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들이 분기마다 모여 국정을 논의하는 상설협의체 회의가 헌정 사상 처음으로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국정현안을 놓고 여야정이 함께하는 회의체를 운영하자'고 제안한 지 꼭 1년 6개월 만이다. 이번 회동이 청와대와 국회가 협치를 모색하는 출발점이 될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정례적으로 모여 국정 전반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가 5일 오전 첫 회의를 열고 공식 출범을 알렸다.(사진제공=연합뉴스)

아동수당 대상·탄력근로제 확대 등 12개 항 합의
 
문 대통령의 제안으로 성사된 여야정 협의체는 집권 1년6개월 만에 첫 출범이다. 이는 청와대와 국회가 협치를 논의하기 위해 만든 기구다. 2016년 총선 후 여소야대 및 다당제 정치 지형이 만들어지면서 20대 국회 화두도 '여야 협치'였다. 그러나 인사청문회, 드루킹 특검 등을 둘러싼 여야의 첨예한 대립으로 협의체 개최가 늦어졌다. 
 
협의체는 저출산, 취업비리 등 각종 사회적 현안에 초당적으로 개선방안을 마련키로 하고 12개 항의 합의문을 채택했다.
 
특히나 탄력근로제를 확대 적용하는 보완 입법 조치를 마무리하고, 아동수당의 수혜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해 눈길을 끈다.
 
문 대통령과 여야5당 원내대표는 합의문에서 "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등 보완 입법 조치를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또 "경제 활력을 위한 규제혁신을 신속히 추진하기로 했다"며 4차 산업혁명 관련 규제혁신 법안 통과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저출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문제가 심각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출산과 육아를 지원하는 예산 및 수혜 대상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아동수당법을 신속히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고용세습과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 문 대통령은 "국정조사도 정부가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그 결과를 참고해 국회에서 국정조사 등을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취업비리 근절을 위해 채용의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입법과 제도를 개선키로 했다.
 
이 밖에도 △소상공인과 자영업, 저소득층 지원 △강서 PC방 살인 대책 입법 추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초당 협력 등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여야가 당장 완전한 타결책을 끌어내기 어려운 부분은 노력하는 수준으로 갔지만, 정기국회에서 '실질적 타결'을 이룰 분야를 정해 명확한 목표를 둔 것"이라며 "국회운영에서도 효율성을 높이고 소모적 논쟁을 줄이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협의체 출범이 '협치'의 신호탄이 될지 구호에 그칠지는 미지수인 상태다. 12개 조항의 합의가 정기국회에서 민생·복지 관련 입법이나 개혁 논의를 진전시키는 데 일조할 것이란 기대감은 크지만,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와 고용세습 의혹 국정조사, 특별재판부 설치 등 핵심 쟁점에 대한 구체적 합의는 빠졌기 때문이다.
 
특히 '탄력근로제 확대 보완'에 있어 여야의 온도차가 뚜렷하다. 협의체에서 합의한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은 현행 근로기준법상 최장 3개월인 단위 기간을 늘린다는 것이다. 사실상 기업의 목소리를 반영한 조치에 해당한다.
 
이에 반발해 노동계는 강력히 투쟁할 방침을 밝혔다. 한국노총은 오는 17일 '탄력근로제 확대'를 규탄하는 전국노동자대회를 열며 민주노총도 21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모처럼 조성된 협치 분위기 속에서 협의체가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국정운영의 장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