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개척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어렵사리 개척한 교회라도 미자립으로 남는 경우가 허다하며, 목회자들은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생계를 위해 이중직을 고려해야만 하는 시대가 왔다. 이런 현실 속에서 교회가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작은 교회공동체이자 기독교문화공간인 '주님의숲교회(나니아의 옷장)'는 교회공간을 새롭게 활용하는 것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숱한 고민과 어려움 끝에 교회를 개척한 이재윤 목사. 그와의 인터뷰에서 교회개척 시 수반되는 문제들을 극복해낼 나름의 해답을 들을 수 있었다.
 
 ▲지난 7일 서울 성동구 '주님의숲교회 x 나니아의 옷장'에서 이재윤 목사를 만나 교회개척이야기를 들어봤다.ⓒ데일리굿뉴스

무수한 교회들, "교회의 존재의미 묻다"
 

주님의숲교회는 좀 특별하다. 주중에는 교회공간을 '문화사역공간'으로 사용하고, 주일에는 그 공간에서 예배를 드린다. 전형적인 형태의 교회모습은 결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이토록 교회공간 활용에 특이성을 두게 된 건, 4년전 초기 교회개척 시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치면서였다.
 
특히 높은 임대료 등 재정 문제로 교회 공간을 얻는 것부터 난관의 연속이었다. 주님의숲교회 이재윤 목사는 "흔히 교회 개척하면서 겪는 일반적인 어려움은 다 겪은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신학교 졸업후 지역교회와 선교단체 등에서 몇 년 사역을 했고 목사 안수를 받았죠. 하지만 흔히 젊은 세대가 그러하듯, 시대에 대한 실망과 한없이 작게 느껴지는 나 자신에 대해 무기력함을 많이 느꼈어요. 교회 개척은 엄두조차 안 났죠. 변두리 교외에 자가건물교회를 얻으려면 10억 이상에다가 상가임대교회도 임대료가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니까요."
 
'돈이 없으니까 싼 곳', '기본적인 인테리어는 돼있을 것'. 이 목사는 나름의 기준을 갖고 발품을 팔며 교회 공간 물색에 나섰다. 홍대에서 성수, 강남까지 안 가본 곳 없이 한 달간 서울 시내 곳곳을 누볐다.
 
그러면서 느낀 건 세상엔 너무도 많은 교회가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이 목사는 "여기면 괜찮다 싶어 알아보면 어김없이 교회가 있더라"며 웃었다. 이렇게나 교회가 많은데 또 하나의 교회를 만들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자신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안 할 수 없었다'고 이 목사는 털어놨다.
 
"편의점 보다 교회가 많다고들 농담 섞인 말을 하는데, 그렇다면 교회가 사회에 작은 공헌을 하나씩 할 수 있다면, 많을수록 좋은 거 아니겠는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교회가 작아도 지역사회에 도움을 준다면 교회를 왜 싫어하겠어요."
 
"문화선교로 세상과의 접점 찾다"
 
이런 논리가 성립되려면 이 사회에 구체적으로 '어떤 좋은 가치를 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오래 전부터 문화선교에 비전을 갖고 있던 이 목사는 문화사역을 통해 세상과 접촉점을 만들면 어떨까 싶었다.
 
이 목사는 "문화예술은 누구나 좋아하지 않나. 요즘 교회에 대한 비난이 거세고 심지어 복음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문화 콘텐츠에 녹여진 복음의 가치를 두고는 얼마든지 소통이 가능하더라. 실제 신앙을 품고 음악하는 이들의 무대를 보고, 감동 감화되는 사람들도 많다"고 귀띔했다.
 
특성상 교회공간을 공유하고 있다 보니 공동체 내에 소통의 기회도 활발하다. 주중에는 책읽기 모임 같은 소그룹 모임이 계속되는 데다 기독교 문화행사까지 지속적으로 열리기 때문이다. 교회와 공간은 공동체가 모두 함께 운영하는 형태다. 그만큼 공동체에 관한 애정도 각별할 수밖에 없다.
 
"각자 모여 다 같이 만든 공간. 그게 사역의 의미라고 생각해요. 여기 공간 하나하나에 모두의 손길이 묻어있죠. 목회에 있어 접근하는 방법도 동일해요. 모두가 같이 들으면서 고민하고 나누며 신앙의 여정을 함께 만들어 가보자는 쪽이죠. 그렇다 보니 젊은 세대와 소통함에 있어서는 저희 교회가 좀 더 유연한 편이에요."
 
오늘도 이 목사는 따뜻한 공동체를 꿈꾼다. 비록 공동체 운영이 힘들고 재정적인 면에서 어려움이 해소되진 않지만, 문화와 세상과의 접점을 통해 공헌하는 것이야말로 교회가 지역사회에 건강하게 자리잡는 방식이라 믿으며 사역에 임하고 있다. 
 
"젊은 목회자들이 개척교회를 많이 꿈꿔요. 하지만 재정 등 현실적 장벽에 무릎 꿇는 모습을 봅니다. 하나의 대안으로 교회가 사회적기업 같은 역할을 감당했으면 해요. 전문사역을 통해 실질적으로 사회에 도움을 주는 일들을 해내는 것이죠. 이런 방식을 제안하고 싶어요. 일각에서는 전통적인 교회형태가 아니라 부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본질과 의도가 중요하죠. 고정된 교회 공동체를 토대로 선교적 목적까지 교회가 감당한다면 이 시대 가운데 교회가 다시 부흥의 역사를 새로 쓸 수 있지 않을까요."
 
 ▲교회와 공간은 공동체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가구에서 소품까지 전부 모두의 손길을 거친다ⓒ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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