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정상회담의 성과로 두 번째 북미 정상회담이 무르익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시기에 대해선 정해진 바 없지만, 미국 중간선거 전후에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뿐만 아니라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도 연내 계획되어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안에 남·북·미 간에 '종전선언'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70년 한반도를 지배했던 '휴전체제'가 종식되고 새로운 평화의 시대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4월 27일 판문점 '화해의 봄'에 뿌려진 평화의 씨앗이 '협력의 가을'에 평화와 번영의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지난 70년 한반도를 지배했던 '휴전체제'가 종식되고 새로운 평화의 시대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화해의 봄'에 뿌려진 평화의 씨앗이 '협력의 가을'에 평화와 번영의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위클리굿뉴스

 
한반도 새로운 질서 '평화'

한반도 평화의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종전선언 문제와 비핵화 일정에 대한 견해차로 인해 답보 상태에 머물렀던 한반도 역사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9월 19일 '9월 평양공동선언'을 발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문 대통령은 "전쟁 없는 한반도가 시작됐습니다"라고 운을 뗐고 김 위원장은 "선언은 길지않아도, 머지않아 현실로 펼쳐질 우리 모두의 꿈이 담겨 있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한반도 문제의 핵심인 비핵화 방안과 관련해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진전을 조속히 이뤄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명시했다.
 
이를 위한 실천 방안으로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했다. 그리고 군사긴장 완화에 대해선 한반도 전 지역에서의 실질적인 전쟁위험 제거와 근본적인적대관계 해소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그동안 한반도 평화를 기대하게끔 하는 만남과 조치들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남북 양자 회담사에 최초로 구체적 비핵화방안을 합의·발표한 사실은, 휴전체제아래 한반도 상황에서 중대한 '변곡점'으로 풀이된다.
 
특히 '9월 평양공동선언'과 함께 채택된 군사 분야 합의서를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무력을 사용하지 않기로 한 부분은 남북의 두 정상이 사실상의 ‘종전선언’을 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70년 동안 한반도를 지배했던 '휴전체제'가 끝나고 새로운 '평화체제'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군사 긴장완화 부분에서 너무 섣부른 양보를 펼쳤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북한과의 평화를 위해서 너무 많은 것을 내주고 있다는 것이다.
 
'분단의 섬'에서 유라시아 잇는 '허브'로
 
‘종전' 이후에 전개될 장밋빛 전망에는 전쟁 불안 해소에 따른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 도로와 철도 연결로 인한 경제효과 등이 거론된다. 당장 북한과 연결되는 우리 쪽 철도와 도로 연결 공사는올해 안에 시작하기로 했다. 남측 구간의 도로와 철길 연결공사는 대북 제재에 직접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70여 년간 켜켜이 쌓여온 불신과 두려움을 한 번에 털어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우선은 끊어진 길을 잇고 사람과 물자가 오가게 해야 한다. ⓒ위클리굿뉴스

 
경의선의 경우 이미 2003년 공사가 끝나 화물열차가 운행된 바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남북철도와 관련돼 내부 검토를 진행하고 있으며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진 후 국토부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철도와 도로 등 운송망 사업이 추진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분단 이전만 해도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을 잇는 허브였다. 서울역은 ‘국제역’으로 국내선 승차장과 국제선 승차장이 따로 있었다. 행선표에는 베이징과 단둥, 하얼빈이 있었다. 망국의 한을 가슴에 품은 민초들과 독립 운동가들이 이 기차에 몸을 실었다. 철로는 한반도 이곳저곳과 대륙을 연결하며 민족의 대동맥 역할을 했다.
 
그러나 분단 이후 남쪽에서 대륙으로 연결되는 모든 철길이 막히면서 한반도 이남은 '섬'이 되고 말았다. 대한민국은 자유로운 여느 나라와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분단과 도발, 전쟁을 전제로 한 사회체제(국가보안법, 징병제 등)속에서 살아왔다. '종전선언'과 이를 통해 전개될 교류와 협력의 평화체제는 한국인들이 지금까지 겪어 보지 못한 낯선 체제다.
 
70여 년간 켜켜이 쌓여온 불신과 두려움을 한 번에 털어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우선은 끊어진 길을 잇고 사람과 물자가 오가게 해야 한다.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들어서면 한반도는 바다와 대륙의 허브가 되어 수많은 사람과 물자, 지식과 문화를 연결하게 될 것이다.
 
남과 북에 각각의 정부가 들어선 지 70년. 이 땅에서 갈등과 분쟁, 전쟁의 위협은 변수가 아닌 상수였다. 지난 세기말 소련의 붕괴와 독일의 통일로 이데올로기 냉전은 종식됐지만, 한반도에서의 냉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그러나 남북이 걸어온 길을 돌이켜보면, 냉전 한가운데 도로와 철도가 놓이고 사람들이 오가며 물자가 넘나들던 작은 해빙의 순간들이 있었다.
 
2018년 한 해 동안 남과 북의 두 정상은 세 차례 만났고, 두 번의 북미 정상회담, 세 번의 북중 정상회담이 열렸거나 열릴 예정이다. 우리의 예상을 뛰어 넘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급진전은 다툼과 화해, 상처와 회복을 반복하면서도 만남을 포기하지 않았던 남북, 아니 우리 민족이 일궈낸 역사적 사건이다. 남북은 이제 '평화'라는 새로운 질서를 향해 대담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위클리굿뉴스 10월 28일, 45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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