비시키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
 
KT 아현지사 화재 발생 이틀 전인 지난달 22일에는 세계 1위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인 아마존웹서비스(AWS)에 장애가 발생했다. AWS의 한국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은 50% 이상으로 압도적이다. 삼성전자, LG전자, KT, SKT 등 한국의 대표 IT기업들이 이용하는 만큼 피해규모는 컸다. '빅스비'와 '씽큐' 등 AI 플랫폼도 작동을 일제히 멈췄다. 두 사고는 모두 단 한 번의 발생이었지만, 상당히 큰 파급을 불렀다는 특성을 보였다.
 
미국 과학자 존 캐스티는 '극도의' '미지'를 의미하는 알파벳 'X'를 인용해, 발생 확률은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극도의 사건들을 'X 이벤트(X-events)'라고 명명했다. 그에 따르면 X 이벤트의 근본적인 원인은 글로벌 사회의 복잡성 증가와 기술 의존성 때문이라고 설명된다. 즉 '인간이 시스템에서 지나치게 높은 복잡성을 추구하느라 그 복잡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에서 나오는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역사상 가장 편리한 사회이자, 가장 재난에 취약한 사회'라는 존 캐스티의 경고는 현실이 됐다.
 
전 세계는 현재 4차 산업혁명의 선점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인류는 서로 밀접하고 촘촘하게 엮여 있는 초연결사회로의 발전을 거듭했다. IT강국인 한국사회 역시 12월 1일 본격적인 5G 시대가 열리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나 모든 것을 잇고 있는 연결고리가 거대화되고 복잡해질수록 초연결성의 맹점 또한 커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초연결성의 맹점이 가져올 X 이벤트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대책과 매뉴얼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이번 KT 화재 사고에 대해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에 비해 안정·안전성에 대한 사고방식은 정체돼 있는 것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는 "5G 이야기가 나오면서 업체 간 선점을 둔 치열한 경쟁으로 안정·안전성 분야는 등한시하는 경우가 있다"며 "일단 서비스부터 하고 나중에 고치자는 업체들의 개념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초고속통신망·초연결성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과 같은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이에 시장 진출을 위한 경쟁만큼 품질(자연·인적재난, 의도적인 해킹공격 등으로부터 견뎌내야 하는 것을 의미)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4차 산업시대에 맞게 가이드라인을 준비해야 한다며 먼저 정부는 업체가 철저하게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시그널을 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 교수는 모든 사고를 원천적으로 다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사고가 나더라도 원상태로 빨리 돌아가는 복원력이 따라붙어야 한다. 업체는 그런 복원과 관련된 매뉴얼을 면밀히 준비해 놓을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