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7명의 생명을 앗아간 고시원 화재 참사로 안전문제의 심각성이 다시금 조명되고 있다. 더욱이 이번 화재사고를 통해 '고시원'의 열악한 주거 환경이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화재 방지 대책과 주거지원 확대 같은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9일 새벽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1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고시원, 취약계층의 '최후 거주지'…화재방지 대책 시급
 

"(아들은 고시원에서 사는 이유에 대해) 생활이 넉넉지 않아서, 가급적 돈 덜 들이면서 있겠다고 고시원에서 생활했어요. 너무 착실한 애였는데....."
 
지난 9일 새벽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에서 화마에 휩싸여 숨진 희생자 중 한 명인 조모(35) 씨의 부친은 이렇게 말하며 안타까워했다. 이번 화재 참사는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다치는 끔찍한 일이었다. 사상자 중에는 일용직 노동자 등 취약계층이 다수 포함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목격자들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불은 지상 3층 빌딩 2~3층에 입주한 고시원의 3층 입구에서 시작됐으며 새벽 혼란스러운 상황에 대피가 어려워 사상자가 많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가 확산된 건 해당 고시원 건물에 소방안전시설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2008년 당시 13명이 사망했던 고시원 방화사고를 계기로 스프링클러 등 소방안전시설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해당 고시원 건물은 1983년에 지어져 소급적용되지 않았고 시설을 설치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해당 고시원이 3년 전 서울시의 '고시원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 지원 사업'에 대상지로 선정됐음에도 건물주가 동의하지 않아 스프링클러 설치가 무산됐다는 것이다.  
 
또 건축대장에 고시원이 아닌 '기타 사무소'로 등록돼 있어 올해 국가안전대진단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타 사무소는 진단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2009년 이전 지어진 건물은 소방서에서 받은 필증을 구청에 제출하면 고시원 등록을 하지 않고 영업을 해도 불법이 아니기에 고시원 업주에게 법적 책임도 물을 수 없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의 소홀한 관리감독에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고시원이 서민들의 값싼 주거지로 변모되고 있는 만큼, 법적 주택이 아니더라도 고시원의 철저한 안전관리가 담보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 등 17개 시민단체는 "고시원, 여관, 쪽방 화재로 안타까운 죽음이 계속되고 있다"며 "주거빈곤계층의 거주시설 안전 점검이 급선무다. 관리 대책 마련도 시급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이들 시민단체는 "이번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이 일용직 노동자라는 점에서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일용직 노동자의 사회 안전망을 더 촘촘하게 해야 한다"며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과 주거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비난이 거세자 정부는 관련 정책을 보강하는 등 사태수습에 나섰다. 국회와 국토교통부는 이르면 2020년부터 화재 위험이 큰 민간 건물에 대해 화재성능 보강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법안은 화재에 취약한 건축물의 범위를 정하고서 해당 건축물의 화재안전 성능보강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화재안전 성능보강이란 마감재의 교체, 방화구획의 보완, 스프링클러 등 소화설비의 설치 등을 말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천 화재와 영국 그렌펠타워 참사 등을 계기로 건축물 화재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으나 대부분 화재는 안전 기준이 강화된 신축건물보다는 노후한 기존 건물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법안 처리에 맞춰 내년에 화재안전 성능보강 지원 시범사업을 벌이고 2020년 의무화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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