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와 미국을 잇는 국경도시 티후아나에 몰린 중남미 출신 이민자들, 이른바 '캐러밴' 행렬이 국제사회의 뜨거운 감자다. 전 세계적으로 빈곤율과 살인율이 높은 중남미 국가 출신자들이 신속한 미국의 망명 절차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자, 미 당국은 최루탄을 쏘는 등 강력한 저지에 나섰다. 이에 대한 국제사회 비판의 시선이 따갑다. 
 
 ▲온두라스 엄마가 두 딸의 손을 잡고 최루 가스를 피해 달아나고 있다.

 폭력과 마약, 가난 피하기 위해 시작된 행렬 '캐러밴'
 
'캐러밴'은 미국으로 수 천 km를 걸어서 이동하는 난민 행렬을 일컫는다. 이들 대부분은 세계에서 살인율이 가장 높은 온두라스를 포함해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니카라과 등 중남미 국가 출신자다. 이들은 자국에서 자행되는 폭력과 마약범죄, 가난을 피하기 위해 고국을 떠나 미국으로 향하는 행군을 시작했다.
 
캐러밴의 이동경로는 멕시코를 경유한다. 이들은 미국에서의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우리는 범죄자가 아니다. 우리는 열심히 일하는 국제 노동자"라고 외치면서 국경을 향해 평화행진을 이어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올 해 그 행렬 인원이 7,000여 명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주로 도보로 이동하는 이민자들에게 이 여정은 위험하고 고난의 연속이었다. 밤을 새워 걷거나, 생필품과 식량 부족 등 삼중고를 이겨내야 했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한 약 1,700여 명은 이동 중간에 행렬에서 이탈해 멕시코에 망명신청을 하기도 했다. 미국행을 포기하고 고국으로 돌아간 사람들도 많다.
 
대장정을 끝으로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미국 샌디에이고 쪽으로 연결되는 샌시이드로 검문소 인근 국경에 모인 이민자 인원은 약 5,000여 명으로 추산됐다.
 
불법 입국 시도로 번진 캐러밴…美 '최루가스탄'으로 진압
 
하지만 미국의 신속한 망명신청 절차 요구를 위해 시작된 이 평화행진은 불법 입국 시도로 변질됐다. 이에 미국은 이들을 상대로 무력 진압에 나섰다.
 
약 500명의 중미 이민자들이 한꺼번에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 있는 콘크리트 수로를 가로질러 국경을 불법적으로 넘으려 하자, 미국 국경순찰대 측은 최루탄과 고무총탄을 발사하면서 저지했다.
 
최루가스탄이 터지자 아이엄마들은 기저귀를 찬 아이의 손을 붙잡고 다급히 피했고, 불법 입국을 시도한 중미 이민자들은 멕시코 정부의 추방 절차에 착수됐다.
 
미 국토안보부 커스텐 닐슨 장관은 "국경을 불법적으로 넘으려고 시도했던 70여 명의 중미 출신 이민자들이 붙잡혀 구금됐다"며 "일부 이주민들은 국경의 기반시설을 뚫으려고 했고, 세관국경보호국(CBP) 요원들에게도 돌 등을 던지며 공격을 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이런 불법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국가 보안과 공공의 안전을 위해 국경 출입국 검문소 폐쇄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멕시코 내무부도 성명을 내고 "일부 캐러밴들이 폭력적이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국경을 넘으려 시도했다"며 "불법 월경을 시도한 캐러밴 500명을 멕시코에서 추방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미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최루가스가 발포된 것은 비인도적인 과잉 대응"이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최루가스 발포가 불가피한 일이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아주 거친 사람들이 달려들었기 때문에 최루가스를 사용한 것이고, 그 가스는 매우 약한 것"이라며 "이민자의 상당수는 냉혈한 범죄자들이다. 합법적으로 입국하지 않으면 누구도 미국에 들어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멕시코 정부는 비행기든 버스든지 모든 것을 동원해서라도 이민자 행렬을 그들의 나라로 돌려보내고, 미국으로 들어오지 않게 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우리는 국경을 영구적으로 폐쇄할 것이며 의회는 국경장벽 예산을 편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으로 국경을 넘으려 한 캐러밴 이민자들은 최루가스탄이 발포되자 흩어졌다.

 캐러밴 이민자들 위해 나선 교회
 
한편 캐러밴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생필품과 식사를 제공하고, 이들의 행렬을 보호·지원에 나선 지역 교회가 있다. 미국 CBN뉴스에 따르면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 주 우익스틀라에 위치한 나자린 교회는 이민자들을 위한 구호물자를 지원했다.
 
제이신 마타콘 목사는 "이 같은 대규모 집단 행렬을 본 적이 없다. 중남미 국가에서 온 형제들을 돕기 위해 행진하는 자리에 나왔다"며 "물과 음식, 옷 등 필요한 모든 것을 나눠줬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미국으로 떠나는 것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능사가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다. 중남미 국가에서 폭력과 빈곤으로 시달리는 청년들을 돕기 위해 선교단체를 설립한 그레이엄 데이비스(어드밴스 프로젝트)는 "이민자들이 자국에서 자립해 살 수 있도록 토지를 유지하고 개발할 수 있는 교육과 선교사역을 하고 있다"며 "복음이야말로 이들의 삶에 진정한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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