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0주년 그리고 1년] 지난해 한국 교회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여러 가지 행사들로 떠들썩했다. 한국교회 현주소를 진단하는 학술대회가 잇따랐고, 회개를 촉구하는 기도회와 각종 심포지엄이 열렸다. 교단과 교회연합기관들은 종교개혁의 후예임을 자처하며 말과 구호들을 쏟아냈다. 요란했던 종교개혁 500주년을 보낸 한국교회. 그들이 진단했던 교회 안의 모순과 잘못들을 개혁해 나가고 있을까? '종교개혁 500주년' 우리는 무엇을 했고, 어떤 것들을 남겼을까.
 
 ▲요란했던 종교개혁 500주년을 보내고 꼬박 1년이 지났다. '종교개혁 500주년'은 우리에게 무엇이었을까.ⓒ위클리굿뉴스

 
다양한 행사와 구호 넘쳐났지만 결과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는 다양한 행사와 사업들을 진행했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잠실실내체육관에서 '2017 한국교회 대각성 기도회'로 모였다. 이는 한교총이 출범한 이후 실시한 첫 대규모 행사였다. 기도회에 모인 1만여 명의 성도들은 무릎을 꿇고 회개를 부르짖었다. 또한 신학계는 '종교개혁500주년 기념 공동학술대회'를 열고 '종교개혁과 한국교회 개혁과 부흥'이란 주제로 예배와 논문 발표의 시간을 가졌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은 '말씀에 바로 선 개혁교회, 종교개혁 다시 시작하다'를 주제로 다양한 사업을 펼쳤다. 전국 목사장로기도회를 종교개혁 500주년 의미와 연계해 진행했고, 예장통합과연합하여 장로교심포지엄을 개최하여 양 교단 공동기도문을 만들어 선포했다. 또한 '전국신학생설교대회'를 열어 교단 소속 신학생들에게 개혁신학과 종교개혁 정신을 정립하도록 독려하는 시간을가졌다. 예장통합은 총회의 주제를 '다시 거룩한 교회'로 정하고 95개 조항으로 구성된 '종교개혁 500주년 선언문'을 채택했다.
 
이처럼 대형 집회와 신학 포럼 위주의 일회성 행사에 그친 한국교회의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사업들은 여러모로 아쉬움을 준다. 일각에서는 기념사업을 이끈 교계 인사들이 개혁과 회개를 언급하기에는 적당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개혁의 대상들이 개혁의 주체로 나서 개혁을 호소하니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2007년, 평양 대부흥 100주년을 기념하여 수많은 집회와 예배를 통해 '부흥이여 다시 오라'고 부르짖었지만 성대한 기념대회 이후 한국교회가 기대했던 '성령의 바람'은 불지 않았다.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행사들은 여러모로 2007년을 떠올리게 한다.
 
한국교회 위기라는 말은 이제는 언급하기조차 식상한 말이 됐다. 사회적 신뢰도는 꼴찌에 교인들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너도나도 개혁을 부르짖었지만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기독교 윤리관점에서 한국교회를 진단해온 손봉호 교수는 한 콘퍼런스에서 "한국교회가 몰락해야 개혁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도덕성과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한 불의한 교회가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다.
 
현재 한국교회의 상황은 암울하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적은 수였지만,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했다. 조국 독립운동과 근대화, 민주화, 그리고 교육과 복지사업에 있어서 선구자적 역할을 감당했다. 그러나 지금은 세상의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문제는 훨씬 복잡하고 다양하다. 교회 세습, 성장에 목매는 교회, 신학교 난립과 이권 다툼까지. 이런 현상 기저에는 도덕성과 공정성의 결여가 깔려있다. 도덕성과 공정성이 사라진 자리에는 ‘돈’이 자리하고 있다.
 
500년 전 마틴 루터를 비롯한 개혁가들은 "개혁된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고 부르짖었다. 개혁을 멈춘 교회, 자기 깨어짐과 갱신의 역동성을 잃어버린 교회는 더 이상 교회가 아니라는 선언이었다. 종교개혁 500주년 그리고 그 후 1년. 한국교회는 여러 행사를 개최하며 엄숙한 신앙의 말들과 구호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한국교회가 쏟아낸 '말'들이 세상의 구석구석에 얼마나 가 닿았는지는 의문이다. 종교개혁 501주년을 맞은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모순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성대한 말의 향연속에서 개혁, 회개, 갱신을 이야기했지만 교회 안팎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한 한국교회. 세상은 이해하지못하는 교회만의 언어로 '우리만의 잔치'에 그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다.
(위클리굿뉴스 10월 28일, 45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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