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한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으로 한국 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사건은 지난 10월 14일 오전 8시 10분 강서구 내발산동의 한 PC방에서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김성수(29, 남)는 PC방에서 자리 청소상태 등을 놓고 게임비 환불을 요구하며 아르바이트생 신모(20, 남)씨와 말다툼을 벌였다. 이후 집으로 돌아간 김성수는 흉기를 갖고 와 신씨를 수십차례 이상 찔러 살해했다. 경찰 조사에서 김성수는 "그 난리를 쳤는데도 돈도 못 돌려받아 억울하고 분한 생각이 들었다"며 "'나만 바보 됐구나'하는 생각에 갑자기 분(憤)이 치밀어 올라 죽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김성수를 분노케 만든 게임비는 단돈 1,000원에 불과했다.
 
 ▲한국 사회가 해마다 늘어가는 '분노 범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발생한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는 게임비 천 원을 돌려받지 못하자 분(憤)이 치밀어 올라 신씨를 죽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진술했다.ⓒ그래픽=김민성 기자
  
사회가 만든 병폐 '분노'
 
한국 사회가 해마다 늘어가는 '분노 범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8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과천 토막 살인사건'은 변경석(34, 남)이 자신의 노래방에 찾아온 손님과 도우미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 분노를 참지 못하고 벌인 우발적 살인이었다. 분노 범죄의 대상에는 가족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 3월 서울에서는 김모(24, 남)씨가 새로 산 침대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화를 내다 이를 나무라는 누나와 아버지를 둔기로 여러 차례 내리쳐 살해하는 패륜범죄가 발생했다.
 
최근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 부인을 잔혹하게 살해해 국민을 공분케 한 '강서구 전처 살인사건' 역시 피의자 김모(49, 남)씨의 분노가 여러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다. 수십 년 동안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피해자 이모(47, 여)씨는 과거에도 경찰에게 "남편(김씨)이 분노조절이 안 된다. 분리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경찰청이 발표한 경찰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발생한 강력범죄 2만 7,071건 가운데 우발적 범행동기는 8,343건으로 30.81%를 차지했다. 지난 2017년에는 강력범죄 2만 8,927건 중 약 32.4%에 달하는 9,374건이 우발적으로 발생한 범죄였다. 특히 지난해 발생한 살인범죄 905건(살인미수 포함) 가운데 '우발적 살인 범죄'는 357건에 달했다. 이는 하루 한 건꼴로 발생한 셈이다. 그러나 분노의 원인이 되는 현실불만까지 포함하면 홧김에 저지른 분노 범죄는 더 증가했다.
 
이처럼 순간적인 분노를 참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저지르는 범죄유형이 점점 흉악해지면서 사회적 불안과 공포감은 더욱 배가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씨 가족이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한 경우처럼, '분노 범죄'에 대해 심신미약이나 심신상실로 감경을 시도하거나 감경받는 사례가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은 커져가고 있다.
 
실제로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직후 사흘 뒤인 지난달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에는 '강서구 피시방 살인 사건. 또 심신미약 피의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돼 본격적인 공론화가 확산되고 있다. 이 청원글은 열흘 만에 백만 명을 돌파해, 청와대나 관련 부처의 공식 답변만이 남은 상태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계명대동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정범 교수는 "범죄와 우울증을 바로 연결시켜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1차적인 것은 분노나 화를 참지 못하는 피의자의 성격적인 문제로 먼저 접근해야 한다"며 "물론 우울증 환자들도 화가 날 수 있지만 이렇게 극단적인 행위, 잔혹한 범죄의 동기를 우울증으로 연결 지어선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김 교수는 분노가 확산되는 원인에 대해 "문명의 발달로 무엇이든 즉각적으로 할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이 됐다. 반면 사람을 존중하고 아끼는 마음, 인간성은 점점 훼손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즉각적인 만족이 잘 안 되면 그것이 바로 분노로 이어지는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정의롭지 못한 사회를 보면서 소외되고 취약한 사람들은 불만과 불신이 자리 잡게 되고 그것이 분노로 이어지게 된다"며 "먼저 사회가 공평을 추구하고 정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위클리굿뉴스 11월 04일, 46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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