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모 교회 목회자의 그루밍 성폭력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몇년 간 불거진 교회 내 성폭력 사건들은 '그루밍'이라는 비슷한 유형을 보였다. 그루밍 성폭력이 발생하기 쉬운 교회의 구조적인 문제와 그 대안은 무엇인지 짚어봤다.
 
▲남성 목회자에게 과도한 권위를 부여하고 그 권위가 남용되도록 허용하는 왜곡된 교회 구조는 그루밍 성범죄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을 제공했다.ⓒ데일리굿뉴스

권위 가진 목회자 비판할 수 없는 구조
 
삼일교회 전병욱 목사, 늘기쁜교회 문대식 목사, 라이즈업무브먼트 이동현 목사. 수년 간 한국교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교회 내 성폭력 사건의 당사자들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인천 모 교회의 그루밍 성폭력 사건을 포함해 이같은 교회 내 일련의 성폭행 사건들은 여성 신도들이 목회자와 평소 친분을 유지하던 과정에서, 목사가 그 신뢰를 이용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공통점이 있다.
 
교회 안에서 목회자와 교인 사이의 관계유지는 필수다. 하지만 반대로 이러한 관계성은 목회자가 신앙을 이용해 피해자를 '길들이는' 그루밍 성폭력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을 제공했다.
 
무엇보다, 신앙공동체 안에서 설교의 권위를 가진 목회자에게 순종하고 의존하는 교회 구조의 특수성이 피해자가 쉽게 저항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홍보연 원장은 "그 동안 남성 목회자에게 많은 권한을 줘온 교회는 목회자의 말과 설교, 행동을 비판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며 "기본적으로 힘의 불균형이 존재하고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구조, 권위가 남용되도록 허용하는 구조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남성 중심의 직제, 문제 해결 어렵게 해
 
이같은 구조는 피해가 발생한 이후 2차 가해로 이어진다. 피해 여성들이 사건을 공론화 시키면 '교회가 무너진다', '사역의 길이 막힌다', '교회에 덕이 되지 않는다'는 회유와 협박으로 사건을 덮는 것이 그간 교회들의 일반적인 행태였다. 피해자를 '교회를 망치는 세력'이나 '이단'으로 매도하기도 한다.
 
이런 현실은 피해사실을 이야기하고 함께 해결할만한 의사소통 구조가 교회나 교단 안에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특히 남성 중심의 교회 직제는 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홍보연 원장은 "교회나 교단에서 법을 바꾸고 해석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남성 총대, 목회자, 장로들로, 이 문제에 대해 심각성을 잘 느끼지 못하고 사소한 문제로 만들었다. 피해자에 대한 고려가 없었기 때문에 인식도 바뀌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여성들이 교회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식을 갖고 있는 여성 총대를 늘리는 방안을 제안해왔다. 여성 목사와 여성 장로 안수제도를 주장하는 것도 그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며 "여성들이 참여해 문제제기가 활발히 이뤄지고, 제도와 정책 연구가 진행되도록 하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 문제에 대한 폭넓은 논의 시급"
 

최근 들어 미투운동과 함께 교회 내 성폭력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교단 안에서도 개선을 위한 노력들은 이어지고 있다.
 
주요 교단에서는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개정을 추진하거나, 여성 총대를 늘리고, 성폭력 문제를 효과적으로 논의할 전문위원회를 설치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목회자 성폭력 문제를 바라보는 교회 내 시선은 냉담하기만 하다. 홍보연 원장은 성윤리와 성문제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신학교와 교회 안에서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원장은 "이제 교회 안에서 혼전순결을 주장하는 사람은 없지 않나. 우리 사회가 현재 성적 가치관이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 있는데 교회도 마찬가지다. 신학교와 교회에서부터 성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고 성과 영성, 성에 대한 가치를 말하는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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