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고 시험문제 유출로 학교 시험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사건 이후 '정시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과반을 넘은 53.2%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정시 비중을 높이는 것이 올바른 교육체계 확립을 위한 근본 대책이 될 수 있을까.
 
▲숙명여고 전임 교무부장의 자택에서 발견된 정답 메모지(자료제공=서울수서경찰서)

수시 비중 76% 시대…"과거로 돌아가는 건 안 돼"
 
서울 숙명여고 전임 교무부장이 자신의 쌍둥이 자녀를 위해 시험문제와 답안을 다섯 차례 유출했단 경찰의 결론이 나왔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학교 시험으로 평가하는 대입 수시 모집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수시 모집을 줄이고 예전처럼 정시 위주로 대학 신입생을 모집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대입 맞춤식 교육체계와 수능 비리 사건에 맞서 도입된 수시 전형. 지난 2002년 도입 당시 29% 수준이던 수시 모집 비중은 올해 76.2%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수시 확대와 함께 학교 시험 비리 사건이 점점 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수시와 정시 두 전형만으로 교육체계를 논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기독 교사들이 모인 단체 사단법인 좋은교사운동의 김영식 공동대표는 "과거 수능 중심의 입시가 교육에 영향을 줄 때, 부작용이 많아 수시를 확대했는데 또다시 부작용이 생겼다고 예전으로 돌아가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창의력 개발'하는 체계 필요…학교시험 보안 강화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 교육 체계 자체를 고민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암기와 주입식 위주, 오지선다형 시험 등 학생들의 창의력을 전혀 키워주지 못하는 현재 방식을 버리고 오늘날 사회 일원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교육 방식을 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영식 공동대표는 "정답을 찾아가는 공부가 아니라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그 질문을 통해 생각을 정리한 뒤 이것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도록 돕는 공부가 필요하다"며 "급변하는 시대에 올바로 대처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이 방식이야 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교육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김 공동대표는 "갑자기 이런 시스템을 뚝딱 도입하는 건 어렵겠지만, 현재 수시 비율을 안전하게 유지하면서 차근차근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보다 강화된 학교시험 보안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숙명여고 쌍둥이 사태가 발생한 이후 지난 16일 학교 시험의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시험 문제지를 보관하는 장소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교사인 부모와 그의 자녀가 한 학교에 다닐 수 없도록 하는 '상피제' 도입을 우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CCTV만으로는 보안이 강화된다고 하기 어렵고 상피제의 경우 친인척과 개인의 친분까지 파악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도 있어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김영식 공동대표는 "일선 교사나 학교 직원 등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종사자들의 인식 변화가 최우선"이라며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는 실질적 방안을 마련해 내부고발을 활성화 하는 게 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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