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헬멧을 녹일 정도의 화마에서 3세 남아를 구조한 소방대원들의 사연이 화제다. 어느 누구도 뛰어들지 않을 뜨거운 불길 속에 들어간 대원들의 살신성인에 감동의 여운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8일 오후 5시 18분께 강원 홍천군 홍천읍 한 빌라 4층에서 불이 나 119소방대원이 헬멧이 녹아내릴 정도로 뜨거운 불길 속에서 3세 아이를 구조했다. 왼쪽부터 김덕성 소방교, 박종민 소방교, 김인수 소방위, 이동현 소방교.(사진제공=강원도소방본부)

엄혹한 현실 속, 큰 감동 선사

"시뻘건 불길이 건물 전체를 삼킬듯 타오르고 시커먼 연기가 눈 앞을 가릴 정도였습니다."
 
화마(火魔)의 위협에도 오직 아이의 안전을 위해 몸을 던진 강원 홍천소방서 김인수 구조팀장(소방위). 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긴박했던 순간을 전했다.
 
홍천소방서 상황실에 화재신고가 접수된 건 지난달 28일 오후 5시 18분 경. 홍천읍 한 빌라 4층에서 불길과 시커먼 연기가 치솟고 있다는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김 팀장은 "출동 지령이 내려질 때 '아이가 집에 혼자 있다'는 아이 엄마의 말을 듣는 순간 예전에 춘천의 한 산부인과 화재현장서 신생아 4명을 구조한 경험이 떠올랐다"며 "뜨거운 열기 속에 고통 받고 있을 아이의 안전이 우선적으로 걱정됐다. 오로지 '이 아이를 정말 구해야겠다'는 신념만 가지고 현장에 출동했다"고 전했다.
 
경력 27년 차 베테랑인 그도 이번 구조는 긴박한 순간의 연속이었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화염과 연기가 바깥으로 치솟을 만큼 '최성기' 상태였고, '집안에 아이가 있다'는 얘길 들은 대원들은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대원들은 인명구조 2개조 4명, 화재진압 1개조 2명으로 나눠 진압 팀의 엄호 속에 아이 구조에 나섰다. 
 
가까스로 안방 진입에 성공한 대원들은 의식을 잃은 채 누워있는 아이를 발견했다. 김 팀장은 "거센 불길에 거의 엎드리다시피 해서 안방까지 갔다"며 "아이를 들어보니 축 처지길래 '큰일났다' 싶었다. 다행히 호흡이 있었고 살아있으니 어떻게든 구해내자는 생각뿐이었다"고 밝혔다. 그 후 건물을 어떻게 빠져 나왔는지는 기억도 나질 않는다며 긴박했던 순간을 설명했다.
 
아이 구조 과정에서 크고 작은 부상도 속출했다. 박동천 소방장은 구조대원들의 진입을 돕다 왼쪽 뺨에 2도 화상을 입었다. 당시 착용했던 헬멧은 화염에 녹아내려 새카매졌고, 반듯했던 표면이 전부 울퉁불퉁하게 뒤틀릴 정도였다. 그럼에도 박 소방장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아이가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라며 "화상을 입긴 했지만 걱정할 만큼 심하지 않고, 치료를 받고 왔으니 괜찮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화염으로 녹아내린 헬멧(사진제공=강원도소방본부)

현재 아이는 소방관들의 발 빠른 구조와 응급처치 덕분에 의식을 되찾고 회복 중이다. 

소방대원들 앞으로 격려 전화 쇄도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응원과 격려가 쏟아지고 있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진정한 영웅이다', '아름답고 고귀한 노고에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낸다' 등의 반응이 뜨겁다.
 
소방대원들 앞으로 격려 전화가 쇄도하는 것은 물론이고 익명으로 치킨과 피자 등 간식을 선물하는 경우도 많다. 강원도소방본부와 홍천소방서 홈페이지 '칭찬합시다' 코너에는 소방관들의 용기와 노고를 칭찬하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시민들의 관심과 칭찬에 소방대원들은 감사의 뜻을 표했다. 김인수 팀장은 "다른 소방관이었어도 그런 상황이면 분명히 같은 일을 해냈을 것"이라며 "그저 이번 일이 크게 이슈가 돼 쑥스러울 따름이다. 응원과 격려에 힘입어 국민들에게 더 다가가고 헌신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강서 PC방 살인 사건 등 엄혹한 현실을 사는 지금, 한 생명을 위해 죽음과 사투하는 소방대원들의 이야기는 훈훈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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