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이 S씨어터 개관을 기념하며 무대에 올린 <사막 속의 흰개미>가 눈길을 끈다. 작품은 대형교회 목사를 중심으로 스토리를 전개하며 우리 스스로의 믿음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세종문화회관이 S씨어터 개관을 기념하며 작품 <사막 속이 흰개미>를 무대에 올렸다.(사진제공=연합뉴스)

"관객이 극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무대 구성 돋보여"
 
100년 된 고택을 배경으로 수많은 작은 빛 조각이 어지럽게 날린다. 한 세기 동안 지역에 군림한 고택이 몰락하면서 펼쳐진 장면이다.
 
어지럽게 날린 작은 빛은 고택 아래 집을 지은 흰개미 떼다. 조용히 집을 갉아먹던 흰개미 떼가 한번에 날아오르며 영원불멸의 철옹성 같던 저택이 일순간 무너져 내린 것이다.
 
작품 <사막 속의 개미>는 흰개미 떼 서식지가 된 고택을 배경으로 한다. 고택 주인은 젊은 목사 공석필. 그는 무신론자지만 아버지를 이어 대형교회 목사가 됐다. 고택은 이 지역 최초의 교회였고, 이 집 주인이 대대로 교회 주인이었다.
 
대부분이 이 교회의 성도인 주민들은 이 집을 위해 기도하고 복을 기원한다. 그래서인지 이 집 마당의 나무들은 극심한 가뭄 속에서도 시드는 법이 없었다.
 
그러나 겉보기엔 축복이라도 받은 듯한 이 저택은 속으로 썩어가고 있었다. 가뭄에 동네 나무들이 다 시들어도 이 집 나무가 마르지 않은 이유는 바로 흰개미가 주변의 수분과 양분을 끊임없이 빨아들여 이 집 밑에 저장했기 때문.
 
마치 이 집의 주인이었던 목사들이 겉으로는 영성을 이야기하면서 속으로는 온갖 불의를 저지르는 것처럼 말이다.
 
연극은 무너져 가는 고택의 실체를 감추려는 이와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들 사이의 긴장감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한다.
 
<사막 속의 흰개미>는 2018 서울시극단 정기공연 창작 대본 공모를 통해 선정된 황정은 작가의 창작극이다.
 
황 작가는 기자간담회에서 "살아가면서 어떤 믿을 가졌는지, 믿음을 가져도 되는지, 가지고 있는 믿음이 제대로 된 것인지를 관객과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저택 주인 공석필 목사는 이 집의 기이한 현상이 흰개미 떼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곤충 연구원 에밀리아를 만나게 된다. 이어 공 목사에게 신비한 여인 임지한이 찾아오면서 15년 전 그 날 석필의 아버지 태식이 저지른 죄의 비밀이 밝혀지며 극은 전환점을 맞는다.
 
황 작가는 "석필은 아버지의 죄와 자신은 무관하다고 믿지만, 그에게 '그 자리에 있었던 죄'라는 작은 죄를 심어주고 싶었다"며 "앞 세대와 무관하다고 믿는 순간 작은 죄가 유전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편 작품은 300석 규모의 블랙박스형 공현장인 S씨어터의 특성에 맞게 3면 무대로 구성된 것도 눈길을 끈다. 연출을 맡은 김광보 서울시극단장은 "100년 된 고택과 마당의 넓이를 표현하기 위해 객석을 옆으로 깔았고, 관객이 극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구조를 변경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작품 <사막 속의 흰개미>는 오는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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