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교회 목회자들의 리더십 교체가 잇따라 화제다. 소망교회와 거룩한빛광성교회는 민주적인 절차로 후임을 확정했고, 지구촌교회는 담임목사가 선교를 위해 아프리카로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교회도 담임목회자의 퇴임 소식을 알렸다. 이재철 목사는 18일 고별설교를 마친 후 경남 거창으로 낙향했다. 그는 성도들에게 “나(이재철)를 철저하게 버리라”고 거듭 강조했다. ‘적당히’가 아니라 ‘철저하게’ 버리라 했다. 그래야 자신의 떠남이 완결될 수 있다면서.

이들의 선택이 주목 받는 이유를 새삼 말할 필요가 있을까. 한쪽에선 한국교회를 대표한다고 하는 한 장로교회가 세습으로 떠들썩한 이 시점에, 이들의 용단은 우리에게 긴 여운을 남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성경 말씀이 있다. 당연한데 지키기가 쉽지 않다. 다름 아닌 교회가 그 증거다. 그래서 씁쓸하다. 하지만 희망을 본다. 누군가는 ‘내 것’이라며 당연하게 누리는 기득권을, 홀연히 내려놓고 물러서는 이들이 있어서. 누군가는 ‘움켜쥐고’ 있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 믿는 것을, 미련 없이 내려놓고 떠나가는 이들이 있어서.

양화진에서 20여 년 간 살아온 이재철 목사가 경남 거창으로 내려간 건 어떤 연고가 있어서가 아니다. 후임목회자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게 첫 번째 이유고, 땅값이 싸다는 게 또 다른 이유란다. 돈을 모으지 않는 부부의 형편을 고려해 평당 10만 원인 땅을 찾다 거창에 정착하기로 했다고. 물론 이 목사는 은퇴 예우금도 일체 받지 않았다. 그는 그곳에 사는 80여 명의 주민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겠단 뜻을 밝혔다.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명예로운 퇴장은 ‘내려놓음’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이들의 내려놓음이 한국교회를 넘어 이 사회를 선하게 물들이는 생수의 강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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